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팅 날, 화면 속 모래시계만 바라보다 ‘매진’ 문구를 맞닥뜨리는 일은 팬들에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팬들 간의 치열한 경쟁 탓이 아니다. 매점매석을 통한 수익을 노린 ‘암표상’의 횡포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최대 50배 과징금’ 부과하는 ‘암표방지법’(개정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을 꺼내들었고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암표를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며 수십년간 이어져 온 암표 거래가 역사속으로 사라질 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최근 BTS를 비롯한 유명 K-팝 공연과 대형 스포츠 경기 티켓을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대량 선점한 뒤 되팔아 24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전문 암표업자 A(30대)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A씨는 매크로 프로그램과 가족, 친척 등 다른 사람의 계정을 이용해 예매한 뒤 최대 30배 가격으로 되팔아 번 돈으로 아파트 1채와 상가 2채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형사 처벌을 넘어 국정 최고 책임자의 강력한 메시지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X)를 통해 해당 보도를 직접 공유하며 “정당한 관람 기회를 빼앗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암표 거래는 끝까지 추적해 부당하게 챙긴 수익까지 반드시 환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불법 행위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몰수·추징해 암표 거래의 유인 자체를 뿌리 뽑겠다는 사법·행정 조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암표 판매 개인 일탈서 ‘기업형 범죄’로 진화
암표 거래는 오래 전부터 이뤄졌지만 지금처럼 심각한 범죄로 다뤄지진 않았다. 1970~1980년대 암표는 주로 인기 영화가 상영되던 단성사·피카디리 등 극장가나 명절 귀성길 철도역,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는 경기장 입구 등 ‘현장’에서 기승을 부렸다. 당시에는 표를 사전에 선점한 개인 암표상이 골목길에서 웃돈을 받고 실물 표를 암거래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정부는 1973년 경범죄처벌법을 제정해 ‘암표 매매’를 단속 대상에 포함시켰으나, 현장 적발 시 소액의 벌금이나 통고처분에 그쳤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예매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암표 시장은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겼다. 초기에는 포털 카페나 중고 거래 게시판을 통한 개인 간 차익 거래 형태였으나, 2010년대 K-팝의 글로벌 급성장과 대형 스포츠·공연 시장의 확장에 맞물려 암표 거래는 조직화·전문화되었다. 특히 지정된 좌석을 초 단위로 싹쓸이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보급되면서, 암표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수십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올리는 ‘기업형 범죄’로 진화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암표가 초래하는 사회적 폐해가 커지며 이를 대하는 사회의 대응도 달라졌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상 암표 매매 단속 조항은 ‘암표를 판 장소(암표 매매 현장)’에 국한돼 있어, 온라인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티켓을 싹쓸이하는 ‘디지털 암표상’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적발되더라도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벌금 내고 암표 파는 게 남는 장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정 공연법, 암표 판매 금액의 ‘50배’ 과징금 부과
이에 지난 8월28일부터 본격 시행된 개정 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대폭 보완했다. 부정 판매자에게 판매금액의 2배부터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신설됐으며, 부정 구매 및 부정 판매를 신고한 이들에게 지급하는 포상금 기준도 구체화했다. 부정 구매 신고자에게는 최대 5000만원, 부정 판매 신고자에게는 해당 위반행위자에 부과된 과징금의 50% 범위 내에서 신고포상금을 지급한다. 부정 구매와 부정 판매가 명확하게 금지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암표 근절을 위한 사업자 책임도 강화했다. 입장권 판매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본인 확인, 신고 기능 운영, 부정거래 시 관련 게시물 노출 제한 및 과징금 부과 등 가능한 제재 공지, 신고기관 등의 요청에 따른 게시물 노출 제한 조치 등 기술·관리적 조치 의무가 새롭게 부여됐다. 신고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예매처와 중고거래 플랫폼에 부정거래 관련 게시물 작성자 정보와 정보통신망 접속 기록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출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암표상들이 국내 단속망을 피해 해외 플랫폼으로 옮겨가며 발생할 ‘풍선 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티켓베이 등 국내 플랫폼과 달리, 해외 플랫폼의 경우 정부나 수사기관이 협조를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이나 해외 거주자가 해외에서 부정구매·부정판매를 하는 경우에는 속지주의에 따라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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