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된 화물 부산항 거쳐 미주·유럽行
양국 무역로 넘어 환적 네트워크 역할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컨테이너 항로 10개 중 8개를 한국 국적선사가 운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컨테이너 해운시장이 대형 원양선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사이 국내 근해선사가 한∼일 항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분산된 일본 항만의 화물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부산항을 거쳐 미주·유럽 등으로 향하면서 부산항 입지도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올해 한∼일 항로에서 운항 중인 34개 노선 가운데 한국 국적선사 11곳이 운영하는 노선은 27개로 79%를 차지했다.
한국이 한∼일 항로의 주도권을 갖게 된 배경에는 일본 항만의 구조적 특성이 자리한다. 일본은 5대 주요 항만(도쿄, 오사카, 고베, 나고야, 요코하마)과 지방 항만이 발달한 구조다. 일본의 지방항은 미주·유럽을 오가는 글로벌 선사의 직기항이 제한적이어서 수출입 화물을 대형 항만으로 옮겨 원양선으로 환적해야 한다. 그런데 동해에 위치한 아키타, 가나자와 등 일본 지방항의 수출입 화물은 일본 내 육상운송 등을 거쳐 5대 항만에서 환적하는 것보다 부산항에서 환적해 미주·유럽 등으로 보내는 것이 비용을 최대 30% 줄일 수 있다. 동북아 주요 환적 허브인 부산항이 보유한 다양한 운항 스케줄과 서비스까지 더해져 일본 화주에게 부산항 환적은 경쟁력 있는 선택지가 됐다는 게 해진공의 분석이다.
일본 컨테이너 해운시장이 소수 대형 선사 중심으로 재편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계 컨테이너 정기선사는 사실상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가 유일하다. 2010년대 글로벌 해운업 위기를 거치면서 일본 선사 3개사의 컨테이너 사업이 통합된 게 ONE이다. 이마저도 장거리 원양항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한국처럼 연근해를 중심으로 운항하는 컨테이너 선사는 사실상 전무하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2024년 기준 2440만TEU로 일본 5대 컨테이너항의 처리량(1562만TEU)을 합친 것보다 1.6배 많다. 한∼일 항로를 오가는 화물의 상당수는 한국과 일본에서 최종 소비되는 물량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동한 풀컨테이너 물동량은 58만9108TEU,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한 물동량은 53만4256TEU로 양방향을 합하면 112만3364TEU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일본으로 향한 환적화물 비중은 68.1%, 일본에서 한국으로 향한 비중은 68.2%를 차지했다. 한∼일 항로가 부산항과 일본 지방항을 글로벌 원양항로에 연결하는 ‘피더 네트워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운임으로 이어졌다. 해진공의 컨테이너 운임 종합지수(KCCI)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 서안항로의 주간 평균 절대 운임변동률은 7.59%였지만 한∼일 항로는 1.39%에 그쳤다. 같은 기간 최고·최저 운임 격차도 미국 서안항로는 4.34배에 달한 반면 한∼일 항로는 1.42배였다. 해진공 관계자는 “한∼일 항로가 단순한 양국 간 무역로를 넘어 부산항을 매개로 한 글로벌 환적 네트워크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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