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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육의 끝을 없애자, 평생교육부터 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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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산업과 일자리의 구조를 바꾸면서 한 번 배운 지식만으로 평생을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교육의 대상도 달라졌다. 학생과 청년뿐 아니라 직장인, 중장년, 노년층 모두에게 새로운 배움이 필요하다.

 

교육의 대상이 확대됐다면 국가의 교육책임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국가의 교육정책은 학교 교육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초·중등교육과 대학을 거치면 교육이 사실상 끝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인공지능 시대에는 교육이 학교에서 끝날 수 없다. 교육은 이제 생애 전체를 관통하는 국가의 기본 인프라가 돼야 한다.

 

류수노 전 방송대 총장
류수노 전 방송대 총장

이런 관점에서 최근 제기되는 지방국립대 무상교육 논의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방국립대 육성은 지역소멸과 교육격차를 완화하는 중요한 정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상교육의 대상을 특정 대학에 한정하는 것만으로 미래교육의 방향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을지는 따져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을 무상으로 할 것인가’가 아니라 ‘국가가 어떤 교육을 책임질 것인가’​이다. 청년은 새로운 직업을 위해 배워야 하고, 직장인은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중장년층은 직업전환과 재취업을 준비해야 하며, 은퇴 이후에도 새로운 삶을 위해 배움이 필요하다. 고령층에도 디지털과 문화·생활교육이 필요하다.

 

이제 교육은 특정 연령대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물론 개인의 자기계발과 교육에 대한 책임은 중요하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교육의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만 맡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가가 평생학습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다. 국가 경쟁력과 미래를 위한 투자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는 교육격차가 곧 기회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력이 있는 사람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쉽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국가가 평생교육의 기본적인 기회를 보장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평생교육의 어디까지 국가가 책임져야 할까. 모든 교육을 일률적으로 무료화하자는 뜻은 아니다.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에 필요한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무상교육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첫째는 기초교육이다. 문해교육과 기초수학, 디지털 문해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능력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둘째는 디지털·AI 교육이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누구나 기본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민 공통의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는 직업전환·재취업 교육이다. 산업 변화로 직업을 바꾸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국민에게 재교육과 직업훈련의 기회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넷째는 국가전략산업 교육이다. AI·반도체·바이오·로봇 등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의 교육기회를 보다 넓혀야 한다.

다섯째는 생애 전환기 교육이다. 취업과 이직, 출산과 육아, 은퇴 등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에 필요한 교육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부터 단계적으로 무상화한다면 평생교육은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핵심 교육정책이 될 수 있다.

 

평생교육 무상화는 모든 교육을 무료로 하자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시대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교육을 국가가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하자는 것이다.이를 위해 국가가 국민에게 일정 규모의 평생교육 학습권을 보장하고, 공공성이 높은 교육부터 국가가 비용을 책임지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방국립대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의 교육책임을 특정 대학이나 특정 연령층에만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학생에서 청년으로, 청년에서 중장년과 노년으로 교육의 대상을 넓혀야 한다.

 

교육의 대상이 평생으로 확대된 시대라면 국가의 교육책임 역시 평생으로 확대돼야 한다. 학교에서 시작한 교육이 학교에서 끝나지 않는 나라. 누구나 필요할 때 다시 배울 수 있는 나라. 변화로 일자리를 잃더라도 새로운 교육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라.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야 할 교육국가의 모습이다.

 

류수노 전 방송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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