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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율촌 대표변호사 “기술유출도 ‘간첩 행위’로 인식돼야 범죄 억제돼” [산업스파이법,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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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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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인터뷰

“기술유출은 개인·기업 간 범죄 넘어
실상 국가단위로 벌이는 경쟁 대리전
갈수록 치밀해지는 산업스파이 범죄
기업 역량만으로는 증거수집 어려워
법 제정 시 경제적 이익 박탈함으로써
기술유출 범죄 동기 차단할 수 있을 것”

“최근의 기술유출 사건들은 더는 개인이나 기업 간 벌어지는 재산범죄로 볼 수 없습니다. 사실상 국가단위 경쟁의 대리전에 가깝습니다. 피해 성격이 달라졌다면 그에 맞게 제도와 법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된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하 산업스파이법)의 입법 필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지금의 법망 미비로 인해 기술을 도둑맞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증할 증거를 수집하기조차 어렵고, 산업스파이들은 설령 적발돼도 가벼운 처벌을 받는 탓에 범행에 주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산업스파이법이 제정됨으로써 기술유출 범죄가 ‘간첩 행위’이자 ‘이적 행위’로 인식돼야 유출범이 설령 기술을 유출해도 해외로 빼돌리는 데 주저할 뿐만 아니라, 애초 범행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으로 기대했다. 유출한 기술의 종류에 따라 처벌 수위를 달리 정해야 한단 일부 주장에 대해선 “법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처벌에 모순이 생길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에 임형주 변호사가 배석했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의 입법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의 입법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산업스파이법 필요성과 이유는.

 

“기본적으로 산업스파이법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의 법체계는 기술유출을 개인 또는 기업 간의 재산범죄로 본다. 첨단기술은 기업이 오랜 시간을 투자해 축적한 사유재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가의 산업경쟁력과 공급망을 뒷받침하는 기반이기도 하다. 최근 반도체·베터리·방위산업 분야에서 실제 벌어지는 여러 사건은 사실상 국가단위 경쟁의 대리전에 가깝다. 기업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단순히 개인 간의 법익에 관한 범죄로만 보기 어려워졌다. 피해의 성격이 달라졌다면, 그에 맞게 제도와 법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법망 미비로 인한 문제점은.

 

“현행 법체계에선 주로 국경을 넘나드는 사실관계 관련 사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증거 확보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국 한국인 행위자들 선에서만 처벌이 이뤄지고, 정작 그런 행위를 교사한 외국 법인 또는 그 핵심인력은 경미한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저희 법인에서 수행한 반도체회사 기술유출 사건에서도 대만 기업의 조직적인 자료 유출을 위한 개입이 확인됐는데도 해당 반도체회사에서 대만 회사로 이직한 기술자들만 처벌되고, 대만 회사 소속 직원들은 처벌을 피했다. 여러 노력 끝에 대만 회사는 양벌규정을 통해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외국 법인에 대한 벌금형은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외국 법인에 대해 실질적인 위하력(법적 제재 및 처벌로 범행을 억제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의 입법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의 입법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기술유출 피해를 본 의뢰기업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증거수집·확보 등의 어려움이 가장 크다. 외국 정부·기업이 배후에 있는 산업스파이 범죄는 갈수록 조직화되고 치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기업의 역량만으로는 충분한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침해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과정에서 더 문제가 된다. 국외 유출의 경우 외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해야 하는데, 손해액 산정을 위해 매출액 산정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피해기업으로선 공개된 자료 등 극히 제한적인 자료만으로 손해액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 저희가 현재 피해기업을 대리 중인 사건에서 상대방인 중국 기업은 국가의 핵심데이터에 대한 역외제공을 금지하는 자국 데이터 관련 법령을 근거로 매출 자료를 사법기관에 제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기도 하다. 산업스파이법을 통해 외국 기업의 행위가 범죄로 규정되고 또한 관련 수사를 위해 국제공조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면, 국가 간 맺어진 사법공조협약 등을 활용해 자료를 제출받을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산업스파이들의 기술탈취 수법은.

 

“과거엔 한국 기업을 직접 인수해 필요한 기술만 확보한 뒤 이를 다시 매각하거나, 해당 회사를 방치하는 등 수법이 주로 사용됐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해 SUV 관련 핵심기술 등을 확보한 뒤 쌍용자동차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사례, 중국 BOE와 대만 E-Iik사가 각각 2002년과 2008년 하이디스(하이닉스의 LCD사업부)를 인수해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을 확보한 다음 정리해고 등을 단행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비교적 최근엔 기술자료를 넘겨받고 대가를 지급하거나, 핵심인력을 스카우트하면서 관련 자료도 함께 가져오도록 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특히 중국 기업은 국내 기업 대비 적어도 2∼3배 이상 급여와 자녀 국제학교 학비 전액 보조 등의 경제적 이익을 내걸며 인력을 유치해왔다. 경쟁사로의 직접 이직 등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자 핵심인력을 취업시키기 위한 별도의 위장회사·법인 등을 만들고 그에 입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감시망을 빠져나가는 수법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적법한 거래 형식을 빌려 기술유출을 포장하려는 수법도 많이 나타난다. 공동 연구·개발(R&D), 인력 파견 등 형식을 빌려 기반 기술을 탈취하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왼쪽)와 임형주 변호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의 입법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왼쪽)와 임형주 변호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의 입법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로 넓힌 개정 간첩법(형법 98조)으로는 부족한가.

 

“두 가지 측면에서 부족하다. 첫째로, 간첩죄는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한 산업스파이 행위를 처벌한다. 그러나 외국 정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순수 민간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외국으로의 기술유출은 경제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외국 정부에 준하지 않는 외국 기업으로의 기술유출에 대해서도 산업스파이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공백이 있다. 둘째로, 간첩죄는 ‘국가기밀’을 해외로 유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데, 국가기밀에 어디까지가 포함될지 다소 불분명하다. 따라서 국가안보·경제안보와 직결되는 기술들은 ‘국가핵심산업정보’로 정의하고, 그에 대한 외국 기업으로의 유출 행위 또한 처벌하는 산업스파이법은 이러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하다.”

 

─산업스파이법 제정에 따른 기대효과는.

 

“첫째는, 경제적 이익의 박탈을 통해 기술유출범죄의 동기를 차단하는 것이다. 기술유출 행위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그에 따른 처벌보다 더 큰 상황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행위자와 그 배후까지 강하게 처벌하고, 그에 대한 몰수·추징 등을 규정하고 있는 산업스파이법은 이러한 기술유출 행위의 동기를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는, 기술유출범죄에 대한 증거 확보 등을 통한 처벌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동기를 차단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업스파이 행위에 대한 인식 제고 및 그에 따른 범죄 억제의 위하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스파이법 제정을 통해 기술 유출 행위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간첩 행위’ 내지 ‘이적 행위’로 인식된다면, 그에 따른 낙인효과로 행위자 또한 기술의 국외 유출 시도를 주저하게 될 것이고, 일단 가지고 나온 자료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국외로 유출하는 것에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만든다는 점에서 범죄 억제의 위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선 유출한 기술 종류에 따라 처벌을 달리하자는 주장을 한다.

 

“단순히 기술의 종류에 따라 처벌 수위에 차등을 둔다면, 기술의 변화를 법이 쫓아가지 못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20년 전에는 LCD 제품이 우리 수출에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반면 방산 관련 기술은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다. 산업구조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기술의 종류에 따라 처벌 수위에 차등을 둔다면 산업구조 변화로 오히려 처벌에 모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산업스파이법 제정 시 국회가 논의할 점은.

 

“현재 발의된 제정안과 같이 범죄수익을 전액 몰수·추징하되 이를 국고에 귀속시키는 구조를 취하면, 피해기업의 입장에선 두 가지 측면에서 오히려 손해를 보전받을 길이 좁아지는 역설적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첫째로, 몰수·추징된 재산은 원칙적으로 국가에 귀속될 뿐 피해기업에 환부되지 않는다. 둘째로, 피해기업이 별도로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이미 범죄수익 전부를 국가에 추징당한 가해자는 배상할 자력이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나아가 가해자 측에선 이미 얻은 이익을 모두 반환했으니 더 배상할 게 없다고 주장할 여지도 있다. 따라서 산업스파이법이 강력한 몰수·추징 제도를 도입한다면, 이를 통해 환수된 범죄수익을 피해기업에 환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관련 기사>

 

▲與 박균택 “산업스파이 가중처벌특별법 제정 추진”

 

▲[인터뷰] “첨단기술 보호 필요 절박”…산업스파이법 발의한 박균택 의원

 

▲[산업스파이법, 왜 필요한가] 릴레이 인터뷰(1) 이동근 경총 부회장 “기술 유출, 국가경쟁력 위협… 주요국처럼 경제안보 법안 필요”

 

▲[산업스파이법, 왜 필요한가] 릴레이 인터뷰(2) 강기중 산업보안한림원 회장 “기술 유출시 간첩 꼬리표 자자손손 물려받는단 생각 들도록 해야”

 

▲[산업스파이법, 왜 필요한가] 릴레이 인터뷰(3) 화우 이명수 대표변호사 “산업스파이법, 피해기업의 형사절차 참여도 보장”

 

▲[산업스파이법, 왜 필요한가] 릴레이 인터뷰(4) 김후곤 광장 대표변호사 “기술유출 범죄 네트워크에 대응할 법 필요”

 

▲[산업스파이법, 왜 필요한가] 릴레이 인터뷰(5) 안기현 반도체협회 전무 “반도체 역전되면 재역전 못 하고 상상 못 할 국가적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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