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간단히 조리해 먹는 떡볶이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매콤달콤한 소스와 간편한 조리법이 경쟁력이었다면 최근에는 쌀떡과 밀떡의 식감부터 유명 맛집을 연상시키는 양념, 냉장·냉동·컵 등 제품 형태까지 세분화되는 추세다. 식품업체들도 떡볶이를 단순 분식 간편식에서 한 단계 끌어올리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식품은 최근 ‘식감혁신 본격 떡볶이’ 2종을 출시했다. 쌀떡볶이 마포식과 밀떡볶이 선릉식으로 구성됐으며 2인분 기준 가격은 6480원이다. 기존 제품보다 떡 자체의 식감과 전문점 스타일 양념을 강조한 프리미엄 제품군이다.
차별화의 핵심은 떡이다. 고압으로 반죽을 두 차례 뽑아내는 특허 기술인 ‘이중 압출 공법’을 적용해 반죽 속 기공을 작고 균일하게 만들었다. 풀무원은 이를 통해 탄력과 찰기를 높이고 시간이 지나도 쉽게 굳지 않는 식감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찰감자 유래 성분도 넣어 촉촉함이 유지되도록 했다.
제품별 성격도 확실히 갈랐다. 쌀떡볶이 마포식은 두툼하게 어슷 썬 쌀떡과 물엿을 넣은 진하고 꾸덕한 양념을 조합했다. 밀떡볶이 선릉식은 말랑한 밀떡에 국산 멸치와 디포리로 맛을 낸 칼칼한 국물을 더한 국물 떡볶이 형태다.
풀무원이 떡의 식감을 앞세웠다면 오뚜기는 간편성을 파고들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6월 ‘컵떡볶이’ 오리지널·로제·핫스파이시 3종을 선보였다. 편의점 등에서 간편하게 떡볶이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점을 겨냥한 제품으로, 실온 보관이 가능하다. 오리지널에는 건조 어묵 토핑을 넣고 로제에는 크림분말을 사용하는 등 컵 제품에서도 소스와 부재료를 차별화했다. 여행이나 캠핑, 야식 등 별도의 조리도구를 갖추기 어려운 상황까지 소비 장면을 넓힌 셈이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를 앞세워 떡볶이를 K스트리트푸드 대표 품목으로 키우고 있다. 2023년 떡볶이와 핫도그, 김밥, 김말이, 붕어빵, 호떡을 6대 K스트리트푸드 전략 품목으로 정하고 컵·파우치 형태의 상온 떡볶이와 냉동 제품을 내놨다.
제품 형태도 시장에 따라 달리 가져간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미국 코스트코에 상온 떡볶이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6월부터 미국 대형 유통업체 크로거에서 비비고 냉동 떡볶이를 판매하고 있다. 냉동 제품은 별도로 떡을 씻거나 물 양을 맞출 필요 없이 프라이팬에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쫄깃한 떡 식감을 강조했다. 당시 비비고 떡볶이는 미국과 일본, 호주 등 49개국에 수출되고 있었다. CJ제일제당의 미국 떡볶이 수출액도 2024년 기준 전년보다 약 4배 늘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세븐틴과 협업한 한정판 ‘비비고 컵떡볶이’를 출시하는 등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도 확대했다. 제품 자체의 맛뿐 아니라 K팝과 결합한 마케팅까지 떡볶이 사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동원F&B도 한식 HMR 브랜드 ‘양반’을 통해 떡볶이를 국내외에서 판매하고 있다. 동원F&B는 김과 밥, 국·탕류뿐 아니라 떡볶이 등을 포함해 양반 브랜드 제품을 12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요즘 양반, 요즘 한식’을 내세워 한식 HMR 전반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HMR 시장이 커지는 동시에 소비자 요구가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인용한 국내 기업 공시 등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생산액은 2023년 4조9780억원에서 2024년 6조1070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단순히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보다 외식 전문점 수준의 맛과 식감까지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간편식의 고급화도 빨라지고 있다.
떡볶이는 특히 쌀떡과 밀떡, 국물과 즉석 스타일, 매운맛과 로제 등 취향을 세밀하게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제품 확장이 쉬운 품목으로 꼽힌다. 냉장 제품은 떡의 식감, 컵 제품은 휴대성과 간편성, 냉동·상온 제품은 유통기한과 해외 수출에서 각각 강점을 가질 수 있다.
풀무원 역시 이번 신제품을 기존 대중형 떡볶이와 별도로 운영하는 프리미엄 라인으로 키울 방침이다. 친숙한 맛의 기존 제품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식감혁신 본격 떡볶이’는 떡의 식감과 전문점 풍미를 앞세운 차세대 제품군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결국 간편식 떡볶이 경쟁의 무게중심도 ‘간편함’만으로는 부족한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집에서도 갓 뽑은 듯한 떡의 식감과 전문점 수준의 소스를 구현하고, 컵과 냉동·상온 제품으로 소비 장면을 넓히는 것이 새로운 경쟁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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