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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장 “‘암살자(들)’ 배우 위해·협박 땐 엄정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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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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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신고대로 진행…“안전 문제 판단되면 순찰 강화·신변보호”
최근 정치 논란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이 개봉 2주차 주말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뉴시스
최근 정치 논란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이 개봉 2주차 주말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뉴시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6일 “영화 ‘암살자(들)’ 출연 배우에 대한 위해나 협박은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고 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주연 배우 유해진씨 자택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와 관련해 “지난 4일 배우 집 앞에 집회 신고를 했고, 신고대로 집회를 했다”며 “집회는 법에 따라 엄정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해진 씨 신변보호 요청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고 청장은 “지금은 특별히 유해진 배우나 소속사 측에서 저희에게 요청한 바는 없고, 저희가 보기엔 현장에 특별한 문제점 없어 보인다”며 “안전에 대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순찰 강화나 신변보호 등 상황에 따라 추가 조치를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 명예훼손 고발 건은 종로서가 수사

 

영화 제작진을 상대로 한 고발 사건도 수사에 들어간다.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29일 허진호 감독과 제작사 대표, 작가 등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고 청장은 “절차에 따라 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명예훼손 고발 건은 종로경찰서에 배당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 “비판은 자유,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 파괴”

 

정부는 하루 앞서 같은 취지의 입장을 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경찰청 등 관계 당국에 영화 관계자 및 출연 배우에 대한 안전 조치와, 거주지 앞 위협·협박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화에 대한 평가는 자유이지만, 창작자에 대한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적었다. 이어 “영화에 대한 비판이 도를 넘어 출연 배우의 자택 앞까지 몰려가 시위를 벌이고 개인의 일상을 침해하며 신변을 위협하는 사태에 이른다면,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상영 중단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최 장관은 “작품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정부가 사전에 개입하거나 행정력으로 재단하라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사전 검열’의 시대로 되돌아가라는 위험한 요구”라고 밝혔다.

 

이어 “명예훼손 같은 법률 문제는 상영 이후 민사 소송이나 형사 절차를 통해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면 될 일”이라고도 했다.

 

유해진씨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도 같은 날 “배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신변을 위협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소속사는 관련 게시물과 자료를 계속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 집 앞까지 간 확성기, 광고 모델 계약까지

 

신자유연대 등 보수 성향 단체는 지난 4일 오후 2시쯤부터 서울 성북구 유해진씨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50여명이 모였고, 경찰은 기동대 2개 부대와 대화·교통경찰을 투입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암살자(들) 제작자 배우들은 유가족과 고인에게 사과하라”는 구호를 반복했다. 한 유튜버는 확성기를 잡고 유해진씨를 겨냥해 욕설을 섞은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내건 요구는 △영화 즉각 상영 중단 △제작진·배우의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유족과 고인에 대한 사과 △유해진씨의 광고 모델 계약 철회 등이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또 다른 보수 성향 단체가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건물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압박은 배우가 광고 모델로 나선 기업으로 옮겨갔다. 유해진씨가 출연한 버거킹과 키움증권 광고 영상에는 항의성 댓글과 모델 교체 요구가 잇따랐고, 두 회사는 해당 영상의 댓글 기능을 제한했다.

 

신자유연대 대표는 한국 버거킹 운영사 대표이사의 자택 앞 집회를 신고하고 5일부터 31일까지 모델 계약 취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 영화계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작품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제작 과정이나 참여 창작자에 관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퍼지거나 작품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작사와 감독, 배우, 스태프에게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협회는 역사적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에서는 관객의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고, 그런 목소리는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일어난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미수와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사건을 다뤘다.

 

극 중 일부 인물이 당시 일본과의 외교 관계 등을 근거로 중앙정보부 ‘윗선’이 배후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내놓는 장면을 두고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광복절 연설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을 저격했으나 미수에 그쳤고, 옆자리에 있던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결론 내렸다.

 

허진호 감독은 “박정희 배후라고 생각한 적 없다”며 여러 방송과 자료를 통해 제기돼 온 의문에서 출발해 그날 무슨 일이 있었을지를 따라가 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제작진은 무대인사와 부산국제영화제 행사를 포함한 홍보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홍보를 접은 사이에도 관객은 늘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2∼4일 사흘간 41만2012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지난달 23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은 223만396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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