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몰리며 유동성 급증
일본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JPYC’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을 기점으로 거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투자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유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 선제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법제화한 일본의 엔화 코인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유동성까지 흡수하는 모습이다.
21일 가상자산 정보 제공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JPYC 거래대금은 19일 기준 3249만달러(약 451억원)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상장 전날인 16일(6만4570달러) 대비 사흘 만에 500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원화 마켓 유통 전 11개월(2025년 10월27일∼2026년 9월16일) 사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6만3020달러(약 2억2600만원) 수준이었다.
블록체인상 전송량도 상장 직전부터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장이 업비트의 상장 공지 전후 24시간을 비교한 결과 JPYC 전송량은 1억3000만개에서 109억5000만개로 83.3배 뛰었다. 같은 기간 전송 건수는 26.4배, 활성 지갑은 12.6배 늘었다. 특히 보유량 상위 100개 지갑을 분석한 결과, 새롭게 진입한 88곳 중 86곳은 직전까지 JPYC를 단 한 개도 보유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투자자가 아닌 신규 ‘큰손’들의 자금이 상장을 전후해 새롭게 유입됐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자금 쏠림이 상장 직후 극심한 가격 급등락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JPYC는 1엔(약 9원) 안팎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지만, 상장 당일인 17일 장중 최고 30원까지 치솟았다. 상장 초기 매수 수요가 폭발하면서 가격 왜곡이 빚어진 것이다. 21일 현재는 8∼9원 사이를 유지하며 안정화됐다.
상장 이후 물량이 유통되는 경로도 달라졌다. JPYC는 이더리움과 폴리곤, 카이아 등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통되는데, 이더리움 유통량은 16일 1억3016만개에서 18일 11억9680만개로 8배 이상 늘었다. 폴리곤은 7억6450만개에서 22억5465만개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카이아는 9억400만개에서 8억8000만개로 소폭 줄었다.
JPYC가 국내 거래소에 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본의 선제적인 법제화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은 2023년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올해 6월부터는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 유통도 허가했다. 일찍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포섭하면서 엔화 코인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 유동성까지 흡수해 생태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이 해외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입과 발행을 규율하는 법을 선제적으로 마련한 반면, 한국은 아직 관련 규정이 없는 공백 상태”라며 “향후 본격화할 가상자산 2단계 입법 과정에서 포괄적인 제도 정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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