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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타기 전 신라면 끓여 먹는다…공항이 K푸드 쇼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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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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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 라운지에서 신라면을 직접 골라 끓여 먹는다. 김치와 대파, 콩나물을 취향대로 넣고 식사를 마친 뒤 출국장으로 향한다.

 

농심 제공
농심 제공

인천국제공항이 K푸드의 거대한 체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제품을 진열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라면을 직접 끓이고, 두부와 막국수를 맛보고, 소주와 막걸리를 경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연간 수천만명이 오가는 공항에서 해외 소비자에게 제품을 먼저 먹여본 뒤 해외 소비로 연결하려는 식품업계의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달 23일부터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동편 좌측 라운지의 '라면 라이브러리'에 라면 21종을 단독 공급하고 있다.

 

라면 라이브러리는 책을 꽂아놓은 도서관처럼 제품을 한곳에 진열하고 이용객이 원하는 라면을 골라 직접 끓여 먹는 공간이다.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 신라면 툼바를 비롯해 짜파게티, 너구리, 안성탕면 등이 들어갔다.

 

외국인 이용객도 겨냥했다. 할랄 인증을 받은 신라면 할랄과 비건 제품 순라면까지 넣었다. 이용객은 자판기에서 제품을 선택한 뒤 즉석조리기를 이용해 라면을 끓이고 김치·대파·콩나물 등을 추가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 1월 라운지를 재단장하면서 라면 라이브러리를 비롯해 쿠킹 스튜디오와 아케이드룸을 넣은 데 이어 식품 브랜드까지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이다. 해당 라운지는 1553㎡, 192석 규모다.

 

농심 입장에서는 제품을 파는 매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 라운지는 2025년 한 해 131만명 이상이 이용했다. 농심은 이미 대한항공 기내에 신라면을 공급하고 있는데, 소비자가 한국을 떠나기 직전 라면을 직접 골라 끓여 먹는 경험까지 접점을 넓혔다.

 

공항을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는 곳은 농심뿐만이 아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스카이허브라운지에서는 풀무원과 하이트진로 등 국내 식품업체 제품을 직접 맛볼 수 있다. 풀무원은 국산콩 연두부와 낫토, 두부 샐러드 등을 제공하고 콩면 제품을 알리고 있다. 농심 배홍동막국수를 현장에서 바로 조리해 주는 공간도 운영됐다.

 

주류 코너에는 하이트진로 소주와 일품진로, 국순당 막걸리 등이 자리 잡았다. 해외 여행객이 한국 음식과 술을 출국 직전 실제로 먹어볼 수 있는 셈이다.

 

공항 면세점에서도 K푸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의 올해 1~7월 식품·건강식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70% 증가했다. 이삭토스트 소스와 브릭샌드 휘낭시에, 조선호텔 김치 등이 인기 품목으로 꼽혔다. 이삭토스트 소스는 지난 5월 준비 물량이 소진되면서 구매 수량을 제한하기도 했다.

 

공항에서 한번 맛본 음식이 바로 면세점 구매나 귀국 후 현지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식품회사에는 사실상 글로벌 시식장이 생기는 셈이다.

 

실제 인천공항을 거치는 소비자 규모도 크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 이용객은 7407만1475명으로 2024년 7115만6947명보다 늘었다.

 

외국인을 겨냥한 K푸드 체험 공간의 효과는 이미 도심에서도 확인됐다.

 

BGF리테일은 2023년 말 서울 홍대에 라면 특화 편의점 CU 라면 라이브러리를 열었다. 국내외 라면 200종 이상을 벽면에 진열하고 소비자가 고른 봉지라면을 즉석조리기로 직접 끓여 먹도록 만들었다.

 

문을 연 뒤 한 달간 라면 매출의 62%는 외국인 고객에게서 나왔다. 외국인은 한 번 방문할 때 평균 3.4개의 라면을 샀다. 내국인 평균 구매량 1.2개의 약 세 배다.

 

한 달 동안 판매된 라면만 약 1만5000개, 하루 평균 약 500개에 달했다. 일반 CU 점포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매장에서 직접 끓여 먹은 뒤 기념품으로 라면을 추가 구매하는 외국인이 많았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제품을 광고로 보여주는 것보다 직접 고르고 조리해 먹도록 하는 방식이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식품업체들이 공항과 관광지에서 체험 공간을 늘리는 배경에는 빠르게 커진 해외 수요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액은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 10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라면 수출은 15억2140만달러로 전년보다 21.9% 증가하며 단일 농식품 품목 가운데 처음으로 15억달러를 돌파했다.

 

올해도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라면 수출은 7월 말 이미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9월 초에야 1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올해는 시점이 한 달 이상 빨라졌다.

 

예전에는 해외 대형마트 진열대에 얼마나 많은 제품을 넣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출국하기 전 무엇을 직접 먹어봤는지도 글로벌 마케팅의 한 축이 되고 있다.

 

농심이 연간 131만명이 찾는 항공사 라운지에 라면 21종을 한꺼번에 펼쳐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품 하나를 파는 것보다 신라면부터 짜파게티, 너구리까지 브랜드 전체를 경험시키겠다는 전략이다. K푸드가 해외로 나가기 전에, 해외 소비자를 공항에서 먼저 만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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