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9점·이동근 6리바운드…막판 연속 2점슛으로 승부 갈라
11월 KBL 드래프트 앞둔 선수들…병역 혜택 안고 프로·성인대표팀 도전
[나고야=권준영 기자] 아직 프로 무대를 밟지 않은 대학생 4명이 한국 3대3 농구의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만들어냈다. 평균 나이 21.7세인 이들은 자신들보다 평균 신장이 7.5㎝ 큰 카타르를 상대로 신체 조건의 열세를 뛰어넘었다.
배길태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3대3 농구 대표팀은 25일 일본 나고야 긴조후토역 광장 특설 코트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카타르를 19-10으로 꺾었다. 3대3 농구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처음 도입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한국은 2022년 항저우 대회에서 4위에 그친 뒤 이번에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표팀의 가장 큰 특징은 프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주영(연세대), 김승우(연세대), 이동근(고려대), 구민교(성균관대) 등 대학생 4명으로 팀을 꾸렸다. 배 감독은 프로 선수 대신 이 조합을 선택했다.
결승에서 한국은 평균 신장 2m에 달하는 카타르와 맞섰다. 한국은 신장 차이에 흔들리지 않고 수비에서 상대를 압박했다. 카타르의 턴오버를 9개 끌어내는 동안 한국의 실책은 1개에 불과했다. 리바운드에서도 16개를 확보해 카타르의 17개와 맞섰다.
승부처에서는 외곽포가 터졌다. 한국은 11-6으로 앞선 종료 1분29초 전 이동근과 이주영이 연속으로 2점슛을 성공시켜 15-7로 달아났다. 종료 24.7초 전 이주영의 외곽슛에 이어 4.6초 전 이동근의 돌파까지 나오면서 승리를 굳혔다.
이주영이 9점으로 양 팀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이동근은 6리바운드와 3점을 올렸다. 김승우는 5점·4리바운드, 구민교는 2점·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주영은 “상대 10번이 에이스라서 내가 득점을 못 해도 저 선수만큼은 끈질기게 괴롭히겠다고 마음먹고 죽을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승우는 경기 흐름이 자신들에게 넘어오는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카타르 선수들이 지쳐가는 게 보였다”며 “우리는 체력적으로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걸 코트 위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5대5 대표팀의 우승도 이들에게 자극이 됐다. 한국 남자 5대5 대표팀은 앞서 일본을 꺾고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김승우는 “5대5 대표팀 형들이 간절하게 뛰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뛰면 우리도 절대 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형들이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주목한 또 한 명의 대표팀 선수는 이현중(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이었다.
주장 이동근은 26일 나고야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이현중 선수처럼 되고 싶다”며 “농구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인드와 멘털이 좋은 것 같다. 에이스지만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파이팅도 불어넣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승우는 “이현중 선수가 국가대표팀에서 뛰는 것을 보고 자세가 남다르다고 느껴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경기장 안에서 에너지 레벨이나 수비하는 자세가 특히 그렇다”고 했다.
이주영은 허훈(부산 KCC)을 오래전부터 롤모델로 삼아왔다면서 이현중에 대한 존경심도 나타냈다. 구민교 역시 코비 브라이언트와 이현중을 롤모델로 꼽으며 “강한 멘털과 태도가 농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 선수에게 3대3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모두 5대5 농구를 해온 만큼 코트와 경기 방식, 공과 수비 방법이 달랐다. 실내 코트에 익숙했던 선수들이 폭염 속 야외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도 부담이었다.
배 감독은 이런 차이를 감수하면서도 선수들의 조합을 믿었다. 그는 “프로 선수들을 선발할 수도 있었지만 이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좋은 조합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3대3은 짧은 시간 동안 공격과 수비를 쉴 새 없이 반복해야 한다. 배 감독은 “10분 안에 40분 뛰는 것과 같은 에너지를 쏟아내야 한다”며 “선수들의 기량을 고려한 것은 물론 3대3에 필요한 기세 있는 수비를 할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준비 과정에서 세운 목표도 분명했다. 배 감독은 “우리 콘셉트가 ‘말도 안 되게, 가장 높은 곳에서 하이파이브를 하자’는 것이었다”며 “그만큼 처절하게 준비했고 선수들이 과정을 잘 지켜줘서 결과로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리스펙트’한다”고 말했다.
이제 네 선수는 11월 한국프로농구연맹(KBL) 드래프트에 참가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도 받게 됐다. 대학 무대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와 성인 국가대표라는 다음 목표에 도전할 차례다.
김승우는 “시간을 번 만큼 누구보다 간절하게 준비해서 대한민국 농구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구민교도 “성인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며 “우리 넷이 뛰면 최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승을 마친 이동근은 “코트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들어갔는데, 끝나고 이렇게 기뻐하는 걸 보니 아직 힘이 좀 남아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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