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 체류 심사·허가 ‘쥐락펴락’
양주출입국소장 퇴직 뒤 서정대行
대학서 유학생 관리 관련 업무 맡아
재직시 업무 연관… 이해충돌 의혹
신안산대·강원대 춘천캠퍼스도 논란
해당 교수들 “전관은 아냐” 해명
한신대는 ‘교수직 약속’ 재판 진행
“퇴직 공무원 취업 심사 강화해야” 중>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난 타개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뛰어드는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공무원 출신을 교수로 임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른바 ‘전관 교수’인 셈이다. 경기 양주시에서는 출입국사무소장이 퇴직한 후 이듬해 관할 지역에 있는 대학교수로 직행했다. 2023년 ‘강제 출국’ 사건이 벌어진 한신대에서는 관할 출입국사무소장에게 ‘교수 자리’를 약속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유학생의 체류·비자를 관리하는 출입국 당국과 대학의 인적 교류가 늘면서 이해충돌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2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양주시 서정대의 A교수는 2021년 12월 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끝으로 퇴직한 뒤 약 9개월 만인 2022년 9월 서정대 교수로 임용됐다. 소장 재직 당시엔 서정대와 베트남 짜빈대 간 업무협약 체결식 등 대학 행사에도 참석했다. 또 다른 출입국 공무원 출신 인사도 현재 이 대학 특임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다.
신안산대에도 서울출입국사무소 세종로출장소장 출신 B교수가 재직 중이다. B교수는 2016년 법무부를 퇴직한 후 1년 뒤 서정대에서 교수로 강의했다. 2023년 9월 서정대를 퇴직한 후 곧바로 신안산대 교수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원대 춘천캠퍼스에도 서울남부출입국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C교수가 재직하고 있다. C교수는 지난해 강원대에 부임한 뒤 외국인 유학생의 체류 관리와 시간제 취업, 준법 교육 및 관련 법률 자문 등을 맡고 있다.
다만 해당 교수들은 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관 교수’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대학에 유학생 수가 늘어나는 만큼 관리를 위해 출입국 공무원 출신 교수를 임용한다는 게 대학과 해당 교수들의 설명이다.
A교수는 “박사 학위를 받아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퇴직 후 교수로 갈 생각이 있어 여러 대학을 찾아봤고 당시 서정대에 공고가 나서 지원한 것”이라며 “법무부에 문의하니 보직 교수는 할 수 없다고 해서 하지 않았고 출입국 업무에 대한 자문과 이민 제도 관련 강의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B교수도 “대학이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고 있는데 관리를 위해 출입국 출신들을 채용하는 것 같다”며 “출입국 출신이 유학생 업무를 많이 봐 왔기 때문에 비자 관련 강의도 할 수 있고 서류 위·변조 등 유학생 사정에 대해 잘 아니 대학과 윈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교수도 “후배들이 말을 듣겠냐. 어림도 없다”며 “비자 발급에 관여하거나 출입국사무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할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출입국 공무원 출신을 교수로 채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현직 시절 업무상 접촉하거나 관리하던 대학이 퇴직 후 취업처가 되는 구조에 대해서는 별도의 이해충돌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학생 1000명’ 목표 뒤 수상한 만남
이 같은 우려는 한신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과정에서 현실화했다. 유학생 유치 과정에서 관할 출입국 책임자에게 퇴직 후 교수직을 약속했다는 주장까지 나온 것이다.
전현직 한신대 관계자들은 당시 수원출입국외국인청 평택출장소장이었던 김모씨에게 퇴직 후 한신대 교수 자리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한신대 부설 한국어학당에 다니던 우즈베키스탄 국적 유학생 22명을 2023년 11월 버스에 태워 강제 출국시킨 혐의로 재판을 받는 관계자들은 재판 당일인 8일 수원지법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증언했다. 이들이 제공한 대학 관계자들 간 ‘우즈벡 출장방’ 대화방에서는 관계자들이 “내일 소장님을 4시50분에 뵙기로 했다”(2023년 7월10일), “소장님이 서정대와 미팅을 7월27일 저녁 수원에서 제안하셨다”(7월12일)고 말한 내용이 포착됐다. 7월27일 식사 자리에는 김씨의 소개를 받은 B교수가 함께하기도 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김씨가 ‘유학생 모집의 신화적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B교수를 한신대에 임용시켜 달라’고 요구했다고 기억했다.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출입국·외국인관서는 유학생이 한국에 들어오고 체류할 수 있는지 심사·허가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기관이다. 이 관계자들은 “(출입국 권한이) 거의 절대적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실 출입국에 가서는 허리를 펴고 있지도 못한다. 잘못 보이면 비자가 나오지 않으니까”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화방에서 “소장님으로서는 허가를 최대한 많이 내주고, 또 이후에 불체(불법체류)가 발생하지 않아야 계속된 허가가 가능하니까 이런 주문을 넣는 것 같다”(8월5일) 등의 대화를 나눴다. 결국 이 만남의 결말은 사증발급 기준(1000만원 이상 예치된 현지 소재 국내 금융기관 발행 잔고 증명)을 충족하지 못한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4명의 사증 허가로 이어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사증 연장 거절 사실을 알게 된 대학 관계자들은 비자 발급 제한 대학으로 지정될 것을 우려해 2023년 11월27일 이들을 버스에 태워 강제로 출국시켰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한신대 국제교류원 측으로부터 2023년 6∼8월 13차례에 걸쳐 200만원 상당의 금품·향응을 받고 우즈베키스탄 24명에 대한 사증 발급을 승인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는 대학 측이 ‘교수 자리’를 약속했었다는 주장에 대해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자기들이 그런 얘기를 하길래 한 번 생각해 본다고 했다. 내가 무슨 계약서를 썼느냐”며 “그 사람들이 요청하는 것들 거의 다 거절했는데, 하도 부탁해 (사증발급) 요건을 (추후) 보완하는 것을 조건으로 일부에게만 사증을 발급해 준 것”이라고 했다. B교수 임용을 부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런 거 전혀 없다”며 “한신대 관계자들이 ‘외국인 관리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조언을 받고 싶다’고 요청해 만나서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한 것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문가들은 출입국 공무원의 퇴직 후 대학 취업에 대해서도 취업심사 등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용훈 상명대 행정학부 교수는 “해당 사건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출입국 공무원도 취업심사 제도 등을 통해 심사를 받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불법체류자 될 것”…왜곡된 대학 시선
유학생의 ‘숫자’를 늘리기 위한 대학의 욕심과 출입국 공무원의 사적 이익 추구는 ‘유학생 강제 출국’이라는 결말로 이어졌다. 당시 한신대 관계자 A씨는 “대학을 살려보겠다고 외국인 유학생 1000명 프로젝트를 그리고 있었다”며 “학교 측이 받을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강제 출국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했다”고 했다. 해당 사건이 직원 일부의 일탈이 아닌 학교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사태는 대학이 유학생을 ‘학생’이 아닌 늘려야 하는 ‘숫자’로만 보는 대학가의 단편을 드러낸다. 한신대의 한 이사는 7월 ‘사설 경호원을 대동하지 않았다면 공항에서 도피하거나 사고가 났을 수도 있고 우리 학교는 다시 비자 제한 발급 대학이 되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재단인 교단에 보내기도 했다. 한신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 글이 유학생에 대한 차별이라고 보고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김소휘 한신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학교가 유학생이든 한국인이든 학생을 인격체가 아닌 돈으로 본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유학생 유치·체류 관리 과정에 대한 견제와 투명성 확보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정대는 단일 캠퍼스 기준 유학생 수가 가장 많았다. 이달 기준 서정대 유학생 수는 5775명으로, 재학생 1만154명의 56.9%를 차지했다. 전국 대학에서 유학생 수가 많은 곳은 수도권과 4년제에 몰려 있었지만, 전체 재학생 중 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따지면 비수도권·전문대가 순위권에 들었다.
4년제와 전문대를 합하면 유학생 수가 많은 학교는 한양대(7010명), 고려대(5938명)가 분교와 본교를 합했을 때 1·2위였다. 서정대가 뒤를 이었고, 가천대(5693명), 중앙대(5688명) 순이다.
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율로 보면 지방·전문대가 순위권에 들어온다. 경북지역의 4년제 대학 대구예술대가 유학생 비중 94.0%(347명)로 1위를 차지했다. 4년제 소규모 특성화 대학의 유학생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를 합쳐서 유학생 비중이 상위권 20개교 중 전문대가 9곳, 비수도권 4년제 대학이 4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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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단독] 캠퍼스 대신 일터로… 불법취업 범칙금 50% 급증 [심층기획-외국인유학 30만 시대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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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주1회 수업·일할 시간 보장”… 대학이 취업통로 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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