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건·베테랑 ‘금빛 시너지’
‘황금세대’ 젊은 피 눈부신 약진
이승현·최준용 등 중심 잡아
韓, 3점슛만 14개 성공 ‘기염’
통산 5번째 AG 정상에 올라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에이스’ 이현중(26·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은 대표팀 동료들을 끌어안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향한 외로운 싸움을 위해선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만 25세인 이현중으로선 이번이 사실상 병역혜택을 위한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다. 이현중은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원맨쇼’로 한국 남자 농구의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고, 이제 병역 의무라는 굴레를 훌훌 털어내고 NBA 무대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현중을 앞세운 한국 남자농구가 2014 인천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섰다. 직전 대회인 2022 항저우에서 8강에서 탈락해 역대 최저인 7위로 곤두박질쳤던 것을 한 방에 되갚았다. 니콜라이스 마줄스(라트비아)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 대표팀은 20일 일본 나고야의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에서 일본을 67-57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통산 5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8강에서 요르단을 114-80으로 완파한 한국은 준결승에서 오랜 천적이자 국가대표 맞대결에서 6연패 중이었던 이란을 26점차 대승을 거두며 넘어섰다. 그 중심엔 3점슛 7개를 포함해 26점 14리바운드로 맹활약한 이현중이 있었다. 한국 농구가 12년 만에 쾌거를 이룬 것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베테랑들의 경험이 시너지 효과를 낸 덕분이었다. 이현중을 비롯해 이정현(고양 소노), 유기상(창원 LG), 여준석(시애틀대) 등 ‘황금세대’라 부를 만한 젊은 자원들이 주축이 됐고, 이승현(울산 현대모비스)과 최준용·장재석(이상 부산 KCC) 등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았다.
금메달을 앞두고 한국 앞에 선 건 개최국 일본. 일본은 준결승에서 중국을 97-77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두 팀은 조별리그에서도 맞붙었고, 당시에는 한국이 일본을 100-83으로 제압했다.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두 팀은 이번에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놓고 맞붙었다.
경기 시작을 앞둔 경기장 안은 일찌감치 한일 응원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관중석 곳곳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한국 팬들과 일본 국기를 든 현지 관중이 목소리를 높였고, 양국 응원단의 함성이 번갈아 코트를 뒤덮었다. 결승전을 앞둔 경기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국 팬들은 태극기를 들고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했고, 맞은편 일본 관중석에서도 일본 국기가 연이어 펄럭였다. 한쪽에서 “대한민국” 구호가 터지면 곧바로 반대편에서 일본 응원 소리가 맞받아치는 등 경기 시작 전부터 치열한 기싸움이 펼쳐졌다.
양 팀은 1쿼터 초반부터 수비에 무게를 두며 팽팽하게 맞섰고, 전반을 28-28 동점으로 마쳤다. 후반 들어 한국이 주도권을 가져왔다. 3쿼터 초반 이현중이 3점슛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38-33으로 앞서갔고, 일본이 44-42까지 따라붙자 이정현이 3점슛으로 응수하며 흐름을 이어갔다. 이우석도 외곽포를 보태며 일본의 추격을 뿌리쳤다. 한국은 55-47로 앞선 채 3쿼터를 마쳤다.
4쿼터 들어 한국의 공격이 더욱 매서워졌다. 이현중이 3점슛을 꽂아 넣은 데 이어 이정현까지 득점에 가세하며 62-49로 달아났다. 13점 차까지 벌어지며 한국이 금메달에 성큼 다가섰다. 다급해진 일본은 3점슛을 잇달아 던지며 외곽에서 돌파구를 찾았지만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경기 종료 2분17초를 남기고 64-53으로 뒤진 일본이 타임아웃을 요청하며 마지막 반격을 준비했다. 하지만 한국은 강한 수비로 일본의 추격을 막아냈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67-57, 열점 차 리드를 유지하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이날도 여지 없이 이현중이 공수에서 중심으로 맹활약했다. 이현중은 이날 3점슛 5개를 포함해 27점을 올렸고, 무려 18리바운드를 걷어올리며 43-54로 리바운드 싸움이 밀린 것을 홀로 만회해냈다. 일본은 노골적인 심판진의 ‘홈콜’ 속에 자유투를 14개를 얻어냈으나 5개만을 넣으며 자멸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자 한국 선수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이정현을 비롯한 선수들은 곧바로 관중석으로 향해 태극기를 흔들던 팬들과 포옹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코트에서 시작된 환호가 관중석으로 번지며 한국 농구의 ‘금빛 밤’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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