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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8분 뛰고 병역 특례?” ‘공정’ 역린 건드린 야구-축구 일부 선수들의 ‘병역 특례’ 자랑과 철부지 언행, 50년 케케묵은 제도 폐지론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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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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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대 남성에게 군대란 ‘숙명’과도 같다. 한창 피 끊는 20대 청춘에 학업도, 자유로운 연애와 삶도 병역의 ‘의무’라는 국가 강제력 앞에 무력해진다. 누군들 가고 싶겠는가. 그래도 간다. 어쩔 수 없다. 의무를 피해서 범법자가 될 순 없으니.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병역의 의무는 ‘역린’과도 같다. 조금만 어긋나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1990년대 중후반 연예계를 씹어먹었던 가수 유승준(스티브 유)도 20년 넘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또 한 번 병역 특례 혜택이라는 논쟁의 불씨를 지핀 모양새다.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것 자체만으로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겸손한 태도만 보였어도 그냥 지나갈 수 있는 걸, 선수들 스스로가 논란을 일으켰다. 이제 정치권까지 나서서 십자 포화를 가하고 있다. 어쩌면 병역 특례라는 제도 자체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엄밀히 말해 군 면제가 아니다. 현역으로 입대하는 게 아니라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예술이나 체육 분야에서 ‘국위 선양’을 하면 대체 복무를 하게끔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1973년에 처음 제도가 도입됐을 당시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뿐만 아니라 세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등 여러 국제대회가 해당됐지만, 1990년부터는 올림픽은 3위 이상, 아시안게임은 1위를 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도 도입 시점을 봐야 한다. 1973년. 서슬 퍼런 유신 독재 체제 시절이었던 당시, 한국은 못 입고, 못 먹고, 개발도상국을 면치 못했을 때다. 전 세계 어딜 나가도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를 때다. 그럴 때였으니 태극기를 가슴팍에 달고 나가 국제 대회에서 메달권에 입상하면 나라의 군위나 위세를 널리 떨치게 한다는 ‘국위 선양’이라는 명분이 먹힐 때였다.

 

50년 이상이 흐른 지금, 한국은 선진국이 됐다. 원조를 받던 나라 중 유일하게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됐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한다. 한류, K-컬쳐의 힘으로 이젠 어딜 나가도 한국을 안다. 올림픽 메달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 딴다고 국위 선양하는 시절이 아니라는 얘기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만 해도 선수들의 금메달 여부에 전 국민이 울고, 웃고, 감동했지만, 이제는 관심도 자체가 떨어졌다. 아울러 은메달, 동메달을 따도 그 과정이 아름답고, 스토리가 좋으면 박수를 보내는 성숙함도 생겼다.

 

그런데도 여전히 병역 특례 혜택은 50년 전과 그대로다. 그러니 국민적 감정이 좋을 리 없다. 특히나 ‘공정’이라는 가치를 금과옥조로 떠받드는 2030 젊은 층들, 특히 군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에겐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특례 혜택이 아니꼽고 고깝게 보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그런 시선이 팽배한 데, 선수들 스스로가 비난 여론을 몸소 만드는 모양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에서 그런 비난 여론을 스스로 만들었다.

 

성적은 좋았다. 야구와 축구 모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야구는 5연패, 축구는 4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그런데 그 과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야구 자체가 아시아에서 제대로 하는 나라가 한국, 일본, 대만 정도다. 그런데 명실상부 아시아 최강인 일본은 대표팀 전원을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구성했다. 고교, 대학 시절 엘리트 야구를 했던 선수들이지만, 신분은 엄밀히 따지면 아마추어다. 게다가 대만도 베스트 멤버로 꾸려나오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스스로 만 25세 이하로 연령 제한을 뒀지만, KBO리그 구단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들을 총망라해서 대표팀을 꾸렸다. 그럼에도 일본에게 슈퍼라운드에서 0-5로 패했고, 결승에서도 3-1로 간신히 이겼다. 그러니 야구 대표팀에 대한 시선이 고울리 없다. 그런 상황에서 주장 노시환은 경쟁력 저하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어쨌든 금메달을 땄지 않나. 과정보다는 금메달이라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말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해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야구로 인해 벌어졌던 논란이 잠잠해질 때쯤 축구 대표팀이 기름을 더 부었다. 야구는 그나마 노시환 하나였다면, 축구에선 여러 명이 튀어나왔다. 금메달을 못 땄으면 입국 후 상무 입대 예정이었던 이기혁은 카메라에 대놓고 “저, 군대 안 갑니다”를 외쳤고, 양민혁도 “메달이냐, 트로피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린 군 면제라는 보상만 보고 뛰었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막내 박승수는 전역모를 삐뚜름하게 쓴 사진을 SNS에 올렸다. 최우진은 해외 밈 세리머니를 따라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있었던 DMZ 지뢰 폭발 사고를 연상시킬 만한 ‘절뚝 세리머니’까지 했다. 이들에겐 태극마크를 달고 뛴 아시안게임? 그저 병역 특례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태극마크에 걸려있는 자부심이나 책임감?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 그런 건 1도 없다는 태도였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한국 두 번째 골을 넣은 손흥민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한국 두 번째 골을 넣은 손흥민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 선수들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병역 특례 혜택을 봤던 업계 선배인 손흥민의 태도를 배웠어야 한다. 손흥민은 금메달 획득 후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제대회에 나가는 걸 영광이라 생각하고, 국민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 태극기만 봐도 아직 뭉클뭉클하고, 애국가만 들어도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 그 누구도 손흥민의 병역 특례 혜택을 문제 삼지 않았다.

 

깨놓고 말해보자.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 특례 혜택을 보게 된 선수들이 설사 군에 입대한다고 해서 먹고 살 문제를 고민하게 되나? 아니다. 해외 진출이 좀 늦어지거나 FA 취득 시기가 좀 늦어질 뿐이다. 그들에겐 병역 특례 혜택은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 정도의 수익의 문제다. 병역 특례를 못 받는다고 굶어 죽거나 커리어가 끊기는 건 아니다. 현역병을 다녀와서도 잘 하는 선수들도 얼마든지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3-1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문보경, 곽빈, 노시환이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9.27. 20hwan@newsis.com
지난달 27일 오후(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3-1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문보경, 곽빈, 노시환이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9.27. 20hwan@newsis.com

진짜 병역 특례가 절실한 건 종목의 파이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아마추어 종목 선수들이다. 그들의 병역 혜택에 대해 국민들이 문제삼는 걸 본 적이 있는가. 그들에겐 올림픽,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 메달 획득 여부가 운동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는지,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실업팀 입단이 성사될지 등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다. 프로화된 종목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니 그들은 병역 특례 혜택을 먼저 내세우지 않는다. 그저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사실, 그 자체를 감사해한다.

 

지난달 22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홍콩의 경기. 1회초 2사 3루 상황, 한국 노시환이 2점 홈런을 친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홍콩의 경기. 1회초 2사 3루 상황, 한국 노시환이 2점 홈런을 친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야구, 축구 선수들은 느껴야 한다. 당신들의 빠른 해외 진출, 빠른 FA 자격 취득을 위한 병역 특례 혜택 제도가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당신들은 혜택을 보지만, 당신들의 경솔하고 볼썽사나운 태도 때문에 야구, 축구 후배들은 물론 스포츠 선수들 전체가 그 혜택을 못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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