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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공회당’ 꿈꾸던 옛 대전부청사 복원사업 ‘급제동’…대전 근대문화유산 수난사 되풀이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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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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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공회당(公會堂)’으로 재탄생을 앞두고 있던 대전 대표 근대건축물인 옛 대전부청사(첫 대전시청사)가 또다시 방치될 위기에 놓쳤다.

 

대전시가 민선8기 당시 옛 대전부청사 매입 과정 절차를 들여다 보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원형복원사업은 2년 여만에 일시 중단됐다. 정권에 따라 정책 결정이 달라지면서 대전 근대문화유산의 수난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42년 9월 이전한 대전부청사에 해방 후 미군정청이 들어 왔다. 대전시 제공
1942년 9월 이전한 대전부청사에 해방 후 미군정청이 들어 왔다. 대전시 제공

25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옛 대전부청사 복원 사업이 장기 재검토 사업으로 분류되면서 본공사를 앞두고 사업이 잠정 중지됐다. 

 

2023년 3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안이 확정된 옛 대전부청사는 이듬해 12월 내부해체 공사에 들어갔다. 복원에 앞서 원형 조사를 위한 해체 작업을 마치고 설계용역도 마무리 단계였다. 

 

올해 본공사에 들어가 2027년 12월 개관 예정이었으나 완공 시점은 안갯속이다. 국가등록문화재 지정해 근대문화유산 도시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도 제동에 걸렸다. 시는 사업 재원과 추진 시기, 건물 관리방안 등을 담은 변경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옛 대전부청사 옥상에서 시민들이 시내를 조망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옛 대전부청사 옥상에서 시민들이 시내를 조망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전시 옛 대전부청사 매입가 적정성 논란 왜  

 

옛 대전부청사 복원 공사가 유보된 이유는 ‘매입가 적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다.   

 

대전시는 연면적 2323㎡(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인 옛 대전부청사를 2024년 1월 민간소유주에게서 342억원에 사들였다. 앞서 2023년 3월 옛 대전부청사를 시가 직접 사들여 보존·활용키로 결정한 후 같은 해 11월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 통과 후 감정평가까지 거쳐 책정된 매입가이다. 매입가 외에 복원 및 리모델링 등에 80억원이 추가로 소요되면서 총사업비는 440억원으로 늘었다. 전액 시비이다. 

 

지난 6월 민선9기 대전시장직인수위원회는 2020년 6월 민간 소유주의 매입가인 126억3300만원보다 3배 가까이 높은 342억원에 재매입한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대전관광공사 사옥 이전, 대전사회복지회관 부지 매입과 함께 옛 부청사 매입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전시의회는 이달 ‘공공재산 정상화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전시 공공재산 사업 추진 과정 점검에 돌입했다. 

 

하경옥 위원은 “최초 민간 매입가인 126억원에서 4년 만에 3배 가까이 높은 342억원에 대전시가 사들인 점에 대해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면서 “민간소유주의 철거와 재개발 압박에 대전시가 휘둘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옛 대전부청사 과거 모습(오른쪽)과 현재 모습. 대전시 제공
옛 대전부청사 과거 모습(오른쪽)과 현재 모습. 대전시 제공

대전시 관계자는 “매입가 협의는 행정안전부의 공유재산의 취득 기준을 따랐고 감정평가액은 한국감정평가사협의회에 추천을 의뢰해 진행했다”며 “2020년 경매가는 8차례 유찰 가격으로 정상 시세가 반영되지 않아 단순 비교가 어려우며 2022년 토지정보과 감정평가액보다 약 11억4000만원 감액됐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 ‘새로운 공회당’으로 재탄생 앞뒀지만    

 

옛 대전부청사는 오랜 세월 속에 부침을 거듭해 왔다. 

 

1937년 준공된 이 건물은 희소성이 큰 근대 모더니즘 건축양식으로 학계에서 중요성을 인정받아왔다. 대전부청사는 대전이 1935년 읍에서 부로 승격한 뒤 1938년 건립한 청사다. ‘대전부’는 일본식 표기로 ‘광역시’를 일컫는 말이다. 

 

당시 신문은 대전시내 가장 높은 건물이자 최첨단 스마트한 근대미를 강조하는 건물이라고 대대적인 보도를 했다. 설계자는 조선총독부 기사로 옛 충남도청사(현 대전근현대사전시관)를 그려낸 일본인 사사 게이치다.  

 

1959년 대전시청(1949년 대전부에서 대전시로 변경)이 대흥동으로 이전할 때까지 1층은 부(시)청, 2층은 상공회의소, 3층은 공회당 등으로 사용됐다. 

옛 대전부청사 3층 공회당 모습. 궁륭형 우물반자 천장과 길쭉하게 난 통창, 영사실 흔적 등이 보인다. 강은선 기자
옛 대전부청사 3층 공회당 모습. 궁륭형 우물반자 천장과 길쭉하게 난 통창, 영사실 흔적 등이 보인다. 강은선 기자

지난해 6월 대전시는 시민설명회를 열고 옛 부청사를 최초 기능인 공회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대전공회당’으로 조성하겠다는 활용안을 내놨다. 

 

공회당은 일제강점기 지역 유지들의 사교공간인 ‘구락부(俱樂部)’에서 출발해 3·1운동을 전후로 지역 주민의 주권의식과 사회참여를 상징하는 공론장으로 발전했다. ‘공회’라는 단어 자체가 참여와 집회, 공공성을 뜻하는 근대 신조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시는 과거 대전공회당의 구조와 기능을 현대적으로 계승해 층별 쓰임새를 정했다.

 

1층은 지역 브랜드와 청년 공간으로, 2층은 1930~40년대 ‘대전구락부’를 재현한 콘셉트 카페와 팝업 전시장, 3층은 350석 규모의 강연·공공집회 공간, 4층 옥상은 시민 휴식 공간으로 개방한다. 원상 복원 시기는 원형을 대체로 잘 유지했던 1966년 대전청소년회관 때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건물 정면의 겉면엔 원래대로 큰 통창과 출입구 캐노피를 복원한다. 뒷면도 완전히 노출시켜 옥상으로 가는 개방형 계단 등을 다시 살린다. 2층의 몰딩과 바닥도 원상대로 가며, 3층 공회당 천장인 ‘우물형반자’도 원형복구와 함께 보존처리해 문화재로써의 가치를 되살린다. 

 

대전시 관계자는 “옛 부청사 복원 핵심은 문화유산의 고식적 활용에서 벗어나 지역경제와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한편 과거의 용도를 현대적으로 계승해 기능까지 복원한 활용”이라고 말했다. 

 

◆대전 근대문화유산 수난사 되풀이되나 

 

옛 부청사는 민간에 매각된 뒤로는 문화재 원형을 점점 잃어왔다. 1972년 사유재산이 된 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 부청사는 수차례 철거 위기에 놓였다. 

 

1996년엔 삼성화재가 건물을 인수해 사용하다 2016년에 건설사, 2020년엔 세종시 소재 민간기업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후 공실 상태로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되다 2022년 민간소유자는 주상복합건물로 재개발 하기 위해 시에 철거 계획을 제출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문화계 등을 중심으로 시가 직접 매입해 존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옛 대전부청사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 한 후의 조감도. 대전시 제공
옛 대전부청사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 한 후의 조감도. 대전시 제공

대전시는 같은해 7월부터 본격 매입 절차를 추진했고 이듬해 매입을 결정했다. 옛 대전부청사는 이렇게 52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옛 부청사 뿐 아니라 대전의 근현대 건축유산은 수난시대를 겪어왔다.  

 

재개발을 이유로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이 민간에 매각된 후 철거되거나 관리부재로 훼손되는 사례가 잇따랐으나 시는 문화유산 관리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앞서 시 등록문화재였던 ‘뾰족집’(1929년 지어진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 주거 건축물)과 옛 산업은행 건물은 민간에 매각된 후 철거되거나 훼손됐다. 

 

1970년대에 세워져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센터였던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는 재개발로 각각 2008년, 2009년에 철거됐다. 목동선교사 사택 역시 재개발로 2019년에 해체됐고 옛 대전형무소 관사 자리엔 공영주차장이 들어섰다.  

 

옛 대전부청사 복원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되자 관할지역인 대전 중구는 원도심 활성화 등을 이유로 사업의 지속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구 관계자는 “대전시의 사업 조정이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경우 지역 간 기반시설 격차가 심화하고 주민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중구 소외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업의 토지보상과 공정률 등을 고려할 때 장기간 중단됐다가 재개될 경우 공사비 상승 등으로 총사업비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어 대전시의 재정 건전성 확보 기조에도 역행할 수 있다”고 사업 연속성 확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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