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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통의 풍미 살린 ‘프리미엄 K오일’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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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과 들기름의 무대가 우리네 밥상을 넘어 세계 오일 시장으로 넓어지고 있다. 전통 기름은 오랫동안 나물 한 접시, 국 한 그릇, 비빔밥 한 숟가락의 맛을 완성해 온 식탁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가치는 단순히 고소한 풍미를 더하는 조미료에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식품 시장이 건강과 기능성, 식물성 웰빙 원료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우리 전통 기름은 세계가 주목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원료로 부상하고 있다.

건강과 식물성 원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참기름과 들기름은 고유한 풍미와 영양적 특성, 한국 식문화의 차별성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쇼핑 품목으로 참기름과 들기름이 자리 잡고, 글로벌 리더들이 한국 전통 기름의 풍미를 주목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산 참기름 수출액이 843만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 또한 이러한 흐름을 증명한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관심을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게 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견고히 키워내는 일이다.

이러한 산업화의 출발점이자 핵심 열쇠는 ‘국산 원료 작물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특히 들깨는 지방산의 60% 이상이 식물성 오메가-3인 ‘알파-리놀렌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영양학적 가치가 뛰어나다. 알파-리놀렌산은 손상된 뇌세포 보호와 학습 능력 및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 기능성 성분이다. 최근 육성된 들깨 신품종 ‘지안’은 알파-리놀렌산 함량을 국내 최고 수준인 약 66%까지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수량성과 착유율까지 우수해 고기능성 프리미엄 원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참깨 역시 이에 못지않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참기름은 세사민·세사몰린 등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리그난’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데, 리그난은 신경세포 보호 및 재생, 장기 기억력 개선 효과가 입증된 참깨의 핵심 기능 성분이다. 참깨 신품종 ‘슬기’와 ‘로움’은 일반 참깨와 수입산보다 리그난 함량이 약 3배 높으며, 특히 ‘로움’은 높은 수량성과 콤바인 기계수확 적성까지 갖췄다.

김병석 국립식량과학원장
김병석 국립식량과학원장

그러나 기능성만으로 시장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우수한 품종이라도 안정적인 생산 기반, 균일한 품질, 소비자가 신뢰할 기준이 없으면 산업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새 품종이 농가에 안정적으로 보급되고, 산업체가 일정한 품질의 원료를 꾸준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기관도 재배 기술, 수확 후 관리, 가공 적성, 주요 성분 분석까지 함께 연결해야 한다.

올리브유가 ‘엑스트라 버진’이라는 명칭으로 프리미엄 가치를 인정받듯이, 국산 참기름과 들기름도 원료, 압착 방식, 산화도, 주요 성분 함량, 신선도 등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믿고 선택하는 프리미엄 오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산업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글로벌 소비자는 좋은 원료뿐 아니라 맛과 향, 사용 편의성, 보관성, 그리고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함께 소비한다. 신품종 특성을 살려 전통적인 조미유를 넘어 고급 샐러드 드레싱, 소스, 맞춤형 헬스케어 제품 및 캡슐형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용도를 다변화한다면 세계 유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참깨와 들깨는 우리 곁에 오랫동안 함께해 온 친숙한 작물이지만, 그 미래 가능성까지 오래된 것은 아니다. 전통이 빚어낸 고유의 맛에 첨단 농업과학의 기술력을 더하고, 우수 품종과 품질 표준화, 산업화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때 비로소 우리 전통 기름은 농가의 소득을 든든히 지키고 한국 식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당당한 ‘프리미엄 K오일’로 세계 무대에 우뚝 설 것이다.

 

김병석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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