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기억저하 우려 속 ‘AI 활용 확대’ 대학과 ‘제한’ 대학 엇갈려
인공지능(AI)이 대학생들의 학습을 돕는 도구를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대신하면서 학습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주요 대학들은 AI 활용을 확대하면서도 과도한 의존에 따른 학습효과 저하를 놓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MIT 보고서…“학습했다는 착각 불러일으킬 가능성↑”
1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AI 사용 연구위원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학생들이 조금만 어려움을 겪어도 곧바로 AI에 의존해 답을 구하면서 ‘학습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의 상담 시간을 찾아가거나 다른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대신 챗봇에서 답을 구하면서 학생들이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AI 의존이 학습 과정 자체를 약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중국 중·고등학생 2만60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는 AI를 활용한 뒤 과제 수행 결과는 향상됐지만, AI를 사용할 수 없는 통제된 환경에서는 평가 결과가 오히려 하락했다.
AI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작 AI 없이 문제를 풀 때 필요한 심층적인 학습이 약화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MIT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서도 챗봇을 글쓰기 보조 도구로 이용한 사람들은 에세이를 작성한 지 불과 몇 분 뒤 자신이 쓴 내용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나탈리야 코스미나 MIT 연구원은 “기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억 네트워크를 사실상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AI 활용 확대’ 대학들 vs 사용 제한선 긋는 대학들
이 같은 우려에도 미국 주요 대학들은 AI 활용 교육을 확대하는 추세다. AI가 연구와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지식과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안 베일록 다트머스대 총장은 최근 “AI가 세상을 규정하는 시대에 AI를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하는 대학은 시대에 뒤처져 존재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도 AI를 활용한 연구가 지식 발전의 속도를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빠르게 만들 수 있다며, 많은 분야에서 AI를 활용하지 않고는 해당 분야의 최전선에 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AI 활용을 교육의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학생들이 AI를 단순히 답을 얻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AI를 활용해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반면 AI 사용에 명확한 제한선을 긋는 대학들도 있다. 학습 과정에서 학생이 직접 사고하고 글을 작성하는 경험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 수업이나 과제에서 AI 활용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시카고대는 일부 필수 사회과학 과목에서 AI 사용을 금지했으며, 이 대학 로스쿨은 1학년 수업에서 휴대전화와 태블릿, 노트북 사용도 금지했다.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로스쿨은 학점 평가를 위해 제출하는 과제의 구상부터 개요 작성, 초안 작성·수정·편집까지 AI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 대학마다 AI 사용 기준 제각각…“책임 있게 쓰는 법 가르쳐야”
AI 사용에 대한 대학들의 대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구체적인 사용 기준을 교수 개인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어 학생과 교수 모두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부정행위인지 혼란을 겪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AI가 과제 작성이나 자료 정리 등 학업의 여러 단계에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어디까지를 학습을 돕는 보조 수단으로 보고 어디부터 학생의 사고와 작업을 대신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 경계를 정하는 것도 과제가 되고 있다.
일부 대학이 AI 사용을 제한하는 것도 단순히 AI 자체를 배제하기보다는 학생이 직접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과정을 학습의 일부로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AI 활용 능력 자체가 앞으로의 학업과 직업 활동에서 필요한 역량이라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제한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학생 인지능력에 대한 AI의 영향을 연구해온 아니타 사르마 오리건주립대 교수는 AI 교육을 성교육에 비유하면서 “어차피 학생들은 AI를 사용할 것”이라며 “어떻게 책임 있게 사용하도록 가르칠 것인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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