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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학회 이사장 “임신중지약, 의료·법적 안전관리체계 없이 들여오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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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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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관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정부, 법 개정도 없이 약품 사용 공식화
약물로 임신중지, 의학적 위험 가능성
불완전 유산·임신지속 등 생길수 있어
자궁외임신은 치료 못해… 생명 위협도

약 먼저 도입 여성·의료진에 위험 전가
형법·모자보건법·약사법 등 정비해야
“약이 먼저 시장에 들어오고 안전관리체계를 나중에 만든다면 결국 위험은 여성과 현장 의료진에게 전가됩니다.”


정부가 법 개정 없이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방안을 공식화한 가운데 이재관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20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실제 진료현장에서 작동할 의료·법적 안전관리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여성의 건강권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투약 전 정확한 진단부터 임신중지 완료 확인, 응급상황 대처까지 약물 사용의 전 과정을 관리할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관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20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에 앞서 실제 진료현장에서 작동할 의료·법적 안전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대구로병원 제공
이재관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20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에 앞서 실제 진료현장에서 작동할 의료·법적 안전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대구로병원 제공

수년간 논의가 이어져 온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최근 구체적인 제도 설계 단계로 빠르게 접어들었다. 정부는 지난 16일 임신중지 약물을 이르면 내년 1분기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인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정’은 임신 63일(9주) 이내 사용으로 신청됐다. 임신 유지에 필요한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하는 미페프리스톤과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을 순차적으로 복용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허가 후 초기 2년간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한 뒤 국내 사용 결과 등을 토대로 다음 단계를 검토할 방침이다.

의료계도 음성적으로 유통돼 온 약물을 국가 의료체계 안에서 관리해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와 단계적 접근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약물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실제 사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이 이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나 해외 지침이 ‘안전하다’고 평가하는 전제는 ‘적절한 조건에서’라는 것”이라며 “안전관리체계가 충분히 갖춰지기 전에 약이 먼저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약물로 임신중지를 한다고 의학적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임신 조직이 완전히 배출되지 않는 불완전 유산이나 잔류 조직이 생길 수 있고, 약을 복용한 뒤에도 임신이 지속되기도 한다. 출혈이나 감염이 심해지면 추가적인 처치가 필요하고 드물게는 응급수술이나 수혈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이사장은 “불완전 유산·잔류 조직은 가장 흔한 추가 처치 사유이고 지속임신은 약 0.5∼2%에서 나타난다”며 “관리된 의료환경에서는 입원·수술·수혈이 필요한 중대 합병증이 약 0.3%, 수혈은 0.1% 미만으로 드물지만, 드문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이 패혈증으로 진행하거나 대량출혈로 응급 소파술·수혈이 필요한 경우는 실제로 존재한다”며 “의료 접근이 늦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물만으로 임신중지가 완료되지 않아 결국 수술적 처치까지 받아야 한다면 환자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는 “약물 실패는 이미 며칠간의 출혈·통증을 겪은 뒤 다시 마취와 시술을 받는 구조가 된다”며 “빈혈이 진행된 상태에서 시술을 받게 돼 회복도 더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신체적 부담이 두 단계로 쌓이고 심리적 부담과 비용·시간 부담도 중복된다”고 했다.

약물 복용 뒤 나타나는 출혈과 복통을 정상적인 반응으로 여기다가 자궁외임신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임신중지약은 자궁 밖에 착상한 자궁외임신을 치료하지 못한다. 이 이사장은 “복용 후 출혈과 복통을 ‘정상적인 약물 반응’으로 오인하면 진단이 며칠 늦어지고, 그사이 난관 파열과 복강 내 출혈로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 최악의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쇼크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확한 임신주수 확인도 필수적이다. 현재 심사 중인 품목은 임신 9주 이내 사용으로 신청돼 있지만, 환자가 실제 그 범위 안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가려내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마지막 생리일만으로 주수를 계산하면 배란이나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거나 날짜를 잘못 기억해 오차가 생길 수 있어서다. 그는 “임상자료에서 성공률은 임신 42일 이내 약 98.7%에서 57∼63일에는 약 94.8%로 주수가 늘수록 떨어진다”며 “주수 오판은 실패율과 출혈 위험 증가로 직결되므로 초음파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이사장은 처방 자격도 산부인과 전문의로 한정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현재 처방 의사를 산부인과 전문의로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임신주수 확인과 자궁외임신 배제 등 필요한 진료 역량을 기준으로 정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논의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선행 조건은 산부인과 전문의의 투약 전 평가, 원내 투약과 관찰, 7∼14일 내 결과 확인, 미내원자 추적, 24시간 응급연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라고 말했다. 약을 처방하는 것으로 진료가 끝나는 게 아니라 임신중지가 제대로 완료됐는지 확인하는 단계까지 하나의 치료 과정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특히 안전관리체계가 실제로 작동하기 전에 사용부터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가동된 뒤 사용이 개시되도록 품목허가와 실제 사용 개시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적 기준도 실제 사용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 이사장은 현행 제도에서 약물 임신중지의 구체적인 시행 범위와 의료진의 책임 기준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공백 상태에서 처방이 시작되면 과다출혈·불완전 유산·지속임신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어떤 기준을 지켰는지 판단할 준거 자체가 없어 분쟁이 개별 의사에게 집중된다”며 “형법·모자보건법·약사법을 정비해 합법적인 시행 범위를 명확히 하고, 표준 지침을 준수한 진료에서 발생한 예견 가능한 합병증은 과실로 보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임상자료를 두고는 정부와 의료계의 시각차가 뚜렷하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약 100개국의 다양한 인종에서 사용된 경험과 전문가 자문 등을 토대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가교임상시험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 이사장은 “학회는 국내 도입 시 가교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며 “한국 여성에서의 약동학, 실패·잔류율, 출혈량, 추가 수술률, 재복용 필요 비율 같은 항목은 국내 자료로 확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허가와 동시에 도입 초기 전수 사용에 대한 시판 후 안전성 조사를 의무화해 국내 실사용 근거를 축적해야 한다”며 “그 자료가 이후 주수 기준과 관리 수준을 조정하는 근거가 된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정부가 ‘해외에서 오래 쓴 안전한 약’이라는 설명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이 약이 100% 완결되지 않아 일정 비율에서 추가 수술이 필요하고 주수가 늘면 위험이 커지며 자궁외임신에는 효과가 없어 진단을 늦출 수 있다는 한계까지 국민에게 함께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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