李대통령 지시후 83일 만에 시행
대상면적 늘어도 기한 조정 안 해
“급한 기획과 실행으로 혼란 시작”
상속·이농·임대차 확대 현실 무시
농지법 위반 우려에 농민들 반발
당정, 관행적 위반 특례기간 부여
특별조치법 연내 제정 추진키로
정부가 진행 중인 농지 전수조사가 충분한 협의와 정책적 숙고 없이 추진되면서 농촌 현장 불안과 사회적 혼란이 커졌다는 국회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행정성과 달성을 위해 농지 전수조사를 서두르다 보니 농촌 현실과 농지제도 간 괴리를 해소하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았고, 이해당사자 간 협의가 부족해 농민들의 반발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당정은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관행적 위반으로 판단되는 경우 특례기간을 부여하고 처분을 유예하거나 정상화할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6일 발간한 ‘농지 전수조사, 서두른 만큼 놓친 것들’ 보고서에서 “내부적으로 오래 검토하고 파급효과 등을 충분히 따져보지 못한 사안(농지 전수조사)을 3개월도 안 돼 급히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면서 혼란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24일 국무회의에서 ‘경자유전’(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 소유)을 언급하며 “필요하면 대규모 인력을 통해 (위법 행위에 대해) 전수조사·매각명령을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5월18일 기본조사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이 농지 전수조사를 지시한 지 83일 만이다.
이 과정에서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입법처의 판단이다. 농식품부는 기본조사 진행 과정에서 대상 면적이 예상했던 115만헥타르(ha)보다 18.3% 늘어난 136만ha로 파악됐음에도 당초 계획대로 7월 말 조사를 마무리했다. 입법처는 “‘기한 내 완료’라는 행정 성과를 위해 조사 품질과 정확도의 저하가 불가피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 초기 부동산 과열 해소의 일환으로 ‘농지 투기 적발’ 등을 조사 목적으로 내세웠다가 논란이 불거진 뒤 ‘농지 정보 데이터베이스(DB)화 및 농지제도 현실화’를 강조한 점도 오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농촌 현장의 농지 이용 현실과 현행법 간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이해당사자 간 협의도 부족했다. 입법처에 따르면 비농업인 소유 농지 비중은 2010년대 초반 40%에서 최근 절반 가까이 늘었고, 2040년에는 8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속·이농·고령화·임대차 확대 등으로 농지 소유·이용 구조가 달라지면서 농지를 ‘농업인이 소유하고 직접 경작하는 생산수단’이라는 전통적인 전제만으로 판단하기도 어려워졌다.
입법처는 “구조적으로 누적된 농지제도의 모순을 개인의 법 위반 문제로만 환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충분한 논의 없이 전수조사가 속도전으로 진행되면서 농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임대차 등까지 농지법 위반으로 확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농민들 사이에서 확산한 것이다.
이에 당정은 관행적·경미한 위반에 대해 특례기간을 부여해 처분을 유예하거나 정상화할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채광석 연구위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윤준병 의원 등 여당 의원 9명이 공동 주최한 ‘농지 특별조치법 제정 방향 토론회’ 발제에서 “투기나 중대한 불법 전용 등의 목적이 아닌 농지법 위반사항에 대해 특별조치법으로 처분 제외·유예하는 특례기간을 최소 2~3년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특별조치 기간에는 농지법을 함께 개정해 임대차·휴경·소유 및 이용 규제를 농촌 현실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조치법은 다음달 초 국회 발의를 거쳐 연내 제정될 예정이다.
농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티브릿지를 통해 농민 12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농지 전수조사와 농지법 위반에 대한 처분 강화 등 농지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41.5%,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3.5%였다. 필요하다는 응답은 20·30대에서 50.8%였지만 70대 이상에서는 34.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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