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용품 관심 급증·제주 사건 뒤 탐정 의뢰↑
“안전 내가 지켜야” 경찰 불신 개인 부담으로
40대 주부 A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호신용 경보기를 구매했다. 가방에 달 수 있는 키링 형태로 휴대하기 편한 데다 디자인이 귀여워 밤늦게 귀가하는 자녀에게도 선물했다.
A씨는 “뉴스만 틀면 묻지마 살인, 실종 같은 흉흉한 사건들이 계속 나오니까 밤길이 너무 걱정돼 구매했다”며 “호신용품인데 디자인이 투박하지 않고 예쁘게 나와 딸아이한테도 사줬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B씨는 호신용 스프레이와 경보기, 삼단봉이 포함된 3종 세트를 구매했다. B씨는 “싸우기 위한 용도라기보다는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날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요즘처럼 흉흉할 때는 스스로 대비할 필요가 있어 늘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에는 휴대용 호신용품 구매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본인이 쓰기 위해 구매했다는 내용뿐 아니라 자녀와 가족, 직장 동료, 친구에게 주기 위해 샀다는 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관심은 검색량에서도 확인된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지난 5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호신용품’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장윤기 사건이 발생한 5월 5일과 제주 실종 여성의 신원이 확인된 8월 25일 검색량이 크게 상승했다. 특히 제주 실종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의 허위 종결 사실이 추가로 알려진 9월 2일에는 조사 기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호신용품을 사는 것만으로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더 적극적인 ‘사적 안전망’을 찾고 있다. 경찰에 신고하고도 별도의 비용을 들여 사설탐정에게 실종자 소재 파악이나 사실 확인을 의뢰하는 식이다.
임병수 KCI 한국탐정연맹 상임대표는 “제주 장모씨 사건이 벌어지면서 업무가 평소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며 “예전 같으면 성인 아들이 하루 이틀 연락되지 않아도 그냥 기다렸을 만한데 최근에는 치안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직접 확인해 달라는 문의나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는 경찰에 대한 불신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따른 강력범죄에 부실 수사 논란까지 겹치면서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자신의 사건을 제대로 살펴봐 줄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사설탐정 업체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김안나(37)씨는 “경찰에 신고해도 내가 궁금한 부분을 제대로 알기 어려웠는데 사설탐정은 의뢰한 내용을 중심으로 좀 더 세세하게 확인해줬다”며 “경찰에만 맡겼을 때보다 더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호신용품을 구매하고 사설탐정을 찾는 사람들.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바꾼 일상과 소비 현상은 세계일보 유튜브 <29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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