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준결승 이기면 역사적인 첫 메달
탁구대처럼 생겼지만 양쪽 끝이 아래로 휘어진 곡선형 테이블. 선수는 손을 쓰지 않고 발과 머리, 가슴, 허벅지로 축구공을 받아 상대편 테이블에 꽂아 넣는다. 축구의 볼 컨트롤과 탁구의 정교한 코스 공략, 세팍타크로의 화려한 공중 기술을 한데 섞은 듯한 ‘테크볼(Teqball)’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고 있다. 그 한가운데 한국 대표팀 주장 이준석(27)이 있다. 아시안게임 데뷔 무대에서 6전 전승, 그것도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질주를 펼치며 한국 테크볼 사상 첫 메달을 눈앞에 뒀다.
테크볼은 2012년 헝가리에서 탄생한 신생 스포츠다. 길이 약 3m, 폭 1.5m의 곡선형 테이블과 축구공 5호를 사용해 단식은 1대1, 복식은 2대2로 맞붙는다. 공은 최대 세 차례 터치 안에 상대편으로 넘겨야 한다. 손과 팔을 사용할 수 없고 같은 신체 부위로 연속해서 공을 건드리는 것도 금지된다. 한 세트는 12점제로 치르며 3세트 가운데 두 세트를 먼저 따내는 선수가 승리한다. 테이블이나 상대 선수와의 신체 접촉도 허용되지 않는다.
쉽게 표현하면 ‘발로 하는 탁구’다. 하지만 실제 경기는 훨씬 역동적이다. 강력한 발등 스매시는 물론 가슴 트래핑, 헤딩, 때로는 몸을 공중으로 날리는 오버헤드킥까지 등장한다. 테이블의 곡면 때문에 공이 튀어나가는 각도를 순간적으로 계산해야 해 축구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정교함과 순발력, 공간 판단 능력을 동시에 요구한다. 국제테크볼연맹(FITEQ)은 현재 150개가 넘는 국가·지역 연맹을 두고 있으며, 이번 아이치·나고야 대회에서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 메달 종목이 됐다. 남녀 단식과 남녀 복식, 혼합복식 등 5개의 금메달이 걸렸다. 한국에는 2018년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아직 저변이 넓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단숨에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남자 단식 이준석을 비롯해 남자복식 이준석-이태빈, 혼합복식 김은준-장은서가 출전했다. 대표 선수 상당수가 축구와 족구, 세팍타크로를 경험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준석 역시 K4리그 이천시민축구단에서 뛰었던 축구선수 출신으로 족구선수로도 활동했다.
이준석은 지난 17일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남자 단식 B조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라오스,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선수들을 차례로 꺾었다. 조별리그 마지막 한일전에서도 일본의 와세 아키노리를 2-0으로 제압해 5전 전승, 조 1위를 차지했다. 다섯 경기에서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았다. 연합뉴스
기세는 8강에서도 이어졌다. 이준석은 키르기스스탄의 쿠다이베르디 아이다르베코프를 2-0(12-2 12-1)으로 완파했다. 조별리그를 포함해 6경기 12세트를 모조리 따내는 ‘무실세트 6연승’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2021년 테크볼에 입문한 이준석은 대기업 생산직에서 일하며 정규직 전환을 바라볼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 2월 테크볼의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이 확정되자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운동에 전념했다. 종주국 헝가리 선수에게 직접 연락해 개인 지도를 받으며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이제 역사까지 한 경기만 남았다. 이준석은 19일 오전 11시30분 자이드 에이단(쿠웨이트)과 준결승을 치른다. 여기서 승리하면 한국 테크볼의 아시안게임 첫 메달을 확보하고, 20일 결승에서 초대 남자 단식 챔피언에 도전한다. 같은 날 이태빈과 짝을 이룬 남자복식 준결승에도 나선다.
테크볼은 아직 한국 스포츠팬들에게 낯선 이름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이라는 무대를 통해 처음 이름을 알리고, 그 첫 페이지에 한국 선수의 메달이 새겨질 가능성이 생겼다. ‘발로 하는 탁구’로 시작된 호기심이 이제 한국 선수단의 새로운 메달 기대 종목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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