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권한에 끊이지 않는 통제 압박
금융위 경영평가에 성과급 갈리는 기관들
최근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를 두고 농협중앙회 산하 한 금융계열사 직원의 반응이다. 농협중앙회는 농업협동조합법에 근거해 회원 조합들이 출자해 만든 연합체로, 정부가 소유한 조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매년 지정하는 공공기관 명단에 오른 적이 없지만,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공공단체’까지 이전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한 관련 특별법 조항으로 인해 꾸준히 이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대중의 인식과 달리 법적으로 민간기업 성격을 띠는 주요 금융기관들이 이전 대상에 오르내리면서, 이들의 설립 배경과 조직 성격에 관심이 쏠린다.
◆‘관치금융’ 막으려 민간으로 설계된 금감원
금융정책과 감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조직 형태는 공공과 민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두 기관은 ‘금융당국’으로 묶여 불리지만 성격은 확연히 다르다. 금융위는 국무총리실 산하 중앙행정기관으로 직원이 모두 공무원이다. 반면 금감원은 1999년 1월2일 은행·증권·보험감독원이 통합돼 출범한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일반 주식회사처럼 주주가 출자한 자본금이 있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따라 국가가 설립한 조직이라는 의미다.
이런 형태를 갖추게 된 배경에는 1997년 외환위기가 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감독 기능이 정부 부처 안에 속할 경우 민간 금융회사가 정치권의 입김에 흔들리는 이른바 ‘관치금융’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감독 업무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금감원을 철저한 민간기구 형태로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가 수용되면서 금감원 운영 예산은 세금이 아닌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이 매년 내는 3500억원 안팎의 감독분담금으로 충당하는 구조가 정착됐다.
형태상 민간기구지만 금감원은 금융회사 인허가와 현장 검사, 제재 등 사실상의 공적 권한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조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사를 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되기도 했다. 실제로 2007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독립성 훼손 논란 끝에 2009년 해제된 바 있다. 최근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에서 금감원 같이 민간 성격을 띤 기관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것도 이런 공적 지위와 무관하지 않다.
◆돈 버는 주식회사지만 성과급은 당국 손에
한국거래소(KRX) 역시 공공과 민간의 경계에 놓인 특성을 띤다. 거래소는 주요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주주로 참여해 세운 명백한 주식회사다. 상장 수수료와 주식 및 파생상품 매매 체결 수수료, 시장 정보 판매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2009년 ‘방만 경영’을 이유로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2015년에야 지정에서 해제됐다.
다만 해제에는 조건이 붙었다. 금융위는 지정을 풀어주는 대신 거래소와 경영협약을 맺어 예산 집행과 임직원 인건비, 조직 운영 전반을 계속 관리하기로 했다. 매년 금융위로부터 경영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임직원 성과급 규모가 정해지는 구조도 이때 자리 잡았다. 자체 영업으로 이익을 내는 주식회사이면서도, 그 이익을 나누는 방식은 금융당국의 평가에 좌우되는 셈이다.
올해 발표된 금융위의 경영평가 결과는 이 같은 구조를 체감하게 한 사례로 꼽힌다. 그동안 최우수(S)나 우수(A) 등급을 받아온 거래소는 2025년도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등급이 두 단계 떨어지면서 직원 성과급은 기본급의 200% 수준에서 100%로 줄었고, 기관장과 임원 연봉도 함께 깎였다. 지난해 발생한 전산 장애가 감점 요인으로 꼽혔지만, 같은 기간 연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67% 늘어난 7089억원을 기록한 점을 들어 감점 폭이 과도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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