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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헬스장 먹튀’ 피해 2910억 추산…‘연회비 할부’ 유혹 뒤 기습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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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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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헬스장 폐업 577곳…통계 집계 1990년 이후 역대 최고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5년 새 34%↑…올해 상반기에도 1684건 접수
공식 신청 계약금액 291억6408만원…업계 “실제 피해액 최소 2910억원”
2개월 이상 선불 결제 땐 보증보험 의무화…먹튀 업자 등록 제한 추진

운동을 결심하고 큰돈을 들여 회원권을 끊었지만, 헬스장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운동은커녕 환불조차 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몇 달 치 이용료를 한꺼번에 내면 할인해준다는 말에 장기 회원권을 결제했다가 업체가 돌연 폐업하면 남은 이용료를 돌려받기 어려워진다. 폐업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회원들은 업체와 연락조차 닿지 않아 환불을 요구할 곳을 찾지 못하고, 피해구제 절차를 밟더라도 실제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되레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를 안기고, 피해 회복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정준호 의원실 제공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정준호 의원실 제공

24일 세계일보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행정안전부의 ‘생활 체력단련장업 인허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헬스장은 577곳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가장 많았다. 감염병 여파가 컸던 2020년 432곳, 2021년 404곳보다도 많다. 올해 들어서도 9월 중순까지 전국에서 531곳이 문을 닫았다. 전남광주 지역 폐업은 2021년 12곳에서 지난해 32곳으로 늘었다.

 

지난 8월 전남광주 서구의 한 헬스장 업체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내걸고 선결제를 유도해 2년 장기 회원권과 개인 트레이닝(PT) 이용권을 판매한 뒤 돌연 잠적했다. 2024년 7월에는 광주 북구 문흥동과 광산구 우산동의 필라테스 학원들이 수강료 2억5000만원 상당을 미리 받은 뒤 폐업해 수백 명의 피해 회원이 발생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정준호 의원실에 제출한 ‘헬스장·필라테스·요가 피해구제 현황’을 보면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21년 3224건에서 2025년 4328건으로 5년 새 34% 증가했다. 2024년에는 4623건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다. 연도별 신청 건수는 2018년 1634건, 2019년 1926건, 2020년 3068건, 2021년 3224건, 2022년 3586건, 2023년 4356건, 2024년 4623건, 2025년 4328건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1684건이 접수됐다.

 

품목별 누적 신청 건수는 헬스장이 2만2734건으로 가장 많았고, 필라테스 4848건, 요가 847건 순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은 2021년부터 ‘헬스장’ 품목을 ‘헬스장·필라테스·요가’로 나눠 집계했다. 이에 따라 2018~2020년 수치는 헬스장 단일 품목으로 분류된 신청 건수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2018년 이후 피해구제 신청 계약금액은 총 291억6408만원이다. 연도별로는 2018년 11억3418만원, 2019년 14억876만원, 2020년 22억3742만원, 2021년 28억1932만원, 2022년 40억3108만원, 2023년 47억9775만원, 2024년 54억8019만원, 2025년 52억2322만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신청 계약금액은 20억3216만원이다.

 

품목별 누적 신청 계약금액은 헬스장이 184억8767만원으로 가장 컸다. 뒤이어 요가는 55억694만원, 필라테스는 51억6947만원이었다. 이는 소비자가 피해구제를 신청하며 기재한 계약금액으로, 모두 확인된 최종 손실액은 아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준호 의원실 제공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준호 의원실 제공

한국소비자원 등에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계약금액 외에 실제 고소나 신고로 이어지지 않은 피해까지 고려하면 전체 피해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추산된다. 헬스장 업계는 피해자 가운데 실제 고소나 소비자원 신고에 나서는 비율이 10% 미만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2018년 이후 소비자원이 집계한 피해구제 신청 계약금액 291억6408만원을 기준으로 환산한 피해 규모는 약 2910억원에 달한다. 다만 이는 신고율을 10%로 가정해 환산한 추정치로, 공식적으로 확인된 실제 손실액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업종별 규제 차이도 문제로 지목된다. 헬스장은 신고 체육시설업으로 시설 기준을 갖춘 뒤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반면 요가와 필라테스는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자유 체육시설업이다. 정 의원은 이 같은 차이를 악용해 필라테스로 사업자 등록을 한 뒤 헬스장을 함께 운영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회원을 모집한 후 갑자기 폐업하는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헬스장 폐업이 역대 최고라는 것은 선불 회원권 소비자들이 그만큼 피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고소·수사의 부담으로 신고를 포기하는 심리를 악용해, 한 지역에서 회원을 모아 폐업하고 다른 지역에서 다시 문을 여는 방식으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먹튀’ 사기가 전국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2개월 이상 이용료를 선불로 받는 체육시설업자에게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먹튀’ 업자에 한해 일정 기간 체육시설업 등록을 제한하는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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