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평균 431만원 착시…소수 고소득 업종이 끌어올린 통계 왜곡
성과급·상여금 포함된 ‘임금총액’ 기준…매달 쥐는 기본급과 괴리 커
올해 상반기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431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만1000원(3.1%) 늘었다. 직장인 월급이 고르게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업종별로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반도체 제조업이 포함된 전자·통신업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943만4000원이었다. 전자·통신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418만7000원이었다. 격차가 524만7000원에 달한다.
더 눈에 띄는 건 근로자 수다. 전자·통신업 상용근로자는 약 37만7000명으로 전체의 2.5% 수준이다. 나머지 97.5%의 평균 임금은 419만원에도 못 미쳤다.
전체 근로자 가운데 극히 일부가 받은 성과급이 평균 임금을 상당 폭 끌어올린 것이다.
◆근로자 2.5%가 전체 임금 인상분 32.4% 차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번 통계의 임금총액은 초과급여를 제외한 정액급여와 특별급여를 합친 금액이다. 정액급여에는 기본급과 통상적인 수당이, 특별급여에는 성과급과 상여금 등이 포함된다.
전자·통신업의 임금총액은 1년 전보다 23.1% 뛰었다. 전자·통신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상승률은 2.2%에 그쳤다.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핵심은 성과급이었다. 전자·통신업의 특별급여 증가만으로 전체 상용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4만2000원 높아졌다. 올해 전체 임금 인상액 13만1000원의 32.4%다.
전체 근로자의 2.5%가 속한 한 업종의 특별급여 증가가 임금 인상분의 약 3분의 1을 만든 것이다. 평균 임금 상승과 상당수 근로자의 체감 사이에 차이가 벌어진 이유다.
◆기본급 1.4% 오를 때 특별급여 66% 뛰었다
전자·통신업의 월평균 정액급여는 지난해 상반기 509만8000원에서 올해 517만원으로 1.4% 올랐다.
같은 기간 특별급여는 256만8000원에서 426만4000원으로 66.0% 급증했다. 월평균 임금총액 943만4000원 가운데 약 45%가 특별급여다.
전자·통신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특별급여 상승률은 1.8%에 그쳤다.
전체 상용근로자의 정액급여는 월평균 371만7000원으로 2.2%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 상승률 2.9%보다 낮아졌다.
반면 특별급여는 9.3% 늘어난 60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1인 이상 사업체 통계가 공표된 2011년 이후 상반기 기준 가장 많은 금액이다.
성과급이 평균 임금을 밀어올렸지만, 임금 상승세 자체는 오히려 둔해졌다. 전체 임금총액 상승률은 지난해 상반기 3.5%에서 올해 3.1%로 내려갔다.
◆17개 업종 중 5곳은 오히려 임금 줄어
임금이 모든 업종에서 오른 것도 아니다. 조사 대상 17개 업종 가운데 11개 업종의 임금 인상률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낮아졌다.
전기·가스·증기·공기조절업의 임금총액은 3.1% 감소했다. 건설업(-0.7%), 부동산업(-0.6%), 광업(-0.6%), 정보통신업(-0.2%)도 뒷걸음쳤다. 특히 전자·통신업과 이름이 비슷한 정보통신업도 임금이 줄었다.
이번 분석에서 전자·통신업은 제조업의 세부 업종으로,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전자·통신장비 분야도 포함한다. 943만4000원을 반도체 근로자의 평균 월급으로 봐서는 안 된다.
◆300인 이상 특별급여, 300인 미만의 5.7배
사업체 규모별 격차도 커졌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649만7000원으로 4.8% 올랐다. 300인 미만 사업체는 381만8000원으로 2.1% 증가했다.
두 집단의 임금 차이는 267만9000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246만원보다 21만9000원 더 벌어졌다.
격차를 키운 것도 특별급여였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월평균 특별급여는 182만4000원으로 14.7% 늘었다. 역대 최고치다. 300인 미만 사업체는 0.6% 증가한 32만원에 그쳤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특별급여가 5.7배 많다.
고정적으로 받는 임금만 놓고 보면 흐름은 정반대였다. 정액급여 상승률은 300인 미만 사업체가 2.2%로, 300인 이상 사업체의 1.4%보다 높았다. 특별급여를 더하자 전체 임금 상승률은 300인 이상 4.8%, 300인 미만 2.1%로 뒤집혔다.
◆943만원도 419만원도 ‘내 월급’은 아니다
943만4000원은 반도체 대기업 직원이 매달 받는 고정 월급이 아니다. 전자·통신업 전체 상용근로자의 올해 상반기 임금총액을 월평균으로 환산한 수치다. 여기에는 성과급과 상여금 등 월평균 426만4000원의 특별급여가 포함돼 있다.
418만7000원도 마찬가지다. 전자·통신업을 제외한 나머지 상용근로자를 하나로 묶어 낸 평균일 뿐, 특정 직장인의 실제 월급을 뜻하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평균 임금은 13만1000원 올랐다. 이 가운데 4만2000원은 전체 근로자의 2.5%가 속한 전자·통신업의 특별급여 증가에서 나왔다.
평균 431만8000원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격차다. 올해 임금 상승폭은 전자·통신업의 성과급과 사업체 규모에 따라 크게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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