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카·온 두 자릿수 성장 속 나이키는 도매망 복원에 승부수
주가 고점 대비 79% 하락…S&P100 지수서 18년만에 퇴출
국내 러닝 열풍 속에서도 나이키코리아 매출은 3년 연속 줄었다. 2조원을 넘었던 매출은 1조7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3년 사이 줄어든 금액은 2173억원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나이키코리아의 2026 회계연도(2025년 6월~2026년 5월) 매출은 1조7936억원으로 전년 1조8913억원보다 5.2% 감소했다.
나이키코리아 매출은 2023 회계연도 2조10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 회계연도 2조50억원, 2025 회계연도 1조8913억원, 2026 회계연도 1조7936억원으로 줄었다. 정점과 비교하면 2173억원, 10.8% 감소했다.
나이키 매출이 뒷걸음질 친 시기는 호카와 온 등 러닝 전문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한 때와 겹친다.
호카를 보유한 데커스브랜즈의 2026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매출은 54억7000만달러로 10% 늘었다. 호카 매출은 25억8700만달러로 15.9% 증가했다. 올해 1~3월 매출도 6억712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4.5% 늘었다.
스위스 러닝 브랜드 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억8220만스위스프랑으로 전년 동기보다 14.0% 증가했다.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24.0%다. 2분기 매출만 보면 13.5% 늘었다.
세계 러닝화 시장에서 나이키의 영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알파플라이와 베이퍼플라이 등 레이싱화는 여전히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변화가 두드러진 곳은 평소 훈련할 때 신는 데일리 러닝화와 일상복에 함께 신는 러닝화 시장이다. 쿠셔닝과 착화감을 앞세운 호카와 온이 성장했고 아식스, 뉴발란스 등으로도 소비자 선택이 분산됐다.
이번 실적에서 매출과 이익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나이키코리아의 2026 회계연도 영업이익은 824억원으로 전년 378억원보다 118%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0%에서 4.6%로 높아졌다. 당기순이익도 313억원에서 812억원으로 159% 늘었다.
매출은 977억원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46억원 늘었다. 수익성 개선을 이끈 것은 매출 증가가 아니라 원가 감소다. 매출원가는 1조5305억원에서 1조3882억원으로 9.3% 줄어, 매출 감소율 5.2%보다 감소 폭이 컸다.
매출총이익은 3607억원에서 4054억원으로 12.4% 증가했고, 매출총이익률은 19.1%에서 22.6%로 3.5%포인트 올랐다. 판매비와관리비는 3229억7743만원으로 전년과 비슷했다.
매출원가에는 마이너스 466억원 규모의 이전가격 조정액도 반영됐다. 매출이 3년째 줄었다는 점에서 영업이익 증가만으로 국내 사업이 회복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나이키 본사는 소비자 직접판매인 나이키 다이렉트 중심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나이키는 자체 앱과 온라인몰, 직영 매장을 키우면서 외부 유통업체 의존도를 낮춰왔다.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수익성과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려는 전략이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비교하고 신어볼 수 있는 멀티숍과 스포츠 전문매장의 영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나이키가 외부 유통망을 줄이는 동안 신흥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매대에서 소비자와 만날 기회를 넓혔다.
나이키의 2026 회계연도 도매 매출은 274억5300만달러로 전년보다 6% 증가했다. 반면 나이키 다이렉트 매출은 177억2000만달러로 6% 감소했다.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감소율은 8%다.
나이키 브랜드 디지털 매출은 12%, 직영 매장 매출은 4% 줄었다. 나이키는 연차보고서에서 도매 유통에 다시 투자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브랜드 노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신발의 일부 공급을 줄이는 동시에 신제품 출시는 앞당길 계획이다.
나이키의 글로벌 실적도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했다.
2026 회계연도 매출은 463억9800만달러로 전년 463억900만달러보다 0.2% 늘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2% 감소했다.
2024 회계연도 매출 513억6200만달러와 비교하면 2년 사이 9.7% 줄었다. 순이익은 31억800만달러로 전년보다 3.4% 감소했다. 2024 회계연도 순이익 57억달러와 비교하면 감소율은 45.5%다.
지역별 격차도 컸다. 북미 매출은 4.8% 늘었지만 중화권 매출은 58억4700만달러로 11% 줄었다. 환율 영향을 제외한 감소율은 13%다. 중화권 영업이익도 20% 감소했다.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태평양 및 중남미 지역 매출은 62억4300만달러로 전년과 비슷했다.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1% 감소했다. 나이키는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매출 감소가 이 지역 실적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는 나이키의 부진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나이키 주가는 2021년 11월 5일 177.51달러로 고점을 찍었다. 지난 11일 종가는 36.80달러다. 5년 사이 79.3% 하락했다.
S&P 다우존스 인디시즈는 오는 21일 미국 증시 개장 전 나이키를 S&P100 지수에서 제외한다. 나이키와 함께 허니웰에어로스페이스, 사이먼프로퍼티그룹, 콜게이트-팜올리브도 지수에서 빠진다.
그 자리는 델테크놀로지스, 팔로알토네트웍스, 아리스타네트웍스, 샌디스크 등 정보기술 기업 4곳이 채운다. 나이키가 2008년 12월 편입된 이후 약 18년 만의 퇴출이다. S&P500에는 계속 남는다.
나이키가 다시 성장세를 되찾으려면 비용 절감으로 개선한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매출 반등까지 이끌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3년째 줄어든 매출을 되돌리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호카와 온 등으로 이동한 러너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오는 것이 과제다. 나이키는 러닝 제품 혁신과 도매 유통망 복원에 승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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