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 안으로 둥근 초가 지붕이 모이고, 집과 집 사이를 돌담길이 잇는다. 순천 낙안읍성에서 맞는 한가위 나들이는 그 마을을 걷다가 전통공연을 즐기는 등 온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이다.
18일 순천시에 따르면 낙안읍성 한가위 축제는 오는 24∼27일 추석 연휴에 상설공연 7회가 진행된다.
추석 당일인 25일에는 오후 2시 한 차례 공연이 진행된다. 24일과 26, 27일은 오전 11시와 오후 2시, 25일은 오후 2시 공연이다.
고향에 다녀오는 길에 들르거나 가족과 하루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보고 싶은 공연부터 고른 뒤 마을 돌담길을 이어볼 수 있다.
◆ 추석날엔 주무대, 다음 날엔 동문에서
추석 당일 오후 2시 주무대에서는 판소리와 남도민요, 사물놀이, 전통무용 등이 예정돼 있다. 오전에 마을을 둘러본 뒤 공연에 맞춰 주무대로 향하거나, 오후 공연을 먼저 보고 골목으로 발길을 돌리는 식으로 하루를 짤 수 있다.
다음 날인 26일 오전 11시는 출발점이 다르다. 낙안민속농악단의 전통 민속농악 6마당굿이 동문에서 주무대로 이어진다.
사자굿과 행진굿, 어울림굿 등이 예고돼 있어 이 회차를 보려면 동문 쪽을 먼저 찾는 동선이 맞는다.
24일 오전에는 가야금병창과 판소리 등이, 오후에는 창극 ‘뺑파전’ 등이 주무대에 오른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에는 길놀이와 강강술래 등이, 오후에는 판소리와 창극 등이 예정돼 있다.
◆ 성문 안에는 지금도 사람이 산다
낙안읍성은 산 위 요새가 아니라 들판에 자리한 평지성이다. 평지성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의 들판 한가운데 성이 놓인 지형을 말한다.
성벽과 초가마을을 따로 떼어 보기보다, 성 안에 집과 길이 어떻게 모여 있는지 살피며 걸으면 장소의 생김새가 한층 또렷해진다.
순천시에 따르면 낙안읍성은 1397년 김빈길이 토성을 쌓았고, 1626∼1628년 임경업이 석성을 중수해 오늘의 읍성 안에는 주민들의 삶이 이어진다.
기와를 얹은 관아 건물과 낮은 초가가 함께 있는 풍경에는 오래된 행정 공간과 생활 공간이 겹쳐 있다.
성 안 관람 코스는 동문에서 임경업장군비각과 객사를 지나 놀이마당, 동헌으로 이어진다. 이후 내아와 낙민루 등을 거쳐 마을을 돌아보는 길이다.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이 동선 일부를 골라 걷고, 시간이 남으면 다음 구간으로 이어갈 수 있다. 주민이 생활하는 집을 보며 길을 따라 이어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 왜구 막으려 고을 사람들이 쌓은 흙성
순천시 연혁을 보면 이 고장이 낙안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940년이다. 그전까지 파지성으로 불리던 곳이 낙안군으로 바뀌었다.
성이 선 것은 1397년이다. 왜구가 밀려오자 김빈길이 고을 사람들을 거느리고 흙으로 쌓았다. 관에서 내려보낸 공사가 아니라 주민을 모아 올린 성이었다.
김빈길은 낙안에서 난 사람으로 전해진다. 1394년 전라도수군첨절제사를 지낸 수군 지휘관이었으니, 바다에서 왜구를 막던 사람이 제 고장 들판에 성을 세운 셈이다.
흙성이 돌로 바뀌기까지는 230년 가까이 걸렸다. 순천시가 밝힌 성의 둘레는 1410m, 높이는 4∼5m다. 걸어서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길이다.
낙안읍성은 1983년 사적으로 지정됐고, 201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랐다. 잠정목록은 등재를 신청하려고 미리 올려 두는 명단이어서 등재가 확정된 건 아니다.
◆ 떠나는 군수에게 세운 비, 400년 가까이 정월 보름 제사
관람 코스에서 객사로 들어가는 입구 길가에 비각이 하나 서 있다. 임경업장군비각이다.
안에 있는 비의 정식 이름은 군수임공경업선정비다. 임경업이 서울로 떠난 다음 달인 1628년 4월 낙안 사람들이 세웠다.
임경업은 1626년 5월 낙안군수로 와서 1628년 3월 떠났다. 2년이 채 안 되는 재임이었다. 성을 돌로 고쳐 쌓고 고을을 다스린 군수를 두고, 주민들이 그가 떠나자마자 비를 세운 것이다.
비는 세우고 끝나지 않았다. 낙안 사람들은 임경업을 고장의 수호신으로 모셨고, 지금도 해마다 정월 보름이면 제사를 지낸다. 이 비각은 전라남도 문화유산자료다.
◆ 하룻밤에 성을 쌓았다는 이야기, 누나는 옷고름을 달지 않았다
임경업을 둘러싼 이야기는 기록에만 남지 않았다. 낙안 일대에는 그가 누나와 내기를 해 하룻밤 만에 성을 쌓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누나는 동생의 옷 한 벌을 짓고 임경업은 성을 쌓아, 누가 먼저 끝내는지 겨루기로 했다는 이야기다.
먼저 끝낸 쪽은 누나였다. 그런데 옷고름을 달려다 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 나 봐라. 내가 여잔디, 장군을 이겨야 되겠냐?”
누나가 옷고름을 달지 않아 내기는 임경업의 승리로 끝났다. 이 이야기는 1994년과 2018년 낙안면 동내리에서 채록돼 ‘순천시사’와 ‘순천 사람들의 삶에 담긴 이야기’에 실렸다.
연구자들은 여기에 오누이가 힘을 겨루는 옛이야기의 틀이 쓰였다고 본다. 성이 하룻밤에 설 수는 없지만, 이 고장 사람들이 임경업을 어떤 인물로 여겼는지는 이 이야기에 담겨 있다.
공연을 기다리며 동문에서 객사 쪽으로 걸으면 이 비각 앞을 지나게 된다.
한편 낙안읍성 초가마을 9월 매표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다. 내국인 만 6세 이하와 만 65세 이상은 무료입장 대상이다.
낙안읍성 주소는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 30이다. 시는 비가 오는 등 기상 상황에 따라 공연 일정이 바뀔 수 있다고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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