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인도받는 순간이 고객 경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고 있다.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차량 가격과 성능에서 벗어나 구매 이후 고객이 누리는 서비스로 빠르게 넓어지는 모습이다.
호텔과 미식, 여행 같은 라이프스타일 혜택은 기본이다. 공항에 차를 맡기고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정비를 받거나, 서비스센터에 가지 않고 원하는 장소에서 점검을 받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제네시스, 렉서스, 아우디 등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차를 어떻게 파느냐’ 못지않게 ‘산 뒤 어떻게 관리하느냐’를 놓고 경쟁하는 이유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올해 5월 새로운 멤버십 프로그램 ‘메르세데스-벤츠 서클’을 선보였다. 차량 구매 이후에도 고객이 브랜드와 계속 접점을 가질 수 있도록 여행과 미식, 문화 등으로 경험 범위를 넓힌 프로그램이다.
서클은 차량 구매 금액 등에 따른 등급제와 각종 제휴 혜택, 브랜드 이벤트 초청, 시승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고객이 차를 타는 순간에만 벤츠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브랜드를 접하도록 만든 셈이다.
실제 벤츠는 지난 8월 손종원 셰프와 공동 개발한 ‘1886 독일 치즈케이크’를 출시하면서 서클 회원을 대상으로 별도 행사를 열었다. 손 셰프가 직접 제품 개발 과정과 콘셉트를 설명했다. 자동차 회사가 신차 시승이 아닌 ‘미식’을 고객 접점으로 활용한 사례다.
차량 관리도 서비스센터 밖으로 꺼냈다.
벤츠의 ‘에어포트 서비스’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이용 고객이 차량을 맡기면 실내 주차와 발렛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정기점검과 소모품 교환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2023년 11월 1일 이후 신차 구매 고객은 통합서비스 패키지(ISP) 기간인 3년 또는 10만㎞ 가운데 먼저 도래하는 시점까지 최대 3회 이용할 수 있다. 순수 전기차는 이용 횟수 제한이 없다. 인천공항에서는 차량 클리닝과 전기차 충전 서비스도 제공한다.
전문 테크니션이 고객이 원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모바일 서비스와 픽업·딜리버리 등도 운영하면서 고객이 직접 서비스센터에 방문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있다.
BMW코리아도 일찌감치 멤버십을 자동차 밖으로 확장했다.
핵심은 ‘BMW 밴티지’다. 신차 구매와 앱 활동 등을 통해 ‘BMW 코인’을 쌓고, 이를 전시장이나 서비스센터뿐 아니라 BMW 드라이빙센터와 제휴 서비스 등에 사용할 수 있다. 1 BMW 코인은 1원 가치로 운영된다.
서비스 범위도 넓다.
BMW 고객은 밴티지를 통해 인천국제공항과 김해국제공항에서 제공되는 에어포트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다. BMW 드라이빙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긴급출동 서비스에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앱 안에는 별도의 라이프스타일 쇼핑몰 ‘조이몰(Joy Mall)’도 들어가 있다. 자동차 용품에만 머물지 않고 테크와 헬스, 골프, 리빙, 육아 등으로 상품 범위를 넓혔다.
BMW에 따르면 밴티지에서는 대한항공 SKYPASS 마일리지 전환과 프리미엄 세차 등을 포함해 70여개 제휴사 제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고가 차량 구매 고객을 위한 혜택은 한 단계 더 세분화돼 있다. BMW 엑설런스 클럽 고객에게는 별도의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과 아트센터 멤버십, 스파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차량 구매 이후 서비스를 핵심 경쟁력으로 키우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은 ‘제네시스 프리빌리지’다. 차종에 따라 고객이 호텔과 여행, 차량 관리 등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G80과 GV80 등의 경우 서울·제주 신라호텔을 비롯한 호텔 멤버십과 차량 관리 프로그램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일부 차종에는 세차와 광택, 코팅을 결합한 ‘올인원 차량관리 패키지’도 제공한다.
올해 6월부터는 프리빌리지 서비스도 개편했다. G90과 G80, GV80 등 주요 차종에 올인원 차량관리 패키지를 새로 넣고 트래블과 공간케어 등 제휴 서비스 구성을 조정했다.
전기차 고객은 충전까지 관리 영역에 포함된다. 제네시스는 전기차 멤버십과 초고속 충전소뿐 아니라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 고객이 있는 곳으로 출동하는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렉서스코리아는 ‘렉서스 어메이징 멤버스’를 중심으로 오너 서비스를 운영한다.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는 ‘로드 앤 메모리’ 여행 프로그램과 호텔·다이닝·레저 제휴, ‘어메이징 다이닝’ 등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 할인보다 실제 고객 참여형 프로그램에 무게를 둔 것이 특징이다.
차량 관리에서는 ‘홈 투 홈’ 서비스가 눈에 띈다.
사고 수리가 필요한 차량을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픽업해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수리한 뒤 다시 돌려준다. 일반적인 사고 수리 고객은 공식 서비스센터 기준 50㎞ 이내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L시리즈 고객에게는 정기점검 때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프리미엄 홈투홈 서비스도 제공한다. LX와 LM 고객의 경우 서비스 예약 지원과 일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 대차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아우디 역시 정비 과정에서 고객이 직접 움직여야 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우디코리아의 ‘픽업 & 딜리버리 서비스’는 전문 기사가 고객이 지정한 장소에서 차량을 가져와 서비스센터에서 점검·정비한 뒤 다시 원하는 장소로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2024년형 이후 차량 보유 고객은 카 서비스 플러스(CSP)에 포함된 쿠폰을 이용해 연 2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고객 상황에 따라 픽업만 이용하거나 딜리버리만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우디는 이 밖에도 긴급출동 이후 교통비를 지원하는 모빌리티 서포트와 보증 연장, 차량 유지관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각 브랜드의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벤츠와 BMW는 멤버십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와 여행·미식·쇼핑을 하나의 고객 경험으로 묶고 있다. 제네시스는 호텔과 차량 관리를 고객이 직접 고르게 했고, 렉서스와 아우디는 고객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픽업·딜리버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성능과 상품성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지면서 차량을 산 뒤 보내는 몇 년까지 브랜드 경쟁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업계가 공항과 호텔, 레스토랑, 골프장에 이어 고객의 집과 사무실까지 서비스 접점을 넓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 번 차를 파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차를 바꿀 때까지 고객을 브랜드 안에 묶어두려는 경쟁이다. 프리미엄차 시장의 승부처가 전시장에서 ‘오너의 일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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