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권준영 기자] 12년 전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한국 남녀 농구가 이번에는 일본 안방에서 다시 나란히 정상에 섰다. 여자농구가 핵심 선수들의 공백을 딛고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 농구는 이번 대회에서 또 하나의 금빛 장면을 완성했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26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의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에서 일본을 75-7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전만 해도 한국의 금메달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표팀의 기둥 박지수(청주 KB국민은행)와 에이스 박지현(로스엔젤레스 스파크스)이 모두 빠진 가운데 220㎝ 장쯔위가 버티는 중국을 넘어야 했고, 결승에서는 최근 맞대결 7연패를 안긴 일본을 원정에서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한국은 준결승에서 중국을 꺾은 데 이어 일본까지 잡아내며 금메달을 따냈다.
결승 초반부터 한국의 기세가 매서웠다. 1쿼터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내리 13점을 몰아치며 흐름을 가져왔고, 이해란(용인 삼성생명)이 1쿼터에만 11점을 올리는 활약을 앞세워 27-15로 첫 쿼터를 마쳤다. 2쿼터에도 강이슬(아산 우리은행)의 외곽포와 이해란의 득점이 이어졌고, 이소희(부산 BNK)가 3점 라인보다 한참 뒤에서 던진 ‘딥3’까지 성공시키면서 한국은 42-23, 19점 차로 크게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들어 일본의 반격이 거세졌다. 한국은 3쿼터 강이슬이 3점슛 2개를 포함해 12점을 몰아치며 리드를 지켰지만, 4쿼터 일본이 연속 득점으로 추격하면서 종료 6분27초 전 62-66까지 따라붙었다. 종료 2분15초 전에도 70-66으로 4점 차였고, 경기 종료 16.6초 전 일본에 자유투 2개를 내준 뒤 골밑 득점까지 허용하면서 종료 15초 전 72-70, 단 2점 차로 좁혀졌다.
승부를 끝낸 것은 강이슬의 손끝이었다. 종료 14초 전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킨 강이슬은 일본의 마지막 공격까지 막아내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이해란이 24점 9리바운드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고 강이슬이 21점 7리바운드, 이소희가 16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강이슬에게 이번 금메달은 국가대표로 걸어온 시간의 결실이기도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은메달을 따냈고, 2022 항저우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세 번째 아시안게임에서 마침내 금메달까지 품었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강이슬은 “아시안게임 금·은·동 컬렉션을 다 모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12년째 국가대표로 뛰면서 늘 자부심을 느끼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뛰었다”면서 “결과적으로 금메달을 따냈고, 우리를 향한 주변의 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경기를 많이 보여드린 것 같다. 여자농구가 한 단계 도약할 타이밍이 온 것 같아 개인적으로 굉장히 뜻깊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을 이끈 힘을 묻자 강이슬은 자신의 활약보다 동료들의 역할을 먼저 꼽았다. 그는 “지수와 지현이가 빠진 공백을 한두 명이 메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모든 선수가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안고 뛰어주길 바랐는데, 특히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제 몫을 해준 게 컸다”고 돌아봤다. 이어 “해란이와 소희가 너무 잘해줬고, 진안도 지수가 없는 상황에서 혼자서 묵묵히 골밑을 훌륭하게 버텨줬다. 모든 선수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강이슬은 결승 하루 전 중국과의 준결승에서도 4쿼터에 8연속 득점을 올리며 승부처를 장악했다. 결승을 앞두고도 그는 선수들에게 건넨 말을 떠올리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 오늘 우리가 무조건 이길 것 같다.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담 없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품고 임한 것이 코트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농구 전체로 시선을 넓히면 이번 우승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지난 20일 남자 대표팀이 먼저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여자 대표팀까지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남녀 5대5 동반 우승을 다시 달성했다. 남자 3대3 대표팀도 금메달을 따냈고 여자 3대3 대표팀은 동메달을 보태면서 이번 대회 한국 농구는 5대5와 3대3을 통틀어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강이슬은 이번 우승이 대회가 끝난 뒤에도 여자농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그는 “이번 우승을 계기로 많은 분이 여자농구에 더 큰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단순한 관심에 그치지 않도록, 선수들도 소속 리그에서 책임감을 품고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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