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일 현 검찰청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분리된다. 이승만정부 시절인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후 72년간 검찰이 주도해 온 수사, 기소 등 형사사법 체계가 송두리째 바뀌는 것이다. 법무부 산하에 남는 공소청과 달리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전환된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앞으로 공소청은 기소권만 갖고 수사권은 중수청과 경찰이 거의 독점적으로 행사하게 된다. 그런데 이 같은 격변기에 형사사법 시스템 운영을 책임지는 직책들은 모두 비어 있으니 과연 제대로 된 준비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신생 공소청을 지휘해야 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공석이 된 데 이어 후임자로 지명된 김승원 후보자마저 엊그제 자진 사퇴했다.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은 지난해 7월부터 1년 넘게 대행 체제다. 경찰청도 2024년 12월 이후 21개월 넘게 청장이 없다. 신생 중수청의 경우 김지용 전 광주고검 차장검사가 초대 청장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국회 인사청문 절차는 멎은 상태다. 그가 검사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했다고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강경파의 반대 탓이다. 사정이 이러니 형사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에서 보듯 지금까지는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하면 검사가 보완수사를 통해 이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10여일 뒤면 검사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로 더는 불가능한 일이 된다. 제주 여성 실종·사망 사건은 경찰관이 시민의 신고를 암장(暗葬)하면 변사자의 억울함을 밝힐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부·여당이 뒤늦게 경찰 개혁을 위한 위원회를 만드는 등 야단법석을 떨긴 했다. 그러나 정작 책임지고 개혁을 밀어붙일 경찰청장이 없는데 외부 위원회의 말발이 경찰에 먹힐지 의문이다.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 아래에서 부패, 마약 등 7대 중대 범죄 수사를 전담할 중수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초대 중수청장은 이런 사건들 수사 경험이 풍부한 법조인 중에서 뽑음이 당연할 것이다. 일선 지방검찰청 특수부장, 대검 형사부장 등을 지낸 김 후보자는 나름 적격자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도 ‘친윤(친윤석열) 검사’라는 일각의 의혹 제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추가 검증’을 지시하며 임명이 지연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여당은 “치안이 걱정된다”는 국민 목소리에 제발 귀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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