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지시 따라 다른 승객 탈출도 도와야
소방관·경찰관 등 비상구 인접좌석 우선 배정
‘손님이 배정받으신 좌석은 비상구열 좌석입니다.’
최근 일본에 다녀온 기자는 비상구열 좌석을 구매했다가 티켓 뒷면에 붙은 항공사 측 안내 메시지를 발견했다.
만 15세 미만이나 임산부, 한국어나 영어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비상시 승무원 지시를 따르기 어려운 승객에게는 비상구열 좌석 배정이 불가하다는 설명도 눈에 띄었다.
탑승 과정에서도 일반 좌석과 다른 점이 있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셀프체크인을 마치자 카운터에서 별도로 안내를 받으라는 메시지가 기기 화면에 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상구열 좌석 승객은 공항 카운터에서 착석 가능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귀국길 비행기에서는 비상구열 좌석 승객에게 승무원이 다가가 비상시 탈출 요령 등이 담긴 책자를 보여주며 설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리를 편하게 뻗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좌석에서 일반 좌석과는 다른 역할과 책임을 확인한 대목이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비상구열 좌석에 앉은 승객은 비상상황에서 다른 승객보다 먼저 비행기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객실승무원을 도와 다른 승객들의 신속한 탈출을 돕는 ‘비상 탈출 조력자’ 역할을 맡게 된다.
비상구열 좌석 승객은 승무원 지시에 따라 창밖의 화재나 연기, 기체 파편 등의 유무를 확인한 뒤 비상구를 개방해야 한다.
비상 탈출 슬라이드가 제대로 펼쳐졌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수동 조작 레버를 당기며, 비상구 주변 장애물을 치우고 탈출하는 승객들을 안내·보조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중요한 역할이 주어지는 만큼 비상구열 좌석에는 아무나 앉을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만 15세 이상이면서 한국어나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비상시 다른 승객을 도울 의사가 있는 승객에게만 해당 좌석을 배정한다.
신체적인 조건도 고려 요소다. 비상문 조작이나 장애물 제거, 슬라이드 전개 등 중량이 있는 장비를 다루기 어렵거나 신속한 이동과 균형 유지가 힘든 승객의 비상구열 좌석 이용을 제한한다.
안경이나 보청기 외에 추가적인 보조장치 없이 승무원의 지시를 이해하기 어려운 승객도 제외다. 만 15세 미만 유소아나 반려동물을 동반한 승객, 임산부와 노약자 등 보호 조치가 필요한 승객도 비상구열 좌석 이용에 제한을 받는다.
대한항공도 탈출용 슬라이드 조작이나 비상구 개방 등이 어려운 승객에게 비상구 좌석을 배정하지 않는다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안내한다.
착석이 부적합하다고 판단되거나 승객이 역할 수행을 거부할 때는 유료좌석 환불이나 타 유료좌석 변경 등 방법으로 해당 승객을 다른 자리에 배치한다고 아시아나항공은 설명했다.
공항이나 기내에서 승객이 해당 자리를 이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현장에서 임의로 좌석 배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정 직업군을 비상구 인접 좌석에 우선 배정하는 제도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토교통부의 안전관리 협조 요청에 따라 2023년 7월31일부터 국내선 특정 항공기의 비상구 인접좌석 일부를 소방관·경찰관·군인·항공사 직원에게 우선 배정한다.
해당 승객은 출발 1시간30분 전까지 카운터에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비상구열 좌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전면의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상시 다른 승객의 탈출을 도울 수 있는 능력과 의사, 승무원의 지시에 따를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비상구 좌석은 단순히 다리를 편하게 펼 수 있는 넓은 자리가 아니라, 비상시 승무원과 함께 승객들의 생명을 구하는 책임감이 요구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사전 안내와 현장 점검을 통해 승객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만큼 비상구 좌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승무원의 안내와 안전 조치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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