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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건넨 시간, 인간은 무엇으로 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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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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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트렌드 노트
일과 사고 대신하자 성취감 언급 급증
직접 겪는 경험·사람 간 관계 중요해져

머니 트렌드 2027
AI 발전, 생산성·노동 가치까지 바꿔
주식시장, 산업 구조적 변화 잘 살펴야

2027트렌드 노트/박현영·김종민·신수정·김정구·이원희/북스톤/2만2000원

머니 트렌드 2027/정태익 외 7명/북모먼트/2만7500원

 

인공지능(AI)이 일과 산업의 판을 바꾸고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2027년, 사람들의 일상과 소비, 인간관계와 자산관리 방식은 어떻게 달라질까. ‘2027 트렌드 노트’와 ‘머니 트렌드 2027’은 서로 다른 시선으로 내년의 변화를 읽어내는 전망서다.

‘2027 트렌드 노트’ 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빅데이터를 통해 한국인의 일상과 욕망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핀다면, ‘머니 트렌드 2027’은 경제·주식·AI 투자·부동산·비즈니스·소비시장의 변화를 분석한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두 책이 공통으로 주목하는 키워드는 AI다. 다만 관심의 초점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AI가 바꾸는 환경에서 인간과 시장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맞춰져 있다.

‘2027 트렌드 노트’는 AI 시대에 성취감·관계·건강·은퇴·위로 등 일상의 변화를 통해 ‘나를 지키는 삶’의 중요성을 짚는다. ‘머니 트렌드 2027’은 AI와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빠르게 바꿀수록 직접 경험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는 아날로그적 소비의 가치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2027 트렌드 노트’는 AI 시대에 성취감·관계·건강·은퇴·위로 등 일상의 변화를 통해 ‘나를 지키는 삶’의 중요성을 짚는다. ‘머니 트렌드 2027’은 AI와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빠르게 바꿀수록 직접 경험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는 아날로그적 소비의 가치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2027 트렌드 노트’ 에서 눈길을 끄는 키워드는 ‘성취감’이다. 책에 따르면 블로그 등에서 연간 약 10만건 수준이던 성취감 언급량은 2024년 약 30만건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100만건에 육박했다. AI가 인간의 작업과 사고를 대신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 변화다. 몇 시간 걸리던 일을 AI가 몇 분 만에 끝내주는 시대에 사람들은 오히려 운동이나 취미처럼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활동에서 만족을 찾는다. 빠른 결과보다 ‘내가 직접 해냈다’는 경험 자체가 중요해지고 있다.

젊은 세대의 노동과 돈에 대한 태도 변화도 주목된다. 13~24세의 아르바이트 경험률은 2023년 기준 49.5%로 2020년보다 9.6%포인트 증가했다. 아르바이트를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니라 자신의 노동 가치를 확인하는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나타난다. 인간관계에서는 ‘손절’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손절 대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관계는 친구지만, 판단의 기준은 단순한 호불호보다 구체적인 행동과 태도에 있다. 약속을 지키는지, 상대를 어떻게 대하는지 등 관계에서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현영·김종민·신수정·김정구·이원희/북스톤/2만2000원
박현영·김종민·신수정·김정구·이원희/북스톤/2만2000원

소비문화에서도 새로운 흐름이 나타난다. 패션·뷰티·인테리어 등에서 중년 남성의 운동과 식생활, 패션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주목받는 현상을 책은 ‘희소한 보편성’으로 설명한다. 흔하지 않았던 존재가 오히려 새로운 보편적 기준으로 떠오른다는 의미다. 은퇴 역시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현실적인 과제가 됐다. 특히 X세대에게 은퇴는 직장을 그만두는 한 시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제3성인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건강관리도 질병 치료에서 벗어나 매일 자신의 상태를 조율하는 ‘컨디션 관리’로 확장된다.

결국 이 책이 바라보는 2027년의 핵심은 ‘나를 지키는 것’이다. AI가 인간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수록 불안을 낮추고 회복을 돕는 서비스와 콘텐츠, 이른바 ‘위로 비즈니스’가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태익 외 7명/북모먼트/2만7500원
정태익 외 7명/북모먼트/2만7500원

‘머니 트렌드 2027’은 같은 변화를 경제와 자산시장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가장 큰 변수 역시 AI다. AI가 단순한 기술혁신을 넘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노동의 가치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분석이다.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면서 노동소득만으로 자산을 늘리는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에 따라 AI를 직접 개발하는 기업뿐 아니라 AI 확산으로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아지는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주식시장 역시 단기적인 등락에만 주목하기보다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스피 급락과 이후의 시장 흐름을 사례로 들어 시장이 움직인 이유와 어떤 산업의 경쟁력이 살아남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설명한다. 부동산 역시 ‘집값이 오르느냐 내리느냐’라는 질문에서 벗어나 금리·공급·인구·지역별 수요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일자리와 기업의 변화도 피할 수 없다. AI가 대신할 수 있는 업무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고, AI를 활용해 자신의 생산성을 높이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부업과 창업 역시 단순한 추가 소득을 넘어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다가올 2027년의 경쟁력은 단순히 더 빨리 움직이는 데 있지 않다. 두 책이 강조하는 것은 AI 시대의 경쟁력이 기술을 따라가는 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몸과 마음의 회복력, 변화에 대응할 경제적 기반처럼 기술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삶의 기반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AI가 인간의 시간을 빼앗는 기술이 아니라 되돌려주는 기술이 되려면, 되찾은 시간을 무엇을 위해 쓸 것인지에 대한 답을 인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결국 두 책이 말하는 경쟁력은 AI보다 빨라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역량을 갖추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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