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법상 에누리란 재화나 용역을 공급할 때 품질, 수량, 인도조건, 결제방법 등 공급조건에 따라 통상의 대가에서 일정액을 직접 깎아주는 금액을 말합니다. 에누리에 해당하는 금액은 공급가액에서 제외되므로 부가가치세가 과세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마일리지로 결제한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물건을 사면서 적립해 둔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그만큼 가격을 할인받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종전에는 마일리지 사용액이 에누리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부가가치세가 과세되는 공급가액에 포함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쟁점: 포인트 결제액은 ‘에누리’인가
201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마일리지 사용액을 에누리로 보았습니다. 고객이 2차 거래에서 적립된 포인트를 사용해 결제금액을 줄였다면 이는 사업자와 고객 사이에 미리 정해진 결제조건에 따라 공급가액을 직접 차감한 것이므로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제외된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이후 법령이 개정되었습니다.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은 자기 적립 마일리지 등이 아닌 마일리지, 즉 제3자 적립 마일리지 등으로 결제받은 부분 중 사업자가 고객이 아닌 제3자로부터 보전받았거나 보전받을 금액을 공급가액에 포함하도록 정했습니다. 이후 2017년 개정 부가가치세법도 마일리지 등으로 대금을 결제하는 거래의 공급가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과세관청은 다음과 같이 부가가치세를 매겼습니다.
먼저 2017년 4월1일부터 같은해 제2기분까지는 법률 개정 전이었지만 시행령 조항만을 근거로 제3자 적립 마일리지에 과세했습니다. 2018년 후에는 개정 부가가치세법과 그 위임을 받은 시행령 조항을 근거로 과세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6. 7. 22. 2025두34707)에서는 이 과세처분이 적법한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GS리테일은 신용카드사들과 제휴를 맺고 포인트 적립제도를 운영해 왔습니다. 고객이 물건을 사면서 제휴 카드로 결제하면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고객은 다음 거래에서 포인트로 물품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GS리테일은 카드사들로부터 포인트 결제액만큼 정산받았고, 포인트 결제액을 모두 과표에 포함해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했다가 포인트 결제액은 과표에서 제외되는 에누리액이라며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했습니다. 세무당국이 2017년 4월1일 이후 정산금은 시행령 개정으로 과표에 포함된다며 경정청구를 거부하자 GS리테일이 소송을 냈습니다.
◆법 개정 전엔 ‘위법’, 개정 후엔 ‘적법’
대법원은 시기를 나누어 판단했습니다. 먼저 2017년 법 개정 전 거래분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당시에는 부가가치세법에 제3자 적립 마일리지를 공급가액에 포함할 수 있는 명확한 위임 근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행령만으로 과세 대상을 넓힌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므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2018년 이후 거래분에 대해서는 “과세가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2017년 개정 부가가치세법이 마일리지 등으로 대금을 결제하는 거래의 공급가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했고, 그 위임에 따라 시행령이 제3자 적립 마일리지 관련 금액을 공급가액에 포함하도록 정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나 공급가액의 범위는 기본적으로 입법정책의 영역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입법자가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제3자 적립 마일리지 중 제3자로부터 보전받는 금액을 공급가액에 포함하겠다는 취지를 드러낸 이상 그 입법적 결단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제휴사에서 돌려받은 돈은 ‘할인’ 아닌 ‘대가’
이 판결의 핵심은 마일리지 사용액이 언제나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201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는 마일리지 사용액을 에누리로 보아 부가가치세 과표에서 제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 법 개정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제3자 적립 마일리지처럼 고객이 아닌 다른 자로부터 사업자가 보전받는 금액이 있다면 그 보전금액은 공급가액에 포함되어 부가가치세가 과세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고객이 포인트를 써서 1만원을 할인받았더라도 사업자가 그 1만원 상당액을 제휴사나 다른 사업자로부터 보전받는다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대가를 받은 것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그 보전금액을 부가가치세 과표에 포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법 개정 전에는 이러한 과세를 시행령만으로는 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법률상 위임 근거가 없는 시기의 과세는 위법하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적법하다고 정리한 데 의미가 있습니다.
김지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jieun.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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