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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조사 모호한 ‘선량한 농민’… 불명확한 기준에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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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현상철 기자 sch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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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휴경·농지 임대차계약 등
위법·관행적 행위 구분 애매모호
위법 확인돼도 처벌 판단 쉽지않아
“일단 농지 임대차계약을 서면으로 작성하긴 했는데, 나도 모르는 위법행위가 발견될까 봐 두렵다.”

 

전북 고창군에서 논 10마지기(약 2000평·6600㎡)를 보유한 70대 고모씨는 최근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생겼다. 몸이 아파 농사를 짓지 못해 수년 전부터 임차인과 서면 임대차계약을 맺었지만, 조사가 시작된 이후 자신도 알지 못하는 위법사항이 있을까 우려돼서다. 고씨는 “누가 대신 알아봐주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물어볼 사람조차 주변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 2일 수도권의 한 농지 너머로 재개발 구역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일 수도권의 한 농지 너머로 재개발 구역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농지법 위반으로 의심되는 284만 필지에 대한 정부의 현장 심층조사가 지난달부터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농촌 현장에서는 위법행위와 관행적 행위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안내되지 않아 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체 조사대상 농지 중 27.0%를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하고 연말까지 심층조사를 진행 중이다. 유형별(중복 포함)로 보면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 무단 휴경 11.6%, 불법 전용 9.0% 등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선량한 농업 종사자의 경미한 수정사항까지 처벌·단속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투기 이외의 농촌 관행에 대해서는 계도에 무게를 두겠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주요 사례는 △고령으로 몸이 불편해 불가피하게 휴경한 경우 △농업인끼리 필요에 따라 농지를 바꿔 경작한 경우 △농업용 간이창고를 허가 없이 설치한 경우 등이다.

 

문제는 실제 농촌 현장 사례는 다양하다는 점이다. 당장 고씨의 사례만 봐도 질병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운 경우인지, 5년 넘게 직접 농사를 지었는지, 농지대장 변경 신청 등 필요한 절차를 이행했는지 등에 따라 법 위반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고씨는 “수십년 농사를 지어왔지만 어떤 부분이 위법이고, 어떤 부분까지 농촌의 관행으로 받아들여지는지 헷갈린다”고 했다.

 

상속으로 농지를 보유했거나 추후 귀농해 직접 농사를 지을 목적으로 미리 농지를 취득했지만 현재는 직접 경작하지 않는 경우 등 어디까지 투기 목적으로 볼 것인지도 판단이 쉽지 않다. 위법이 확인돼도 어디까지 ‘선량한 농민’으로 보고 계도·정비 기회를 줄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농지 전수조사에 대해 “투기를 명확하게 가려내기 위한 것이자 어떻게 하면 지원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기초조사”라며 “(‘선량한 농민’ 등에 대해) 오히려 매입을 해서 도와줄지언정 제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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