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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女직원 호텔방 따라가 성폭력 시도…징역 2년에도 ‘배째라’ 체육단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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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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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회신기한 90일 있지만…징계 요구 뒤 결과조차 받지 못한 사건 잇따라
강간미수·미성년 집단 강제추행·승부조작 이어 선거 기부금 논란까지
징계 요구 불이행 땐 최대 2년 재정지원 제한…시행 1년 실제 적용 ‘0건’
조은희 “미이행 건 전수 점검…현행 규정상 동원할 수 있는 조치 모두 취해야”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체육단체 관계자의 강간미수 사건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요구 이후에도 451일째 감감무소식이다. 중학교 펜싱부 선수 4명이 피해를 입은 집단 강제추행 사건은 575일, 심판에게 특정 선수의 등급을 올리도록 요구한 승부조작 관련 사건은 무려 729일이 지났다. 성폭력과 승부조작 등 중대 비위 사건에 대한 징계 요구를 받고도 체육단체들이 장기간 징계 절차를 사실상 뭉개면서, 체육계의 자체 징계 시스템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조은희 의원실 제공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조은희 의원실 제공

17일 세계일보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스포츠윤리센터 징계 요구 관련 자료를 보면, 징계 요구 이후 수백 일이 지나도록 처리 결과가 회신되지 않은 사건에는 성범죄와 경기 공정성 훼손, 체육단체 선거 관련 사안 등이 포함됐다.

 

대한육상연맹 산하 지역단체 관계자인 A씨는 2019년 12월과 2023년 10월 피해자와 두 차례 식사한 뒤 피해자가 묵고 있던 호텔 객실까지 따라갔다. 피해자는 해당 체육단체 직원이었다. A씨는 객실 안에서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시도했고, 피해자는 2023년 12월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했다.

 

이 사건은 사법 절차에서는 결론이 났다. 법원은 2025년 1월 A씨에게 강간미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스포츠윤리센터도 사실관계를 검토해 같은 해 2월 징계를 요구하기로 결정했고, 5월 실제 징계 요구서를 해당 단체에 보냈다. 하지만 징계 요구서를 보낸 뒤에도 대한육상연맹의 처분 결과는 스포츠윤리센터에 전달되지 않았다.

 

미성년 선수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도 장기간 처리되지 않았다. 2024년 7월 문체부 장관배 전국대회를 앞두고 한 중학교 펜싱부 숙소에서 선배 선수들이 후배 선수 4명을 상대로 집단 강제추행을 벌였다. 피해자들은 모두 중학교 2학년이었다. 가해 과정에서는 피해자들을 위협하거나 행위를 촬영한 정황까지 확인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해당 단체의 징계 절차에는 진전이 없었다.

 

경기 결과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심판 개입 사건도 있었다. 한 중앙 종목단체 부회장 B씨는 2023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심판들에게 특정 지역 선수의 등급을 올려주도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심판에게는 대회에 참석하지 말고 경기 흐름과 결과를 보고하라는 취지의 요구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판들의 진술에는 심판 배정 과정에 관한 정황도 담겼다. B씨가 심판 배정표를 사실상 직접 작성한 뒤 단체 사무국에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스포츠윤리센터는 2024년 6월 징계를 요구하기로 의결했고, 같은 해 8월 해당 체육단체에 공식적으로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 체육단체의 처리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체육단체가 징계 요구 결과를 회신해야 하는 법정기한은 ‘90일’이다. 그런데 강간미수 사건은 이 기한의 약 5배, 집단 강제추행 사건은 약 6.4배, 승부조작 관련 사건은 약 8.1배가 지나도록 후속 조치가 이뤄졌다는 통보조차 없었다.

 

징계 요구가 성폭력이나 경기 공정성 문제에만 그친 것도 아니다. 체육단체 수장의 선거 과정에서 기부금 문제가 불거진 사건도 장기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 중앙 종목단체 회장 C씨는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대표로 있던 법인을 통해 해당 단체에 1억1000만원을 기부했다. 두 달 뒤에는 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선거를 앞두고 체육단체에 기부행위 제한 관련 안내를 배포하고 교육까지 실시했던 것으로 스포츠윤리센터 결정문에 적시돼 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2025년 2월 이 사건을 접수했고, 조사와 검토를 거쳐 2026년 1월 중징계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사건 역시 징계 요구 이후 후속 조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조은희 의원실 제공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조은희 의원실 제공

문체부는 체육단체의 징계 요구 미이행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지만, 시행 1년이 지나도록 실제 재정지원을 제한한 사례는 ‘0건’이었다. 제재 근거가 마련됐음에도 실제 적용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8월1일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체육단체에 재정지원 제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징계 요구를 이행하지 않거나 정해진 기간 안에 회신하지 않는 단체에는 최대 2년간 재정지원이 제한될 수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체육단체 미이행 사건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8월1일부터 재정지원 제한 제도가 새롭게 도입됐고, 현재 대한체육회와 함께 기한 내 회신을 할 수 있도록 계속 독려하고 있다”며 “그동안 독려한 결과 기한 내 회신율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지원 제한은 체육단체 입장에서는 아주 강력한 조치가 될 수 있고, 지역 단체의 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의 페널티가 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왔다”면서도 “제도가 시행된 지 1년 정도 지난 만큼 이제는 체육단체들도 정당한 사유 없이 기한 내 회신하지 않을 경우 재정지원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숙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재정지원 제한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성폭력과 승부조작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한 징계 요구에조차 답하지 않는 것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공정한 승부를 위해 땀 흘린 선수들의 노력을 저버리는 일”이라며 “체육인을 보호하고 공정한 체육 질서를 세워야 할 단체들이 처리 결과를 알리는 최소한의 책임조차 다하지 않는 현실은 국민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징계 요구를 외면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면 체육계에 ‘버티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면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미회신·미이행 건을 전수 점검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징계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단체에는 재정지원 제한 등 가능한 조치를 적극 검토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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