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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세계는 5개국보다 커”… 유엔 안보리 P5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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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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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이사국 ‘거부권 오남용’ 질타 목소리
“러시아 반대 탓에 러·우 전쟁 해결 못해”
유엔, ‘경찰→무장 강도’ 돌변에 속수무책

“세계는 5개국보다 크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을 겨냥해 던진 말이다. 흔히 ‘P5’로 불리는 상임이사국은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다섯 나라다. 이들은 안보리의 의사 결정을 무력화할 수 있는 거부권(Veto Power)을 갖고 있어 유엔의 핵심 실세로 통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23일(현지시간)로 이틀째를 맞은 유엔 총회 일반 토의에는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이 참여해 연설했다. 이들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5대 상임이사국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현 유엔 체제를 고강도로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엔 전체 회원국) 190여개 나라의 의지가 5개국의 변덕에 좌우되는 체제는 공정하지도 않고, 신뢰를 온전히 구축할 수도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보리는 반드시 ‘세계는 5개국보다 크다’는 원칙에 따라 개혁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안보리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에 대한 유엔의 나약한 대응을 성토하며 “우리 모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안보리의 무대응에 인질로 잡혀 있다”는 말로 안보리 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 역시 “안보리가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을 모두 늘려 정당성과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라질과 일본은 인도, 독일과 더불어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대표적 국가들이다. 안보리 개편에는 유엔 헌장 개정이 필요하나, 그 또한 기존 상임이사국들 중 어느 한 나라만 반대해도 실현이 불가능하다.

유엔 본부 건물 안 안보리 회의장에서 회의가 열리고 있다.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되는 안보리는 유엔의 여러 기구들 가운데 가장 힘이 세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엔 본부 건물 안 안보리 회의장에서 회의가 열리고 있다.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되는 안보리는 유엔의 여러 기구들 가운데 가장 힘이 세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엔의 여러 기구들 가운데 가장 권한이 센 안보리는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5대 상임이사국을 제외한 나머지 10개국은 유엔 총회에서 2년 임기로 선출된 비상임이사국이다.

 

유엔 내부에서 안보리와 그 상임이사국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결정적 계기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었다.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 유엔 회원국들이 군사력 동원 등 강제 조치를 취하려면 안보리 결의가 필수적인데, 러시아는 해당 안건이 안보리 회의에 제출될 때마다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용한 거부권 행사로 이를 차단했다.

 

총기를 휴대한 경찰관이 제복을 벗고 무장 강도로 돌변하는 순간 이를 막을 수 없어 질서가 붕괴하는 현실을 러시아가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2차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남긴 회고록에 의하면 창설을 앞둔 유엔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거부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1945년 2월 얄타 회의에서 결정됐다.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그 도입을 강력히 요구했다. 처칠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그에 따라 어떤 사안에서 상임이사국 중 단 한 나라만 반대해도 안보리는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되었다.

 

강대국들에게 무한대의 엄청난 특권을 부여한 셈이다. 강대국이 아닌 유엔 회원국들의 뻔히 예상되는 반발과 비난이 신경쓰였던 것일까. 처칠은 회고록에 “(거부권 도입의) 결과는 후세가 판단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지금 많은 국가들이 몇몇 강대국의 거부권 오남용을 비판하며 거부권 제도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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