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최장상승기 같지만
누적 상승률 17.5%… 동기比 2배
내주도 오르면 역대 최장 경신
2년 새 전세 평균 8000만원 올라
월세도 32만원 더 내 부담 가중
“무조건 매매해야죠.”
지난 5월 서울 은평구에 작은 신혼집 아파트를 마련한 A(32)씨는 전세 대신 매매를 택했다. 집값 상승세가 무서워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 할 것 같았다고 한다. 그는 당초 주택 구입 예산을 7억원 정도로 잡고 은평구의 6억원대 아파트를 눈여겨봤다. 하지만 해당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7억7500만원에 사야 했다. 인테리어와 가전 구입용 예산을 대폭 줄이는 등 힘겹게 잔금을 치렀다. A씨는 “전세는 집값이 계속 오르는 시기에 맞지 않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며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더 늦기 전에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85주 연속 오르면서 무주택 서민·중산층의 내 집 마련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 당시 기록한 역대 최장 상승 기간과 같다. 특히, 최근 85주간 누적 상승률은 17.5%로 종전 최장 상승기 당시 7.7%의 두 배를 웃도는 데서 보듯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대출 억제 등 각종 규제 카드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양상이다. 공급 절벽에 전월세 가격 상승까지 맞물려 서울 아파트값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역대 최장 기록을 새로 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27일 한국부동산원의 9월 셋째 주(21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3% 상승했다. 이로써 서울 아파트값은 역대 최장이었던 2020년 6월 둘째 주∼2022년 1월 셋째 주에 이어 다시 한번 85주 연속 상승했다. 다음주에도 오를 경우 새 기록을 쓰게 된다.
문재인정부 때보다 가격 상승폭이 갑절인 점은 더욱 큰 문제다. 장기간 가격이 오른 데다 상승 속도까지 빨라지면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꿈도 그만큼 더 멀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과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등 가뜩이나 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현금 부자가 아니고서야 엄청 불어난 집값을 마련할 길이 좁아진 것이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했던 지역의 집값마저 오르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서울 자치구별로 최근 85주간 누적 상승률을 보면, 성동구가 28.1%로 가장 높았고 송파구 27.2%, 마포구 23.7%, 영등포구 22.2%, 광진구 21.2% 등이 뒤를 이었다. 초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구와 서초구 외에 한강벨트와 비강남권까지 가격 상승세가 번진 것이다. 비교적 싼 아파트가 많은 외곽 지역인 강북구(10.9%)와 노원구(13.5%)의 경우 85주 누적 상승률은 서울 평균에 못 미쳤으나 지난 6월 말 이후 오름폭이 가파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세 계약을 갱신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집을 매수하거나 인접 지역의 전월세 매물을 찾아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서울 중하위 지역의 가격 강세 배경으로 ‘전세 매물 부족’을 꼽았다.
예컨대 관악구 신림현대아파트 25평형은 지난 1월 6억3000만∼6억7000만원 수준이던 호가가 현재 8억원 안팎까지 올랐다.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통화에서 “25평형은 이제 8억원 선을 봐야 한다”며 “전세 물건도 많지 않고 나오면 4억5000만∼5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신림현대가 덜 올랐는데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가격이 빠르게 따라붙는 것”이라고 했다.
신림동에 전세로 사는 B씨(38)는 “2년 뒤 계약이 끝나면 집을 옮겨야 하는데, 그때 집값이 더 올라 있을까 걱정된다”며 “요즘은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나 하는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주택가격 전망지수는 125로 장기평균(107)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박용민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가 높은 수준이라 주택가격 상승 기대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역별로는 서울이 133으로 가장 높고 6대 광역시와 기타는 120 초중반”이라고 부연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가격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평균 전세가격은 6억3662만8000원으로 2년 전 5억5394만6000원보다 8268만2000원(14.9%), 월세가격은 2년 전 132만원에서 지난달 164만1000원으로 32만1000원(24.3%)이나 각각 올랐다.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 자금을 모으려 해도 전월세마저 크게 뛰어 ‘집값을 따라잡기도, 종잣돈을 모으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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