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우동집도 “현금만”…대형 체인·경기장 매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일본 2025년 캐시리스 결제 58%…162조7000억엔, 2030년 65% 목표
[나고야=권준영 기자] “혹시 여기 카드 결제 되나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취재를 위해 지난 18일 일본 나고야에 들어온 뒤, 식당을 찾을 때마다 기자가 가장 먼저 건넨 말이다.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 비율이 60%에 육박한다는 통계만 보면 현금 없이도 큰 불편이 없을 것 같았지만, 나고야의 골목 식당에서 마주한 모습은 달랐다. 작은 식당일수록 결제 수단의 선택지가 좁았다.
입국 후 일주일 동안 가나야마역 인근 라멘집과 우동집, 일반 음식점 등 10여곳을 찾아봤다. 혼자 식사하기 편한 곳을 중심으로 둘러봤지만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곳이 적지 않았다. 숙소가 있는 히가시베쓰인역 일대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이어졌다. 식권을 먼저 구매하는 방식의 음식점에서는 현금이 없으면 주문 자체가 불가능했다.
반면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데니즈(Denny’s)와 맥도날드, 편의점에서는 카드 한 장으로 결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도 사정은 같았다.
기계체조 경기가 열린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종합체육관 레인보우홀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경기장 내 식당에서 식권 발매기에 카드 결제 기능이 없어 현금만 사용할 수 있었다. 국제 스포츠대회가 열리는 경기장에서도 매장에 따라 결제 방식이 달랐다. 일본의 캐시리스 전환 속도가 장소와 매장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동인구가 많은 교통 거점이라고 해서 이 간극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가나야마역은 JR도카이, 메이테쓰, 나고야시영 지하철 등이 만나는 나고야의 대표적인 교통 거점이다. 나고야시에 따르면 가나야마 종합역은 하루 약 48만명이 이용하는 중부권 2위 규모의 교통 결절점이다. 중부국제공항과도 연결돼 통근·통학객뿐 아니라 관광객의 발길도 잦다.
그런 가나야마역 주변에서도 매장별 차이는 그대로였다. 라멘집과 우동집 등 소규모 음식점에서는 현금 결제가 필요한 곳이 있었지만, 인근 맥도날드에서는 카드 결제가 가능했다. 유동인구가 많고 외국인 방문객이 잦은 교통 거점에서도 결제 방식은 점포에 따라 달랐다.
현지 시민들의 일상에서도 이런 체감이 나타났다. 직장인 A씨는 “평소 현금과 카드를 함께 사용하지만, 카드 결제가 되는 곳이라면 굳이 미리 현금을 뽑아둘 필요가 없어 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카드가 되는 곳이 늘어난 것은 느끼지만, 오래된 식당이나 작은 가게에서는 현금만 받는 경우가 아직 있다”며 “그래서 외출할 때는 혹시 몰라 현금을 조금씩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C씨는 “가나야마역은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카드 결제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편”이라며 “역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 카드 결제가 가능한 매장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체감한 ‘캐시리스의 빈틈’은 일본 전체의 결제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25년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 비율은 58.0%로 집계됐다. 캐시리스 결제액은 162조7000억엔에 달했다. 2024년 국내지표 기준 51.7%에서 6.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일본 정부는 국내지표 기준으로 2030년 65%, 장기적으로는 8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캐시리스 결제 가운데서는 신용카드의 비중이 가장 컸다. 신용카드 결제액은 134조6000억엔으로 전체 캐시리스 결제액의 82.7%를 차지했다. 코드결제는 16조6000억엔(10.2%), 전자화폐는 6조엔(3.7%), 직불카드는 5조5000억엔(3.4%)이었다.
다만 58.0%라는 숫자를 ‘일본 매장의 58%에서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경제산업성이 산출하는 캐시리스 결제 비율은 소비자가 지출한 전체 결제액 가운데 캐시리스 결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매장 수나 결제 건수를 기준으로 한 비율이 아니다. 경제산업성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25년부터 캐시리스 결제 건수를 참고정보로 함께 공개하기 시작했다.
결제액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통계의 특성상 대형 유통점이나 체인점의 결제액이 커질수록 전체 비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경제산업성은 개인 음식점(음식점 체인 제외)을 캐시리스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 음식점 체인의 캐시리스 이용률은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소규모 음식점의 캐시리스 이용률이 낮은 배경으로는 가맹점 수수료와 결제 인프라 비용 부담 등을 들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중소 가맹점과 결제사업자 간 협상을 촉진하고 결제사업자 간 경쟁을 높이기 위해 카드 수수료와 관련한 정보를 공개해 왔다. 2024년 가을 이후에는 여러 민간 사업자가 중소기업 대상 저수수료 상품을 내놓았지만, 경제산업성은 현재까지 그 확산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가맹점들이 수수료 협상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인지도도 높지 않았다. 경제산업성이 실시한 가맹점 실태조사에서 인터체인지 피를 수수료 협상 자료로 활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가맹점은 1.9%에 그쳤다. 인터체인지 피 자체를 알고 있다는 응답도 14.7%에 불과했다. 저수수료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실제 점포가 활용하기까지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이유를 모두 수수료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매장 규모와 운영 방식, 단말기 설치 여부, 이용객 특성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같은 역세권에서도 카드와 현금이 공존하는 모습은 일본의 캐시리스 전환이 매장 규모와 업종에 따라 서로 다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자 역시 지갑에 현금을 넣어두게 됐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취재기자들에게 지급한 IC카드에 충전된 9000엔을 모두 쓴 뒤에는 결국 현금 1만엔을 추가로 인출했다. 카드 결제가 가능한 식당만 찾아다니는 것보다 현금을 챙겨두는 편이 식당 선택의 폭이 넓었다. 21일 1만엔을 인출한 데 이어 24일에는 다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아 2만엔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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