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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볼모로 한 靑·대법원 정면충돌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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曺 “대법관 재제청 요구 불응할 것”
당청은 “대통령·국민 무시” 날 세워
상고심 재판 지연 책임은 누가 지나

조희대 대법원장이 어제 “청와대의 대법관 재(再)제청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임명을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반려 의사를 밝힌 지 25일 만이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청와대는 즉각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대통령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법관 공석 장기화와 그에 따른 상고심 재판 지연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대법원·청와대 정면충돌이 참으로 볼썽사나운 이유다.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104조 2항)는 규정을 뒀다. 여기서 대법원장 제청권과 대통령 임명권 중 뭐가 우선인가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그래서인지 대법관 인선을 앞두고 대법원·청와대 간 물밑 협의 및 조율이 일종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문제는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원하는 대법관 후보자가 서로 다른 경우다. 요즘 정가와 법조계에는 이 대통령이 손 부장판사 말고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를 선호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헌법상 대법원장 제청권을 형해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대통령과 권력 다툼을 하는 건지, 대통령과 국민을 무시하는 건지 황당하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일각에선 여당이 헌정사 초유의 대법원장 탄핵소추에 나설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반면 국회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에 응하는 순간 대법원장은 제청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대법관 ‘쇼핑’을 인정하는 치욕적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반발했다. 여야 모두 지나치게 흥분해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 대법원장 임기는 내년 6월 초 끝난다. 앞으로 대법관 임명 제청권을 행사할 기회도 내년 5월 물러날 천대엽 대법관 후임자가 마지막이다. 그런데도 사법부 수장을 기필코 내몰고야 말겠다는 민주당의 저의가 궁금하다. 이 대통령 또한 손 부장판사의 대법관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의사가 없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면 되지 않겠는가. 손 부장판사를 거부한 근거는 내놓지 않고, 제청 절차에 심각한 흠결이라도 있는 것처럼 구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대법원장은 신속하게 추천위를 새로 꾸려 대법관 후보를 다시 제청하고, 청와대와 국회가 절차를 밟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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