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업계가 모든 기술을 내부에서 개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전문기업의 기술과 생산·유통 역량을 끌어오는 전략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삼성도 자체 영상진단 기술에 미국 치료기기 기업의 기술을 연결하며 진단에서 치료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스타트업도 같은 길을 택했다. 기술 개발부터 제품화, 생산, 해외 판매까지 혼자 떠안기보다 각 분야에 강점을 가진 기업과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다.
21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스타트업 티큐어는 태웅메디칼과 의료기기 공동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진행해 온 벌룬 카테터 공동개발을 공식화하고 향후 소화기 질환 치료용 의료기기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티큐어는 내시경 기반 레이저 치료 시스템 엔도큐어(EndoCure)를 개발한 회사다. 엔도큐어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혁신의료기기(Breakthrough Device)로 지정됐다.
혁신의료기기 지정은 판매 허가와는 다르다. 중증 질환 등의 진단·치료에서 기존 기술보다 개선 가능성이 있는 의료기기에 대해 FDA가 개발과 심사 과정에서 우선적인 소통과 지원을 제공하는 제도다.
태웅메디칼은 소화기내과용 금속 스텐트와 내시경 시술용 의료기기를 개발·생산해 온 전문기업이다.
두 회사의 역할은 분명하다. 티큐어의 카테터 설계·제조 기술에 태웅메디칼이 갖춘 치료용 의료기기 제품화와 생산, 글로벌 사업화 경험을 결합한다.
양사는 현재 벌룬 카테터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향후 티큐어의 카테터 기술과 태웅메디칼의 소화기 치료기기 기술을 접목해 식도 등 소화기 질환 치료용 제품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제품에 따라 공동개발뿐 아니라 위탁생산까지 검토한다.
대기업도 외부 치료 전문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메디슨은 지난 3월 미국 히스토소닉스와 전략적 협력에 나섰다. 삼성메디슨의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R20과 히스토소닉스의 암 치료장비 에디슨(Edison)을 실시간 연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히스토소닉스는 고강도 초음파를 이용해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종양 조직을 기계적으로 파괴하는 히스토트립시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이다. 에디슨 시스템은 2023년 FDA 드 노보(De Novo) 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간 종양 조직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삼성 R20이 확보한 고해상도 초음파 영상을 에디슨 시스템으로 실시간 전송해 의료진이 치료 과정에서 종양 위치 등을 확인하는 구조다. 치료 중 발생하는 고강도 음향 환경에 맞춰 영상 신호 처리 구조와 시스템 인터페이스도 개선했다.
삼성이 강점을 가진 영상진단 기술을 외부 치료기술과 연결해 실제 치료 과정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 셈이다.
협력 대상도 늘고 있다.
지난달 삼성 HME 아메리카는 미국 방사선수술 전문기업 아큐레이와 비구속적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삼성의 이동형 CT 바디톰(BodyTom)과 아큐레이의 로봇 방사선수술 플랫폼 사이버나이프(CyberKnife)를 연계한 정밀 방사선치료 솔루션의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삼성의 고해상도 3차원 영상 기술과 환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방사선을 조사하는 아큐레이의 기술을 결합하는 구조다. 아직 본계약이나 공동제품 출시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양사는 기술 연동과 사업화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아큐레이는 사이버나이프에 실시간 표적 추적과 로봇 기반 방사선 전달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필요한 기술을 제휴가 아닌 인수로 확보하는 사례도 있다.
삼성메디슨은 2024년 프랑스 의료 AI 스타트업 소니오(Sonio) 지분 100%를 인수했다. 소니오는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 과정에서 영상 분석과 검사 워크플로, 결과 보고 등을 지원하는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왔다. 삼성메디슨은 자사 초음파 기술과 소니오의 AI 기술을 결합해 검사 효율과 진단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내부 제품 개발도 병행한다. 삼성메디슨은 이달 프리미엄 산부인과 초음파 진단기기 HERA Z10을 출시해 기존 HERA Z20과 함께 HERA Z 시리즈를 구축했다.
삼성메디슨에 따르면 이탈리아 로마 사피엔자대 연구진이 참여한 공동 연구에서 AI 기능 라이브 뷰어시스트(Live ViewAssist)를 활용한 임신 중기 정밀 초음파 검사 시간이 최대 52% 줄었다. 특정 연구 환경에서 나온 결과인 만큼 모든 검사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수치는 아니다.
공동개발과 기술 제휴, 인수까지 방식은 달라도 방향은 같다. 필요한 기술을 모두 직접 개발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외부 기술과 생산·사업화 역량을 빠르게 연결하는 것이다.
의료기기는 기술 개발만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 환자에게 직접 적용되는 만큼 임상 검증과 국가별 인허가, 품질관리,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해외로 나가려면 병원과 의료진에게 제품을 공급할 판매망도 필요하다.
특히 스타트업이 이 과정을 처음부터 모두 구축하려면 시간과 자금 부담이 커진다. 기술을 개발하고도 생산과 인허가, 해외 판로 확보에서 시간이 지체되면 상용화 시점도 늦어진다.
결국 의료기기 시장의 경쟁 기준도 바뀌고 있다. 자체 기술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만큼 필요한 기술과 생산·인허가·유통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묶어 실제 제품으로 내놓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돈으로 산 군사력](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9/20/128/20260920511816.jpg
)
![[특파원리포트] 첨단 미래 사회의 두 얼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9/20/128/20260920511813.jpg
)
![[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국민통합위원장이 해야 할 일](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8/23/128/20260823509374.jpg
)
![[박영준 칼럼] 새 국방 수장이 풀어야 할 국방 난제](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8/16/128/20260816512522.jpg
)



![맹모삼천지교 저리 가라 할 인도 엄마의 3000m 달리기 [이 사람@World]](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9/20/300/20260920507736.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