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 관람… 상상력에 환호
훈장이 회초리를 들기 전 손목시계를 풀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김홍도의 풍속화 ‘서당’ 속 인물들로 분장한 참가자들이 익살스러운 몸짓을 선보일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이들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물을 관람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더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 참가했다”고 말했다.
유리 진열장 안에 있던 문화유산이 시민들의 상상력을 입고 박물관 밖으로 걸어 나왔다.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국중박 분장놀이 전국편’ 결선에서는 참가자 25팀이 국새와 반가사유상, 기마인물형토기 등 유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국중박 분장놀이’는 참가자가 직접 유물로 분장해 퍼포먼스를 펼치는 참여형 행사다. 2024년 시작해 올해 처음 전국 단위로 확대됐다. 전국에서 275팀 643명이 참가했고 지역 본선 등을 거쳐 25팀이 최종 결선 무대에 올랐다. 사전 신청자 2000명에 현장 관람객까지 더해 약 3000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대한제국 국새 ‘제고지보’에는 말 그대로 발이 달렸다. ‘국새에 발이 달렸나’팀은 금빛 국새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해 손을 흔들고 ‘국중 밖은 위험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아직 해외에 남아 있는 우리 문화유산의 귀환을 바라는 뜻을 담았다. 유물에 자신의 고민을 투영한 참가자도 있었다. 단종과 정순왕후의 복위 시호를 새긴 어보를 선택한 ‘숨 고르는 거북이’팀 참가자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언젠가는 진심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상은 ‘백자 잉어모양 연적’으로 분장한 전은슬씨에게 돌아갔다. 전씨는 바닥에 누워 몸을 움직이며 잉어가 펄떡이는 모습을 표현했다. 대학 생활의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참가했다는 그는 수상 뒤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분장놀이는 참가자들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페스티벌로 정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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