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업계, 러너 잡기 총력
가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러닝 대회가 잇따르면서 관련 소비도 활기를 띠고 있다. 러닝이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으면서 유통·패션·뷰티업계도 러닝족을 겨냥한 상품 출시와 체험형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10월에는 잠수교 10K 나이트런을 비롯해 김제새만금 지평선 전국마라톤대회, 서산 코스모스 황금들녘 마라톤 등 각종 러닝 대회가 이어진다. 가을철 야외활동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소비를 겨냥한 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무신사는 러닝 시장을 겨냥해 대규모 온·오프라인 캠페인에 나섰다. 무신사 스토어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9월 1~9일 ‘러닝 바람막이’ 검색량은 전월 동기 대비 4.4배 이상 증가했다. ‘러닝화’ 검색량도 64% 늘었으며 ‘러닝 장갑’과 ‘러닝 롱슬리브’ 검색량 역시 각각 215%, 155% 증가했다.
러닝 소비가 전문 장비에만 머물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무신사는 이번 러닝페어에서 러닝화와 의류, 용품뿐 아니라 에너지젤과 스포츠 선크림 등 뷰티·헬스 상품까지 함께 선보였다. 약 200개 브랜드가 참여해 1만개에 달하는 러닝 상품을 제안하면서 러닝을 하나의 소비 카테고리로 확장했다.
패션업계에서는 기능성 강화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아디다스는 러닝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며 러너 공략에 나섰다. 아디다스는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롯데월드몰 1층 아뜨리움에서 러닝과 트레일 러닝을 테마로 한 ‘로드 투 트레일(Road to Trail)’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약 70평 규모의 공간에서 러닝화와 아웃도어 제품을 선보이고 트레드밀 체험과 커스터마이징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특히 ‘2026 서울 100K’를 기념한 특별 공간을 마련하고 대회 한정 에디션도 공개했다. 서울 100K는 서울 도심과 산, 둘레길, 한강 등을 연결하는 도심형 울트라 트레일 러닝 대회로, 올해는 100K와 50K에 이어 로드 러너와 트레일 러닝 입문자를 위한 20K 코스를 신설해 총 2700명이 참가한다.
나이키도 마라톤 레이싱화 ‘알파플라이 4’를 공개하며 기술 경쟁에 나섰다. 전작보다 에너지 리턴을 10% 높이고 무게를 5% 줄이는 등 기록 단축을 원하는 러너를 겨냥했다. 탄소섬유 플레이트와 에어 유닛, 경량 폼 등을 적용해 장거리 주행에서 속도와 효율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원아웃도어의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글로벌 선수들의 필드 테스트를 바탕으로 고강도 트레일러닝에 적합한 ‘트레일러닝 컬렉션’을 선보였다. 경량성과 쿠셔닝을 강화한 트레일러닝화 ‘오프트레일 울트라’와 전천후 트레일슈즈 ‘벡티브 엔듀리스 4’를 비롯해 재킷, 쇼츠, 반팔티, 슬리브리스티, 러닝 베스트 등으로 구성했다. 특히 ‘벡티브 엔듀리스 4’는 3D 형태의 TPU 플레이트와 높은 접지력의 밑창을 적용해 다양한 트레일 지형에서의 안정성과 추진력을 높였다.
코오롱스포츠는 트레일러닝 선수단을 중심으로 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의류·신발·용품을 아우르는 2026 F/W 트레일러닝 풀 컬렉션 16종을 선보인다. 경량 방수 재킷과 방수 팬츠, 스트레치 레깅스 등 실제 야외 주행 환경을 고려한 상품군을 구성했다.
러닝이 여행과 결합하는 ‘런트립’도 새로운 소비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랙야크는 NOL과 함께 중국 만리장성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사전 교육과 국내 훈련을 거쳐 현지 트레일 러닝에 참여하고, 완주 후에는 만찬과 베이징 문화투어까지 경험하게 된다. 운동 자체뿐 아니라 여행과 커뮤니티 경험을 결합한 상품이다.
캐릭터 IP와 러닝을 결합한 사례도 등장했다. 디즈니코리아는 10월 24일 인천에서 ‘디즈니런 2026’을 개최한다. 5㎞와 10㎞ 코스에 디즈니 캐릭터를 결합하고 공연과 팝업스토어, 포토존 등을 함께 구성했다. 참가 접수는 오픈 약 3시간 만에 1만5000명 정원이 마감됐다.
러닝을 매개로 한 오프라인 소비도 확대되고 있다. 디즈니런 현장에는 식품·생활용품·문구류 등 4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가 마련되며, 유니클로와 브리타, 스타벅스 등 협찬 브랜드도 체험형 부스를 운영한다. 러닝 대회가 상품 판매와 브랜드 경험이 결합된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러닝족이 많아지자 뷰티업계도 이들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는 규칙적 체육활동 참여자가 주로 하는 종목으로 달리기를 꼽은 비율이 2024년 4.8%에서 2025년 7.7%로 2.9%포인트 증가했다.
K-뷰티 브랜드 오브제는 운동 중에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성 선케어 라인을 강화했다. 오브제의 ‘액티브 스웨트프루프 선스틱’은 출시 이후 여름철 월평균 매출액이 봄철보다 약 72% 증가했다. 기존 선케어가 여름철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운동과 일상 등 사용 상황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형태로 소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프로-스펙스는 춘천마라톤 80주년을 기념해 대회 참가권과 기념 굿즈, 카본 레이싱화를 묶은 한정 레이스 패키지를 판매했다. 대회 참가를 제품 구매와 브랜드 공간 방문 경험으로 연결한 방식이다.
업계가 러닝에 주목하는 이유는 러닝이 운동을 넘어 패션과 여행, 뷰티, 콘텐츠를 아우르는 소비문화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기록을 위한 전문 장비뿐 아니라 러닝에 어울리는 의류와 액세서리를 선택하고, 대회와 여행을 결합하거나 캐릭터와 브랜드를 경험하는 등 소비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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