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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성폭력’ 조사에 ‘남성’ 넣는다…정부, ‘성별 기반 폭력’ 조사로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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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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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폭력·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 통합…내년 첫 본조사
남성 포함에 조사명도 손질…예비조사 거쳐 최종 결정

정부가 여성만을 대상으로 실시해 온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처음으로 남성을 포함하면서 조사명을 ‘성별 기반 폭력 실태조사’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한다. ‘여성폭력’이라는 이름으로 남성을 조사할 경우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우선 올해 첫 통합 예비조사에 ‘성별 기반 폭력’이라는 가칭을 사용한 뒤 내년 본조사의 최종 명칭을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성평등가족부. 뉴시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성평등가족부. 뉴시스

 

26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오는 28일부터 한 달여간 1000명을 대상으로 ‘2026년 성별 기반 폭력 실태조사’ 예비조사에 착수한다. 예비조사는 내년 통합 본조사를 앞두고 조사 대상과 문항, 표본 설계 등을 점검하기 위한 사전 조사다. 통합 대상은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중심으로 성폭력안전 실태조사, 가정폭력 실태조사, 스토킹 실태조사 등 4개다. 2021년 여성폭력 실태조사가 시작된 이후 별도의 예비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개편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조사 대상 확대다. 기존 여성에 한해 실시했던 조사가 올해 예비조사를 거쳐 내년 본조사부터 남성까지 확대된다. 앞서 2021년과 2024년에 실시한 여성폭력 실태조사는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여성 7000여명이 대상이었다.

 

정부가 남성을 새로 포함하는 것은 여성과 남성이 실제로 경험하는 폭력의 양상이 어떻게 다른지 통계로 비교하기 위해서다. 남성이 경험한 신체적·성적·정서적·경제적 폭력과 스토킹 등의 피해를 파악하고, 가해자와의 관계와 피해 이후 대응 등도 들여다본다. 남성이 여성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경우 역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성 관계뿐 아니라 다양한 관계에서 발생한 피해를 파악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6월 발간한 ‘여성폭력 통합 실태조사 추진의 필요성과 과제’를 보면 성별에 따라 젠더폭력의 발생 양상과 특성, 피해 이후 대응 방식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 대상을 남성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심각한 젠더폭력 피해가 여성에게 집중되는 현실을 반영, 여성 응답자를 과표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실제 이번 예비조사에서도 여성과 남성 표본 비율은 3 대 1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는 예비조사 단계의 설계로, 내년 본조사의 표본 규모와 성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남성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하면서 통합조사의 명칭도 쟁점이 됐다. 기존 ‘여성폭력’을 비롯해 ‘젠더 기반 폭력’, ‘친밀한 관계 폭력 및 성폭력 안전’ 등 여러 표현이 검토됐으나, 정부는 우선 이번 예비조사에서 성별 기반 폭력 실태조사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부터 남성도 포함하기 때문에 ‘여성폭력 통합 실태조사’라고 하면 남성 응답자들이 부담을 느끼거나 거부할 수 있다는 연구진 의견이 있었고, 부처에서도 그런 점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젠더 폭력’은 일반 국민에게 익숙하지 않고 어렵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젠더를 쉽게 풀어 ‘성별 기반 폭력’으로 우선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친밀한 관계 폭력 및 성폭력 안전’처럼 조사 내용을 직접 드러내는 안도 나왔으나 다소 길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예비조사를 통해 새로운 명칭에 대한 반응도 살펴볼 방침이다. 조사명에 대한 선호나 만족도를 직접 묻는 별도의 설문 문항을 두는 것은 아니지만, 조사 과정에서 명칭에 대한 문의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응답자들이 어렵게 받아들이지는 않는지 등을 살펴본다. 이에 따라 내년 본조사 명칭이 달라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성평등가족부는 예비조사 결과와 전문가 의견 등을 토대로 본조사 명칭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조사 대상 확대와 함께 분산돼 있던 여성폭력 관련 실태조사도 하나로 합쳐진다. 그간 여성폭력 실태조사와 성폭력안전 실태조사, 가정폭력 실태조사, 스토킹 실태조사는 모두 여성폭력 관련 조사임에도 개별 법령에 따라 각각 실시돼 왔다. 유사한 성격의 조사가 별도로 시행되면서 중복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2023년 국무조정실의 행정조사 정비 과제에도 해당 실태조사의 통합 검토가 포함됐으며, 당시 통계청에서도 관련 실태조사의 유사·중복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해소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2024년 3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개정되면서 기존에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여성폭력 관련 실태조사를 통합해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후 연구에서는 여러 폭력 유형을 포괄하는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중심으로 기존 조사를 통합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정부는 예비조사를 거친 뒤 내년 하반기 첫 통합 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통합조사는 3년 주기로 실시된다. 통합에 따라 조사 표본은 2만5000명 규모로 늘어나고 다양한 유형의 관계성 범죄 등을 복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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