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해외 순방 때 이용해온 비행기는 미국산이다. 중국은 자체 개발 여객기로 보잉과 에어버스가 장악한 시장에 도전하고 있지만, 정상의 장거리 이동에는 아직 미국 보잉사의 대형 항공기를 활용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시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미·중 정상이 모두 보잉 747 계열 항공기를 이용한다는 점을 짚었다. 중국 관영매체와 공식 발표에서 ‘전용기’로 불리는 시 주석의 항공기는 미국의 ‘에어포스원’보다 운용 실상이 덜 알려져 있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중국은 이전부터 중국국제항공의 보잉 747-400을 개조해 해외 방문에 활용해왔다.
인도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시 주석이 장거리 해외 순방에 이용해온 항공기는 보잉 747-8I를 개조한 기체다.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도색을 유지하고 있으며 등록번호는 ‘B-2479’다. 이 매체는 해당 항공기가 국가원수 전용으로 사용되도록 2016∼2017년 무렵 개조와 시험을 거쳤다고 전했다.
중국이 상용화한 국산 여객기 C919는 보잉 737 맥스, 에어버스 A320 계열과 경쟁하는 기종이다. 중국상용항공기(COMAC)가 개발한 C919는 객실 통로가 하나인 항공기로, 장거리용으로 개발 중인 C929와는 규모와 항속거리가 다르다. 중국 관영 중국신문사가 지난해 파리 에어쇼를 계기로 소개한 제원에 따르면 C919의 좌석 수는 158∼192석, 항속거리는 4075∼5555㎞다.
중국이 장거리 시장을 겨냥해 개발하는 기종은 C929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COMAC은 2024년 중국국제항공을 C929의 첫 고객으로 발표하면서도 주문 대수나 인도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제시한 항속거리는 1만2000㎞로, 보잉 787과 경쟁하는 급이다. 올해 2월 싱가포르 에어쇼에서도 C919는 비행에 나섰지만 C929는 모형으로 전시됐으며, 로이터는 C929가 상세 설계 단계라고 전했다.
미국은 카타르가 제공한 보잉 747-8을 대통령 수송용으로 개조해 운용하고 있다. ABC방송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월1일 이 항공기를 타고 노스다코타주를 방문했다. 지난해 카타르가 제공한 약 4억달러 상당의 항공기로, 제작된 지 약 14년 된 기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탑승 당시 기존 전용기가 35∼36년 됐다며 다른 나라의 새 비행기 옆에 서 있는 모습이 미국에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카타르 항공기의 투입 배경에는 차세대 전용기 인도 지연이 있다. 로이터는 6월 보도에서 보잉이 2018년 체결한 39억달러 규모의 고정가격 계약에 따라 대통령 전용 747-8 두 대를 개조하고 있지만, 사업이 당초 일정에서 4년 늦어졌다고 전했다. 당시 예상 인도 시점은 2028년 중반이었다. 카타르가 제공한 항공기는 이 두 대가 도입될 때까지 공백을 메우는 용도다.
대통령을 태우려면 보안·통신 장비도 손봐야 한다. 로이터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카타르 항공기를 개조하는 데 도청을 막기 위한 통신 체계와 미사일 방어 능력 등의 보강이 필요했다고 보도했다. 개조는 방산업체 L3해리스가 맡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작업을 서두르면서 기존 전용기 수준의 보안을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미 공군은 대통령 임무에 요구되는 기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기내에서는 취재진 좌석도 달라졌다. 첫 비행에 동승한 ABC 취재진은 기자석에 완전히 누울 수 있는 좌석 14개가 설치됐다고 전했다. 가죽 좌석에는 허리 지지대와 마사지 기능이 있었고, 기내는 베이지색과 갈색 계열에 금색을 더해 꾸몄다. 다만 취재진은 비행 중 기자석 구역에 머물렀으며 항공기 내부 전체를 둘러보지는 못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일본은 2019년 4월 정부 전용기를 보잉 747-400에서 777-300ER 두 대로 바꿨다. 일본 항공 전문매체 에비에이션 와이어에 따르면 새 전용기는 민간 항공기를 스위스의 제트에이비에이션이 개조한 것이다. 엔진은 4개에서 2개로 줄었지만 연비가 개선됐고, 항속거리는 약 1만2600㎞에서 1만4000㎞로 늘었다.
일본 정부가 제시한 선정 조건은 구체적이었다. 편도 약 13시간이 걸리는 미국 동해안까지 중간에 내리지 않고 비행할 수 있어야 했다. 귀빈실과 집무실 등 요인 수송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할 공간도 요구했다. 여기에 일본 항공사가 장기간 정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매체는 일본 항공사들이 747 여객기를 퇴역시킨 점을 교체 배경으로 설명했다. 신형인 747-8 여객형도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 모두 운용하지 않아 국내 항공사의 장기 정비라는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반면 777-300ER은 두 항공사가 장거리 국제선에서 10년 이상 운항한 실적이 있었다. 정부 전용기 교체와 함께 정비·교육 위탁 업체도 JAL에서 ANA홀딩스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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