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입소 전 가족 돌봄 27.3개월…생업 부담에 결국 포기
집에서 모셔도 연 1734만원 지출…3분의 2는 순수 돌봄비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선다. 환자가 늘면서 가족이 감당해야 할 돌봄 시간과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치매 환자를 장기간 돌보는 가족들은 생업과 일상을 줄이면서까지 간병을 이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수 태진아도 치매를 앓는 아내를 7년째 돌보면서 최근 외부 활동을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2일 공개된 유튜브 콘텐츠에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시간을 맞춰 아내의 약을 챙기고 직접 일상생활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률 떨어졌는데 환자는 늘었다…올해 추정 약 101만명
보건복지부가 2023년 치매역학조사 결과와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토대로 산출한 결과, 올해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는 약 101만명이다.
지난해 추정치 약 97만명에서 4만명가량 늘었다. 2044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가 늘고 있지만, 치매에 걸리는 비율 자체가 높아진 것은 아니다.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2016년 9.50%에서 2023년 9.25%로 오히려 0.25%포인트 낮아졌다.
환자 수를 끌어올린 것은 고령인구 증가다. 2020년부터 1차 베이비붐(1955~1963년) 세대가 65세에 진입하면서 2016년 조사 대비 65세 이상 인구가 약 268만명 늘었다.
고령층의 교육 수준과 건강관리가 나아진 점도 유병률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복지부는 분석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유병률은 크게 높아진다. 85세 이상 유병률은 21.18%로,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시설 가기 전 가족 돌봄 평균 27.3개월
개인 사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치매 가족이 돌봄과 생업 사이에서 겪는 어려움은 정부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복지부 치매실태조사에서 지역사회 치매 환자 가족의 45.8%는 일상적인 돌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환자가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들어가기 전 가족이 직접 돌본 기간은 평균 27.3개월이었다. 돌봄을 중단한 이유로는 ‘가족의 경제·사회활동 때문에 24시간 돌봄이 어렵다’는 응답이 27.2%로 가장 많았다.
환자 증상이 악화돼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응답이 25%로 뒤를 이었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치매 환자를 직접 돌보려고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외부 활동을 포기하기도 한다.
◆집에서 모셔도 연 1734만원…3분의 2가 ‘돌봄비’
돈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2023년 실태조사에서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치매 환자 1명의 연간 관리비용은 평균 1734만원이었다. 시설이나 병원에서 생활하는 환자는 3138만원으로 더 높았다.
재가 환자의 경우 병원 진료비와 약제비 등 보건의료비는 연 438만원, 장기요양비와 간병비, 병원 이동 교통비, 보조용품 구입비 등을 합친 돌봄비는 1162만원이었다. 전체 관리비의 약 67%다.
집에서 돌본다고 비용 부담이 크게 사라지는 것은 아닌 셈이다. 치매 환자 가족들이 돌봄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것도 경제적 부담이었다.
◆정부, 치료에서 재가 돌봄으로 지원 범위 확대
정부도 정책의 무게 중심을 치료에서 재가 돌봄 쪽으로 넓히고 있다. 정부가 올해 수립한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년)에는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 확대, 장기요양 치매 수급자의 주야간보호시설 이용 한도 확대 검토, 치매안심센터 쉼터와 주야간보호시설의 중복 이용을 허용하는 고시 개정(2026년 추진) 등이 담겼다.
2024년 7월 도입된 치매관리주치의는 2028년까지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행동심리증상(BPSD)을 전문 치료하는 치매안심병원도 현재 25곳에서 2030년 50곳으로 늘린다.
지난 7월 1일부터는 보호자가 입원하거나 여행·휴식 등으로 집을 비워야 할 때 장기요양 수급자가 숙박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단기보호 제공 주·야간보호기관이 388곳에서 471곳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시범사업 만족도 조사에서는 이용자 96.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보호자의 부양 스트레스는 이용 전보다 33.4% 줄었다. 치매 환자 100만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문제는 치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설에 들어가기 전 평균 27개월 넘게 이어지는 가족 돌봄과 연간 1700만원을 웃도는 관리비를 누가, 어떻게 나눠 부담할지가 더 큰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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