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8A·폭발물제거팀 증강 가능성
호르무즈 활동 땐 국회 동의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관련해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그런 형태의 군 자산 파병은 없다는 원칙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우리로서는 다른 국가들이 하는 것처럼 자국의 상선과 원유수송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미 청해부대가 파견돼 해적 등의 국민 안전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이를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 검토하고 고심하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파병 형태로 청해부대 활동 영역 확대나 전력 증강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활동 영역 확대와 파병 형태 등을 놓고 또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현실적 제약 고려한 듯
현재 파병 논의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9월 초 국방부 현지조사단이 아랍에미리트(UAE)로 파견되어 알 다프라 공군기지 등을 둘러보고 지난 10일 귀국했다.
현지조사단은 관련 보고서를 17일 예정됐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한·미 외교장관 회담 개최에 따른 조현 외교부 장관의 출국 등으로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쟁 불개입’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군사적 기여의 필요성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거듭된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중동 일대 미군기지들은 이란의 공격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바레인의 해군지원기지는 큰 타격을 받았고, 쿠웨이트·요르단·이라크 등의 기지들도 잇따라 피습됐다.
호르무즈해협은 이란의 조치로 선박 통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앞서 파병 문제가 제기됐을 때는 해상초계기와 해군 특수전부대 폭발물 처리반 파견이 거론됐다. 하지만 중동 전역의 미군기지가 이란 공격에 노출됐고, 호르무즈해협 통항도 어려운 상황에선 우리 군 파병부대가 안전하게 머물 곳이 마땅치 않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선박 보호나 기뢰제거 활동을 하고자 군 전력 자산을 파견하려면 안전 확보가 전제조건으로 충족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이란과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 지부티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청해부대의 강화가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른 셈이다.
한반도 군사대비태세 유지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 장병 안전을 보장하면서 군사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해부대는 2009년 창설 이후 4만여척의 선박에 안전 항해를 지원했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 2011·2014년 리비아 국민 철수, 2015년 예멘 국민 철수 작전 등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48진인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왕건함(4400t급)이 파견되어 있다. 링스 해상작전헬기와 해군특수전전단 대테러특임대가 추가되어 있다.
여기에 해군 특수전전단 폭발물제거팀과 P-8A 해상초계기 등을 추가해서 전력을 증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일본 해상자위대 해적대처 파견부대는 해상초계기를 운용한다.
지난 2020년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아덴만에서 오만만·아라비아만까지 확대했던 방식을 다시 적용해 호르무즈해협 관련 군사적 기여를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청해부대가 호르무즈해협 관련 군사적 기여에 나서도 해협 일대에서 임무를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청해부대 전력의 핵심인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은 이지스구축함보다 대공방어능력이 훨씬 낮다.
따라서 청해부대의 활동영역이 확대되어도 실질적인 행동에는 적지 않은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파견 형태·국회 비준동의 변수
남은 문제는 파견 형태와 국회 비준 동의 여부다.
우선 파견 형태의 경우 독자적인 파병을 통해 아덴만과 아라비아해 등에서 자체적으로 선박 및 우리 국민 안전 보호활동을 하는 방법이 있다.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는 방법도 있다.
이 대통령은 영국·프랑스 등 타국의 호르무즈 해협 인근 전력 파견 사례를 거론했다. 이로 볼 때 타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국무부와 중부사령부를 중심으로 통항 선박에 실시간 정보 및 안전 지침을 제공하는 해양자유구상(MFC)을 추진해 왔다.
파병 검토가 미국 측의 압박에 따라 이뤄졌으므로 MFC와 연계한 군사적 기여 방안도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
유럽 주도 다국적 군사 임무 참여도 대안으로 꼽힌다.
영국과 프랑스는 지난 5월 민간 선박의 안전 통항 지원 및 기뢰 제거 등을 포함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을 포함한 30여 개국이 지지를 표명했다.
정부가 군사적 기여 방안을 최종 확정하면, 국방부와 군 당국은 그에 맞는 전력을 차출해서 파병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방어적 성격의 소규모 파병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회 비준동의 문제는 국내에서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에 제출되어 통과됐던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에 명시된 파견지역은 아덴만 해역 일대다. 이를 벗어나서 다른 곳에서 활동하려면 원칙적으로 국회 비준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
다만 ‘유사시 국민 보호 활동 시 지시된 해역 포함’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것이 논란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호르무즈해협 일대 우리 선박과 선원 안전 보호를 명분으로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고 청해부대 활동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정부가 청해부대 활동영역을 국회 동의 없이 넓혔던 전례가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회 동의권을 침해한 변칙적·위헌적 운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호르무즈 파병에서도 2020년과 동일한 방식을 적용한다면, 법적 측면에서 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다만 안규백 장관은 지난 3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관련, “청해부대는 우리 상선 보호와 해적 퇴치가 주 임무인데 호르무즈 해협은 실질적인 전쟁 상황 아니냐”며 “그렇다면 헌법 60조 2항에 의거해 반드시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안 장관의 언급대로 파병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면, 파병 찬반을 놓고 정치권 논쟁이 치열하게 불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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