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스캠과 불법 도박 등 초국가범죄가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로 확산하고 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리비아,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주요국의 재외공관장 자리는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 인사도 제때 이뤄지지 않는 데다 지난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재외공관장회의마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으면서 외교 현장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실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 지역 대사직 23자리 가운데 주가봉·남아공·리비아·에티오피아·콩고대사 등 5자리가 공석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대사직 5곳 중 1곳 이상이 비어 있는 셈이다. 주에티오피아대사는 주아프리카연합(AU)대표부 대사를 겸임한다.
최근 동남아를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던 온라인 스캠과 불법 도박 등 초국가범죄가 단속을 피해 아프리카 등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면서 재외공관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초국가범죄는 여러 나라에 걸쳐 조직과 자금이 움직이는 만큼 현지 수사당국과의 신속한 정보 공유와 공조가 중요하다. 공관장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재외국민 보호와 현지 당국과의 협력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최근 ‘초국가범죄 대응 공관장 그룹’을 신설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여전히 동남아 지역에 무게가 실려 있다. 범죄조직의 활동 반경은 아프리카까지 빠르게 넓어지고 있지만 정부 대응은 범죄가 이미 확산한 지역을 뒤따라가는 데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교부의 인사이동도 일정한 주기 없이 이뤄지면서 일선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통상 재외공관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주요 외교 현안과 재외국민 보호 대책 등을 논의하는 재외공관장회의도 올해 들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공관장 공석을 조속히 해소하는 동시에 초국가범죄의 활동 무대가 넓어지는 데 맞춰 아프리카 등으로 대응망을 선제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준형 의원은 “외교 현장의 공백이 반복되는 것은 특정 공관장 자리 몇 곳이 비어 있는 문제를 넘어, 외교부 인사가 적기에 이뤄지지 못하면서 조직과 현장의 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특히 초국가범죄처럼 위험의 양상과 활동지역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는 인사 공백이 곧 재외국민 보호와 현지 당국과의 공조 역량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주요 공관의 공석을 비롯한 인사 문제를 조속히 정상화하고,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역을 뒤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 등 새롭게 위험이 커지는 지역까지 내다보는 선제적인 외교·영사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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