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검사 파견’ 놓고 재판 중단
공소청 감찰부장 “검사 독립성 심각한 위협”
李대통령 형사 사건 등 관련
“前 법무의 지휘권 남용” 비판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기소 기능을 넘겨받은 공소청이 출범한 첫날부터 검사의 특별검사팀 파견 문제로 재판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실무 현장 곳곳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부실수사 방지를 위해 검사와 경찰을 서로 파견하는 방안을 경찰개혁 일환으로 검토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공소청 내에선 이재명 대통령 등의 형사사건에 대한 검찰권 남용 여부를 들여다보는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검찰미래위) 진상조사단이 검사직무의 독립성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정엽)는 공소청이 개청한 2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재판에서 공소청 검사의 특검팀 파견이 유효한지 의문을 표하며 재판 진행을 중단했다.
재판부는 “파견 검사의 출석이 적법한지 재판부가 조금 의문이 있다”며 “검찰청 소속일 때 파견 명령이 청이 바뀌어도 유효하다는 규정이 명확히 있는 걸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향후 새로운 파견 명령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오늘 진행하는 게 무의미해질 수 있다. 절차가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확실하게 해결하려면 공소청 소속 파견 명령을 받는 게 확실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른 재판부도 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2차 종합특검팀(특검 권창영) 파견 검사는 “외부 기관으로 검사를 파견하는 건 공소청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며, 검사 인사와 관련해선 대통령 재가 사항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검에 관련 절차를 먼저 진행해 달라고 한 뒤 공판을 11분 만에 마쳤다. 변론 종결도 2주 뒤로 미뤘다.
종합특검팀은 “공소청법 부칙에 따라 기존 검찰청 검사가 공소청 검사로 전환된 만큼 별도의 경과 규정이 없더라도 기존 특검 파견은 계속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사정원법 시행령과 공소청법 부칙 등은 기존 검찰청 소속 검사를 공소청 검사로 본다고 규정한다.
같은 날 김건희 특검팀(특검 민중기)이 기소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재판부가 특검 파견 검사의 지위의 불명확성을 언급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혹시 모르니 변론은 특검보가 대략적인 내용을 먼저 하고 이어 검사들이 세부적인 걸 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이의 여부를 확인했으나, 변호인단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재판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특검 측 최종 의견과 구형은 박노수 특검보가 혼자 발언했다.
검사 파견의 유효성에 대한 최종 판단은 앞으로 다른 특검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법원 판단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경찰개혁 과정에서 검사의 역할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이 정리한 개혁안에는 검사를 전국 262개 경찰서에 파견해 법리 판단 등 수사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반대로 경찰도 공소청에 파견해 구속 피의자 수사 등을 담당하게 하도록 했다.
법조계에선 수사지휘권이 없는 검사를 경찰에 파견해 수사 지원을 맡기는 방안은 실질적인 견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당초 여당이 수사·기소 분리를 위해 통과시킨 개정 형사소송법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전국 공소청은 2일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으나 가동 예정이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개편 작업이 지연되면서 일부 민원 업무가 차질을 빚었다. 부산지방공소청 청사 1층 민원실에는 전산시스템 정비 등으로 1∼2일간 민원 업무 처리가 어렵다는 안내문이 게시됐다. 다른 지역 공소청에서도 증명서 발급과 벌금 납부 등 민원 업무를 보려던 일부 민원인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공소청 검사가 이 대통령 등의 형사사건에 대한 과거 검찰권 남용을 조사하는 검찰미래위 진상조사단 활동을 하는 것이 “직무 독립성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공소청 간부의 일침도 나왔다.
김성동 공소청 감찰부장은 공소청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 “공소청 출범이라는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변화가 시작됐으나 검사 직무의 독립성에 심각한 위협이 ‘진상조사단 구성과 활동’이라는 형태로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특히 정성호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미래위와 진상조사단 구성을 지시한 것은 검찰청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이 검찰총장 등 상급자 지시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검찰총장 지휘권을 배제한 지시이므로 검찰청법 8조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 지휘, 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김 부장은 지난 7월에도 검찰미래위 진상조사단 활동이 감찰부장 업무에 해당한다며 업무 충돌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검찰미래위의 진상조사 대상에 이 대통령이 기소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대장동 사건, 성남FC 사건 등 19건이 선정되면서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의혹이 수차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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