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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前 중기부 장관 “급변하는 AI 시대 ‘패스트 팔로어’로는 생존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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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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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명확한 정책적 정체성 필요
“韓 AI 정책, 컨트롤타워 불분명
제조업 숙련 노동자 경험은 ‘자산’
한국의 강점 살려 데이터화해야”

“‘패스트 팔로어’(신제품·기술 추종 전략)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 내 여성의정 사무실에서 만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한국 정부의 AI 전략이 변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동안 성공적으로 작동해왔던 한국 정부의 ‘패스트 팔로어’ 산업 전략이 AI 시대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여성의정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여성의정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최근 재정경제부 전략경제자문단 위원장에 임명된 박 전 장관은 전국을 돌며 AI 시대에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을 설파하고 있다. 1년 전에는 AI와 관련된 책도 펴냈다. 그는 “1년 만에 개정판을 냈는데 AI 관련 논의가 너무 많이 바뀌어서 3분의 1을 다시 써야 했다”며 급변하는 AI 상황에 한국도 빨리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정부의 AI 정책 방향성은 맞는다면서도 국가전략상 명확한 정책적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서) AI를 국가적 어젠다(의제)의 최우선 과제로 끌어 올리고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AI 인프라 투자,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착수 등 상당한 진전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부터가 더 중요합니다. ‘AI를 위한 GPU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서 ‘AI로 무엇을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무엇을 차지할 것이냐’로 충분히 넘어가지 못하고 있어요.” 엔비디아로부터 GPU 26만장을 받기로 한 건 높이 평가할 만하나 그 GPU를 가지고 무엇을 할지 선택할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일본은 범용 거대언어모델(LLM) 경쟁보다 센서·배터리·액추에이터 등 자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활용해 ‘피지컬 AI’(자율주행차, 로봇 등 물리 세계에서 작동하는 AI)와 ‘버티컬 AI’(특정 산업이나 직무에 특화한 AI), ‘AI 포 사이언스’(인공지능을 활용한 과학 연구) 등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단다. 박 전 장관은 한국의 AI 정책이 ‘백화점식’이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AI 국가전략위원회 중 누가 컨트롤타워인지 불분명한 상태다. 산업 협장에선 ‘과기부, 중기부, 산업통상부에 똑같은 리포트(보고)를 하루에 세 번씩 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의 강점인 제조업 경쟁력에 주목했다. 특히 숙련된 노동자의 ‘암묵지’ 데이터를 AI에 결합해야 한다고 봤다. “숙련된 노동자는 (작동) 소리만 듣고도 기계의 이상 여부를 알아차리고, 손으로 제품의 미세한 차이를 느낍니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경험으로 불량을 찾아내는데 AI 시대에는 이런 것들을 데이터화해야 합니다. 숙련 노동자 한 사람의 경험이 한 공장의 지식이 되고, 나아가 한국 제조업 전체의 AI 자산이 될 수 있어요. 이것이 피지컬 AI의 핵심입니다.” GPU와 달리 한국의 제조 데이터와 제조 비법은 어디서 빌려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피지컬 AI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숙련 노동자의 경험을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한 노동자의 수십년 경험을 학습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였다면 그 성과를 기업이 독점하지 않도록 보상 원칙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박 전 장관은 기본소득보다 ‘기본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I가 노동을 대체하면서 생산수단과 AI 자산을 가진 쪽으로 부가 집중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단순한 소득 재분배를 넘어 사람들이 자산을 보유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산업화 시대에는 자본과 노동의 분배가 쟁점이었다면 AI 시대에는 노동자의 경험 자체가 데이터와 AI라는 자산으로 전환되는 만큼 이에 걸맞은 새로운 분배 원칙이 필요하다는 게 박 전 장관의 주장이다. “국회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균형점을 찾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AI 시대에 바뀌어야 할 법률이 많은 만큼 국회는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고, 정부도 관련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공론화에 나서야 해요. AI가 (우리 사회의) 노동과 조직, 교육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공개적인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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