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9월24일 VS 에콰도르(수원월드컵경기장): 3-0 승
9월28일 VS 우루과이(서울월드컵경기장): 1-4 패
10월2일 VS 베네수엘라(울산 문수경기장): 0-0 무
‘모레노호’가 출범 후 치른 세 경기에서 거둔 성적이다. FIFA 랭킹만 보면 지난 7월20일 발표 기준 우루과이가 20위, 에콰도르가 25위, 베네수엘라가 47위다. 25위인 에콰도르는 3-0으로 이겼는데, 47위인 베네수엘라에게 0-0 무승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결과다. 물론 공은 둥글기에 꼭 랭킹대로 경기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긴 하다.
완승을 거둔 에콰도르전과 전반에만 세 골을 얻어맞으며 굴욕적인 대패를 당한 우루과이전, 졸전 끝 무승부를 기록한 베네수엘라전 사이에 큰 차이가 하나 있다. 에콰도르전에선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입국 후 얼마 되지 않아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아예 결장했고, 우루과이전과 베네수엘라전에서는 선발 출장했다. 이강인이 없으면 완승을 거뒀고, 그가 뛰면 대패하거나 졸전 끝 무승부를 거뒀다는 얘기다. 대체 왜?
충격적인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로 끝난 2026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에이스 자리가 손흥민(LAFC)에서 이강인으로 넘어오는 대회로 기록된다. 공격 1~2선에서 유일하게 풀타임을 모두 소화한 선수가 이강인이었다. 전술적으로 무능했던 ‘홍명보호’에서 공격 전개는 사실상 이강인이 혼자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상대들도 그걸 알았기에 이강인에게 거친 압박이 들어왔으나 이강인은 특유의 탈압박 능력과 후방까지 내려와 공을 받는 유연성 등을 선보이며 한국 공격을 ‘하드캐리’했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보여준 이강인의 천재성은 올 여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해서도 발휘되고 있다. 세계적인 명장인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아래에서 그간 잘 뛰지 않았던 투톱의 처진 스트라이커 포지션과 오른쪽 측면 공격수를 오가고 있는 이강인은 사실상 ‘프리롤’을 부여받아 1~2선의 연결고리 역할과 직접 골을 노리는 다양한 역할을 잘 소화해내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랬던 이강인이 모레노호에서 출전한 2경기에서는 부진은 면치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강인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포지션과 역할을 받아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을 구사 중인 모레노 감독은 이강인을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시켰다. 이강인의 행동 반경을 오른쪽 측면으로 고정시키다보니 그의 장점인 패스나 드리블, 탈압박, 중거리 슈팅 능력이 잘 발휘되기 어려웠다. 대신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인 데다 중원에 두 명만 두는 포메이션상 이강인이 중원 싸움에도 힘을 보태야 하고, 상대 측면 공격수들도 수비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피지컬 조건이 그리 좋지 않은 이강인의 단점은 수비와 몸싸움, 활동량인데 이를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단적인 예로 베네수엘라전 전반전엔 이강인은 수비만 하다시피 했다. 게다가 오른쪽 풀백인 설영우가 공격으로 치고 나오는 오버래핑 상황에선 그 빈 자리를 백업해야 하는 상황도 많이 나왔다. 한국 공격진에서 가장 창의적인 능력을 보유한 이강인이 수비를 더 많이 해야 하고, 공도 후방에서 더 잡다보니 한국의 공격이 잘 풀릴 리 만무했다.
모레노 감독의 장점 중 하나가 인게임 조정능력. 베네수엘라전 후반부터 이강인을 전진 배치시켰다. 공을 더 자주 만지고, 더 전방에서 잡게 했다. 전반 45분에야 첫 슈팅을 날릴 정도로 전반전엔 최악의 공격 전개를 보였던 한국의 전체적인 공격력이 살아났다. 오른쪽 측면에만 박히는 게 아닌 오른쪽과 중앙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된 이강인은 상대 수비의 압박을 더 쉽게 풀어냈고, 동료들에게 연결해줬다.
베네수엘라전 후반전이 향후 모레노 감독이 이강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힌트가 됐을 것이다. 분명 모레노 감독은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을 소속팀에서의 포지션과 다른 곳에 배치한다면 제가 오히려 경솔하고 무모한 선택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해놓고 2경기 연속 소속팀에서의 포지션과 전혀 다른 역할을 부여했다. 언행 불일치였다.
과연 모레노 감독은 6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아틀레티코의 시메오네 감독처럼 이강인을 미드필더가 아닌 투톱의 처진 공격수로 출전시키는 전술적 변화를 구사할까. 이강인을 선발로 쓸 것이라면, 이강인이 자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포지션에서 뛰게 하는 게 맞다. 현재 대표팀 내에서 이강인의 천재성과 공격 전개 능력은 대체불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쓰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이강인을 필드 위에 세우지 않고, 에콰도르전처럼 활동량과 수비력, 상대 압박 능력이 뛰어난 다른 측면 미드필더들을 쓰는 게 나아 보인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브라질 보우소나루家](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05/128/20261005510958.jpg
)
![[주춘렬 칼럼] 2000억달러 대미투자의 덫](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8/10/128/20260810521645.jpg
)
![[기자가만난세상] 청년들 울리는 부동산 ‘비정상’](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07/03/128/20250703518632.jpg
)
![[박소란의시읽는마음] 작은 사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05/128/20261005510910.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