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가 과자 봉지나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넘어 먹거리 자체로 들어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포켓몬스터의 메타몽과 피카츄, 잉어킹 모습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3D 아이스크림을 잇달아 선보인다. 맛만으로 경쟁하던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캐릭터의 생김새와 굿즈, 수집 요소까지 상품 경쟁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CU는 지난달 30일 ‘프로즌 메타몽 소르베’를 출시했다. 메타몽 특유의 보라색 몸체를 그대로 살리고 포도 맛을 적용했다. 오는 14일에는 망고 맛 ‘프로즌 피카츄 소르베’와 오렌지 맛 ‘프로즌 잉어킹 소르베’를 추가로 내놓는다.
이번 제품은 CU가 올해 확대하고 있는 ‘캐릭터 3D 아이스크림’의 연장선이다.
CU가 지난 7월 내놓은 ‘패트와 매트 반반바’는 출시 한 달 만에 약 10만개가 팔렸다. 이후 헬로키티와 쿠로미, 폼폼푸린, 한교동, 미니언즈, 짱구 등으로 캐릭터를 늘렸다. 지난달 23일 출시한 ‘미니언즈 스탬프바’에는 미니언즈 캐릭터 스탬프까지 넣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끝나는 상품이 아니라 굿즈를 남기는 방식이다.
포켓몬스터를 다시 꺼내 든 것도 판매 반응과 무관하지 않다. CU에 따르면 지난 5월 어린이날을 겨냥해 출시한 포켓몬 카드 세트는 사흘 만에 25만개가 팔렸다. 포켓몬 ‘럭키’ 캐릭터를 활용한 에너지샷도 한 달 만에 3만개가 판매됐다. 추석을 앞두고 내놓은 포켓몬 카드 선물세트 4종은 예약판매 이틀 만에 준비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캐릭터와 콘텐츠 IP를 먹거리에 붙이는 전략은 편의점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GS25는 게임 팬덤을 일찌감치 먹거리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GS리테일에 따르면 GS25가 2024년부터 약 2년간 판매한 게임 IP 협업 상품은 누적 2000만개를 넘어섰다.
블루아카이브를 시작으로 메이플스토리, 명일방주, 명조 등 게임 IP를 도시락과 빵, 라면 등에 적용했다. 상품을 사면 게임 캐릭터 굿즈나 수집 요소를 함께 얻는 방식으로 팬들의 반복 구매를 끌어낸 것이다. 올해도 ‘명일방주: 엔드필드’ 협업 상품 14종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는 등 관련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상품 하나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 팬을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구조다. 한정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점포를 찾거나 여러 제품을 구입하는 수요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신상품과 차이가 있다.
세븐일레븐은 캐릭터에 스포츠 팬덤까지 결합했다.
지난 8월 한국프로축구 K리그와 산리오캐릭터즈를 합친 협업 상품을 선보였다. 헬로키티와 시나모롤, 한교동 등이 K리그 각 구단 유니폼과 후드티를 입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상품이다.
초코크림빵과 설향딸기롤빵 등 빵·디저트를 비롯해 스낵과 젤리까지 모두 10종의 먹거리에 랜덤씰을 넣었다. 랜덤씰만 73종이다. K리그1 12개 구단과 K리그2 17개 구단을 각각 다른 디자인으로 제작해 축구 팬과 산리오 팬의 수집 수요를 동시에 겨냥했다.
IP 상품의 판매 효과는 기념일 시장에서도 확인됐다.
세븐일레븐의 올해 밸런타인데이 관련 상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늘었다. 이 가운데 헬로키티와 이나피스퀘어 등 IP 협업 기획상품 매출은 94% 증가했다. 헬로키티 텀블러와 파우치 등을 결합한 일부 상품은 출시 닷새 만에 준비 물량이 모두 팔렸다.
아이스크림 전문점도 비슷한 흐름이다.
배스킨라빈스는 지난 7월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와 협업해 캐릭터 쵸파와 루피를 활용한 이달의 맛을 선보였다. 캐릭터 이름만 붙인 것이 아니라 쵸파가 좋아하는 솜사탕에서 착안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해적선과 보물상자 형태의 아이스크림 케이크까지 내놨다. 캐릭터가 가진 설정과 세계관을 맛과 제품 디자인에 함께 적용한 것이다.
포켓몬스터 IP도 계속 활용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2022년 포켓몬 캠페인 당시 ‘이상해씨 아이스 모찌 피규어 세트’ 사전예약 물량을 약 3시간 만에 모두 판매한 바 있다. 올해도 ‘포켓몬 랜덤 키링 시즌2’를 운영하며 아이스크림과 캐릭터 굿즈의 결합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의 캐릭터 IP 활용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유명 캐릭터를 제품 포장에 넣어 주목도를 높이는 수준이 많았다. 지금은 캐릭터 얼굴을 아이스크림으로 만들거나 랜덤씰과 키링을 넣고, 캐릭터의 설정을 제품 맛과 모양에 반영하는 방식까지 진화했다.
먹는 순간뿐 아니라 사진을 찍고 굿즈를 모으는 과정까지 하나의 상품 경험으로 만드는 셈이다.
실제 판매 실적도 이런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CU의 패트와 매트 아이스크림은 한 달 만에 10만개가 팔렸고 GS25의 게임 IP 상품은 2년간 2000만개를 넘어섰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올해 밸런타인데이 IP 협업 상품 매출이 전년보다 94% 뛰었다.
유통업계가 캐릭터를 단순한 광고 모델이 아니라 상품을 찾아오게 만드는 핵심 요소로 보고 있는 이유다. CU가 포켓몬스터 3D 아이스크림까지 꺼내 들면서 편의점 냉동고와 디저트 매장을 둘러싼 IP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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