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기업 데상트가 새 브랜드의 국내 첫 판매처로 무신사를 택했다.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먼저 열고 온라인으로 판매망을 넓히던 기존 방식과 순서가 달라졌다.
패션 기업들이 신규 브랜드나 신제품을 내놓을 때 무신사를 초기 판매 채널로 활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수천 개 브랜드가 경쟁하는 판매 플랫폼을 넘어 신제품의 시장 반응을 먼저 확인하고 젊은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까지 맡는 모습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데상트는 토탈 스포츠웨어 브랜드 무브스포츠(MoveSport)를 국내에 새롭게 선보이고 첫 컬렉션 판매에 들어갔다.
무브스포츠는 배드민턴과 탁구, 배구 등 인도어 팀 스포츠를 중심으로 의류와 신발, 스포츠용품을 전개하는 브랜드다. 경기나 훈련 때뿐 아니라 운동 전후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도록 기능성과 활용성을 함께 내세웠다.
눈에 띄는 것은 판매 순서다. 데상트는 지난 16일 공식 온라인몰과 무신사에서 첫 컬렉션을 먼저 공개한 뒤 이틀 뒤인 18일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순차적으로 열었다. 신규 브랜드의 첫 제품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먼저 풀면서 무신사를 주요 초기 판매 채널로 활용한 셈이다.
티셔츠와 팬츠, 트레이닝 셋업 등이 주력 제품이다. 무신사에서는 무브스포츠 바이 데상트 브랜드로 트레이닝 팬츠 등 관련 상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무신사를 활용해 젊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다른 대형 패션업체에서도 나타난다.
코오롱FnC는 남성복 브랜드 브렌우드를 통해 무신사에서만 판매하는 상품을 별도로 내놨다. 1989년 시작한 브랜드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무신사 전용 상품을 제작한 사례다.
코오롱FnC는 당시 브렌우드와 컨템퍼러리 브랜드 포트너스가 협업한 슬랙스와 옥스포드 셔츠를 무신사 단독 상품으로 출시했다. 회사 측도 2030세대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김도훈을 앞세운 무신사 쇼케이스 콘텐츠도 함께 선보였다.
신규 브랜드가 출발 단계부터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주요 판매망으로 두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해 새롭게 내놓은 여성복 자아(JAAH)는 브랜드 출범과 함께 무신사와 29CM, SSF샵, SSG닷컴 등 젊은 고객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주요 판매 채널로 선정했다. 백화점 매장부터 대규모로 확보하기보다 온라인에서 고객 반응을 확인하고 팝업스토어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무신사의 선론칭 전략은 패션을 넘어 뷰티로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무신사 뷰티에서 출시된 신상품은 월평균 1000개를 넘었다. 이 가운데 다른 유통 채널보다 무신사에서 먼저 판매한 선론칭 제품만 월평균 100여 개에 달했다. 헤라와 맥, 메종 마르지엘라 퍼퓸 등 대형·글로벌 브랜드까지 신제품 우선 공개 채널로 무신사를 활용하고 있다.
실제 판매 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뷰앤디는 올해 1월 에스더버니 협업 상품을 무신사에서 먼저 선보인 뒤 출시 당일 무신사 뷰티 랭킹 1위에 올랐다. 올해 1~2월 거래액은 전년 같은 기간의 4배로 증가했다. 신진 브랜드 아노에틱 뷰티 역시 지난 2월 무신사 선론칭 이후 랭킹 1위에 올랐다.
스포츠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도 데상트가 무신사를 먼저 선택한 배경으로 꼽힌다.
무신사의 지난해 스포츠 의류 거래액은 전년보다 55% 증가했다. MLB와 KBO를 합친 야구 유니폼 상의 거래액은 63%, 야구 유니폼 아우터는 250% 늘었다. 운동할 때만 입던 스포츠웨어가 일상복으로 확산하면서 패션 플랫폼 안에서 스포츠 브랜드가 확보할 수 있는 고객층도 넓어진 것이다.
무신사 역시 러닝과 구기 종목 등 스포츠 영역을 별도 카테고리로 키우고 있다. 스포츠웨어 시장을 놓고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뿐 아니라 데상트, 뉴발란스, 룰루레몬, 젝시믹스, 안다르 등 국내외 브랜드가 한 플랫폼 안에서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 자체가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인지도를 확보한 뒤 입점하는 유통망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신규 브랜드와 신제품을 먼저 공개하고 판매 데이터를 확보하는 채널로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만든 뒤 판매 플랫폼에 입점하던 방식에서, 브랜드를 시장에 알리는 출발점부터 플랫폼과 손잡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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