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 추천 효력정지 22일 심문
“형식적 서류 심사” 공정성 논란
동서 갈등 격화에도 정치권 침묵
역사적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은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는 지방 생존의 거대 전환점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행정통합의 성과가 채 영글기도 전에 ‘전남광주 지역 국립의대 후보대학 추천 심사’ 파문이 일었다. 제도의 외형을 바꾸는 것보다 그 안을 채우는 리더십의 본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증명하는 단적인 사례다.
순천대가 옛 전남지역 국립의대 설립 단일 후보로 선정·추천된 과정에 관한 법원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첫 심문기일이 22일 열린다. 목포대는 탈락한 직후 전남광주시장을 상대로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 선정·추천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전남지역 의대 설립에 관한 행정 절차 중단 여부는 법원 판단에 달린 것이다.
앞서 목포대와 순천대는 옛 전남지역에 신설될 의대 티켓 한 장을 놓고 경합을 벌였다. 목포대가 순천대에 불과 1.3점 차이로 탈락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부실한 심사 제도와 정치권의 책임 회피가 지역 공동체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탈락한 목포대를 놓고 공정성 논란과 함께 전남광주 서남권 정치권과 지자체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남광주 국립의대 선정 사태는 제도의 기계적 운영이 빚어낸 공정성의 파탄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대학설립 규정상 필수적인 부지 확보 요건을 두고 실질적 소유권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치밀한 검증 없이 형식적 서류 평가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백억원의 재정과 대학병원 건립이라는 특수 과제를 다루면서도 객관적 검증 장치가 미흡했던 졸속 심사는 결국 서남권 주민들이 체감해 온 구조적 의료 취약성과 절실함을 지워버린 채 팽팽한 불신만 키웠다.
위기 앞에서 드러난 정치권과 평가 주체들의 도덕적 해이는 더 큰 문제다. 논란이 법적 공방으로 비화하는 국면에서도 의사결정 주체들은 적극적 소통보다는 “적법한 절차였다”는 기계적 해명 뒤에 숨기 바쁘다. 전남광주 동서부 간 지역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동안 이를 조정하고 보듬어야 할 리더들은 침묵 또는 책임 전가로 방관하고 있다.
주민들 신뢰를 잃은 정치는 어떠한 명분·적법을 내세워도 집행 동력 등에 있어 예전의 ‘말발’을 회복하기 힘들다. 평온한 시기에는 시스템의 결함이 가려지지만, 위기와 갈등이 증폭되면 리더의 ‘그릇의 크기’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국립의대 유치가 특정지역의 정치적 승패나 전리품이 돼선 안 된다. 60만 서남권 주민의 생명권과 지역 전체의 미래가 걸린 중대사 앞에서 제도의 미비함을 핑계 삼는 것은 리더의 자격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주어진 권력을 무차별 행사하는 것보다 어떻게 절제하고 책임을 지느냐가 진정한 정치적 역량을 판가름하는 유일한 척도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소모적 갈등을 멈추고,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바로 세우는 용기 있는 결단이 절실하다. 역사적인 통합의 깃발을 올릴 때 ‘1+1=2’ 이상의 시너지를 기대했던 특별시민들에게 혹여나 ‘1+1=1’이 되지 않도록 우려를 씻어내고 안심을 찾아주는 게 진정한 정치적 도의다. 지역 리더들이 차제에 전남광주 4명 중 1명이 갖는 분노와 실망을 해소해야 통합특별시의 그릇의 크기도 커지고 국가 균형발전의 롤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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